‘남양유업판’ 불가리스 대소동… CEO의 무리수?
▎ 사진:남양유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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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불가리스 백신’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내수 부진과 각종 논란으로 성장이 꺾인 남양유업을 끌고 가는 와중에 무리한 코로나 마케팅으로 되레 역풍에 휩싸여서다. 광고법 위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고발까지 당하면서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발표 직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반짝 치솟았고 일부 마트에선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잇따랐다.업계에선 해당 실험이 ▲불가리스 비피더스 균의 자체 경쟁력을 입증한 게 아닌데다 ▲손소독제 실험과 같이 균을 놓고 살균제를 뿌렸을 때 균이 죽는 과정을 실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는 점 등에서 유의미한 결과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제품력 보다는 무리한 코로나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불똥은 이 대표에게 튀는 모양새다. 그는 남양유업 남양유업 영업총괄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하다 2018년 대표에 올랐다. 남양유업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지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십상시 중 하나로 실질적인 회사 발전이나 대외적인 상황 파악엔 뒷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이 대표는 불가리스 연구 결과를 ‘중대 발표’로 삼고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과대광고 여부를 우려해 내부 법적 검토를 거쳤고, 이후 기자간담회 형식이 아닌 심포지엄으로 발표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불가리스 소동에 대한 수습 외에 그가 당면한 과제도 있다. 그는 성장성이 꺾인 남양유업을 살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남양유업은 계속된 부정적인 이슈로 지난해 연결기준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11년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 취임 후 실적은 3년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흑자전환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절실한 때다.여러모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양유업. 선봉에 선 그가 남양유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바닥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되살려 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