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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부발전 내부 소송전 뒤에 석탄 비리 있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품질 조작 석탄 국내 반입됐지만, 비리 보고 직원 감봉
법원 징계 무효 결정에도 징계 취소는 지난해 2월에야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석탄화력발전소. / 사진:연합뉴스
내부 직원이 사장을, 회사는 다시 내부 직원을 고소한 한국서부발전의 내부 소송전 이면에 인도네시아산 석탄 도입 비리가 자리했다. 서부발전은 2014년 인도네시아 해양석탄선적설비 회사(무티아라자와·당시 서부발전 자회사)에서 당시 대표로 근무했던 김모 부장(현재 한국서부발전 소속)이 올린 ‘저질탄 공급 현황’ 내부 보고를 묵살하고, 되레 2016년 8월 무티아라자와 회사의 업무 손실을 문제 삼아 김 부장을 징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은 “인도네시아산 저질 석탄이 서부발전으로 들어왔다는 게 사실로 확인됐음에도 징계 기록은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기록은 3년 동안이나 남아 승진 누락 등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14일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과 충남태안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 부장은 지난해 11월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과 박모 전 서부발전 상임감사위원을 ‘부패방지 및 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품질을 부풀린 저질석탄을 서부발전이 알고도 납품 받고 있다는 석탄 도입 비리를 내부 보고했지만, 김 사장과 박 전 상임감사위원이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김 부장이 받은 징계 등 불이익을 방치했다는 내용이다. 김 부장 측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법무법인 휴먼 변호사는 “부패방지권익위법은 부패행위 공익 신고자가 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 비리 감사 요청했지만, 욕하고 협박했다”

김 부장은 고소장에 “2018년 10월 ‘징계 재심의 및 석탄공급비리 건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상세한 석탄 도입 비리 내역을 김 사장에게 신고했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김 부장은 또 “석탄 도입 비리를 조사해 달라는 감사 요청에 박 상임감사위원은 욕을 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맞고소로 맞섰다. 지난해 12월 서부발전은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훼손으로 김 부장을 고소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김 부장은 지난해 초에도 김 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면서 “회사를 향한 고소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장이 징계 재심의와 고소를 계속하는 데는 2014년 김 부장이 “서부발전으로 가는 석탄이 저질탄이고 균질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한 석탄 도입 비리 공익 신고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석탄 도입 비리 신고에 ‘오픈블루’라는 석탄공급 업체가 품질이 떨어지는 탄을 속여 납품하고 있다 보고했는데, 2017년 3월 “석탄 품질 인증을 조작했다”는 오픈블루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김 부장은 “해당 증언을 보고 인니 회사 업무 손실을 이유로 내려진 징계 처분이 사실은 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오픈블루 직원의 증언은 당시 한국 발전업계를 흔들었다. 발전사로 들어가는 인도네시아 석탄의 품질이 안 좋은 이유가 업체의 조작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국회 국정감사에도 올랐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부발전의 석탄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오픈블루 등 석탄공급 업체로부터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석탄을 공급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1년 2월 서부발전이 들인 인도네시아 석탄은 열량이 1㎏당 3501㎉에 불과했지만 5255㎉로 알고 도입, 33% 넘게 조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 석탄 품질관리 방안 보고.
특히 서부발전은 이 같은 조작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서부발전의 ‘2018년 인도네시아 석탄 품질관리 방안 보고’ 보고서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보고서에 “인도네시아 저열량탄의 지속적인 품질 문제로 연료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안전품질처 품질경영부가 작성한 보고서로 김병숙 사장에게 보고됐다.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열량이 1㎏당 계약보다 약 300㎉ 이상 낮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열량 기준에 미달한 석탄을 쓰면 열량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석탄을 투입하게 돼 결국 전력 생산비의 증가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승진 누락 등 불이익 복구” 요구에 사측은 ‘모르쇠’

김 부장의 보고가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이었지만, 징계는 유지됐다. 특히 서부발전의 2018년 인도네시아 석탄 품질관리 방안 보고는 인도네시아 현지 실사단 파견의 결과로 김 부장의 내부 보고까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장의 징계처분은 지난해 2월에야 끝났다. 2016년 내려진 징계처분이 내부 신고에 대한 보복이라 본 김 부장이 징계무효소송을 제기 승소하면서다. 김 부장은 “2019년 6월 징계무효 결정이 나왔지만, 회사는 항소했다”며 “2020년 2월 2심에서 같은 결론이 나오고 나서야 회사는 결국 징계처분 취소 명령을 냈다”고 토로했다.

김 부장은 현재 그 동안 징계처분으로 받았던 승진 누락 등 인사상 불이익의 원상 복구를 주장하고 있다. 인사상 불이익 회복에 대한 신분보장도 요청했다. 류 변호사는 “신분보장 요구는 일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지만,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부패행위 신고자가 신분보장 등 조치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징계무효처분 등 소를 제기하는 경우 해당 신고와 관련해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부발전 관계자는 “김 부장에 대한 최초 징계는 현지 사무소 예산 낭비에 대한 건으로 불량 석탄 도입 비리 신고와는 관련이 없으며, 징계처분도 취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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