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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운반선 40% 이상 수주한 현대중공업그룹의 희비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내부선 노조 파업에, 사무직 단체행동 ‘잡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3월 19일 울산 본사 안에서 오토바이 경적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전 세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발주의 40% 이상을 수주하는 등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선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2년 치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20일 부분 파업에 돌입했으며, 사무직 직원들은 첫 선전물을 내놓고 단체행동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유럽 소재 선사와 30만톤급 VLCC 2척(2080억원 규모)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동급 선박에 대한 옵션 1척이 포함돼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로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VLCC 26척 가운데 11척을 수주해 전체 발주량의 42%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기준으로 올해 78척(65억4000만 달러)을 수주해 연간 목표 수주액의 44% 달성한 상태다.

한국조선해양의 주가 흐름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오전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14만원대에 거래 중으로, 최근 3년간 최고점인 지난 2018년 10월 5일(14만6500원에)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발맞춰 다양한 선종에 걸쳐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풍부한 건조 경험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직 SNS 오픈채팅방에서 '사내 갑질' 성토도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내부에선 노사 갈등 등의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부터 22일까지 부서별로 2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하며, 23일에는 4시간 동안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달 초 2019년과 2020년의 2년 치 임단협에 대한 2차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반대로 부결되면서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올해 수주 성과와 현대중공업 연내 상장 등을 근거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사무직 직원들도 단체 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그룹 사무직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의 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모임은 처음으로 낸 선전물에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꼰대들이 경영자와 그 수하들의 자리에서 갑질을 일삼는다”며 “젊은 사무직 노동자들을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말하고 틈만 나면 임금을 착취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채팅방에는 800명 이상이 참여한 상태다.

일각에선 생산직 근로자 중심의 현대중공업 노조와 사무직 직원들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이들이 익명의 오픈채팅방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무직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현재로선 이들의 실체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연대할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노사 갈등과 관련해 “두 차례 잠정합의안 부결 책임을 오직 회사에만 전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도 우려되는 현 상황에 또 다시 파업에 나서 안타깝다”며 “단체교섭 마무리를 위해서는 성급하게 교섭부터 재개하기 보다는 노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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