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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경쟁은 당연, 백신 부작용 발생에 ‘질적 전쟁’까지 돌입결국 지금은 백신이 코로나19 탈출의 유일한 탈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백신 확보를 둘러싼 여러 나라와 지역 간 경쟁이 심각한 감정싸움까지 번지기 일쑤다. 현재로선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으로 평가 받는 mRNA 백신인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을 개발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국내 생산 물량을 자국에서 먼저 소비하는 ‘백신 접종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자국에서 집단면역을 이룬 다음 남는 백신을 타국에 돌리겠다고 공언한다. 대놓고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패배로 물러났지만 그가 내세웠던 자국 우선주의는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 ‘백신 국가주의’ 형태로 재연되고 있다.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도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신경전을 벌인다. EU는 백신 공급이 생각보다 원활하지 않자 영국 생산기지에서 만든 백신을 더 많이 넘기라고 요구한다. 이에 영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물량을 자국에서 접종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EU도 지역에서 생산된 백신을 해외에 반출할 때는 일일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유럽에서 백신을 수입하는 일본은 이 때문에 백신을 찔끔찔끔 들여올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제력이나 외교력도 백신을 원활하게 확보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게다가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존슨(J&J) 백신에서 혈전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일부 보고되면서 백신에 대한 선호가 갈리고 있다. 유럽의약청(EMA)와 각국 보건 당국은 접종에 대한 이익이 부작용 우려보다 크다고 판단하고 연령 제한 등 새로운 규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 특별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mRNA 백신과 그렇지 않은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을 보는 소비자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과학적으론 항체를 만들고 면역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대중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같은 코로나19 백신인데 종류에 따라 선호도와 계급이 나뉘는 셈이다. 각국 정부는 빠른 접종을 위해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는 ‘양적 전쟁’과 대중이 원하는 종류의 백신을 확보하는 ‘질적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할 상황이다.
생산기지 특정 지역에 집중… ‘백신 부익부빈익빈’ 유발백신 생산기지를 보면 대부분 지리적으로 편중돼 있다. 물량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고 백신 국가주의가 판치기 쉬운 환경이다. 독일 국제방송인 DW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주요 백신 생산기지는 주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인도, 중국 등 백신 개발을 주도한 나라에 자리하고 있다.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mRNA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6개의 생산 기지에서 나온다. 유럽연합(EU) 지역에선 독일과 벨기에에서 만든다. 독일 마인츠에 본사가 있는 바이오엔테크는 마르부르크에 새 공장을 건설해 2월 가동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마르부르크 공장에서만 첫 반년 동안 2억5000만 회분을 생산할 계획이다.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인 모더나 백신의 경우 대부분 본사가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케임브리지에서 생산한다. 2021년 생산 목표는 10억 회분이며, 최소 6억 회분은 공급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8000만 회분을 추가 구입하는 조건으로 8000만 회분을 계약했다. 미국은 3억 회분을 추가 구입하는 조건으로 2억 회분을 확보했다. 대량 구매를 약속하는 나라에 공급 물량을 더 배당하는 방식이다. 한국·영국·일본·스위스·캐나다도 물량을 확보했다.스웨덴·영국의 다국적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AZ)와 영국 옥스퍼드대, 그리고 인도의 백신제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임상시험용 백신 제공)가 공동 개발한 AZ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이다. AZ 백신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백신 생산 능력이 있는 SII라는 거대한 공급 파트너가 있는 만큼 2021년 30억 회분이라는 엄청난 물량을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혈전 파동으로 일부 국가에서 해당 백신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연령 제한이 생기는 등의 문제로 인해 접종 지역 확산이 주춤해진 상태다.러시아가 개발한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인 스푸트니크V(가말레야) 백신은 러시아 국부펀드인 RDIF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어 인도·중국·브라질·한국 등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올해 12억 회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만든 불활성 백신인 중국의 시노팜 백신은 올해 10억 회분 공급이 목표라고 중국 관영 영어신문인 차이나 데일리가 보도했다. 인도가 개발한 불활성 백신인 코백신은 인도의 4개 생산 시설에서 올해 7억 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다.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타에 따르면 4월 21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5억1514만 회분의 백신이 접종됐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6.6%에 불과하다. 1억 회분 이상 접종한 나라가 중국·미국·인도 등 3개국이며, 1000만 회분 이상 접종한 나라(지역 제외)는 모두 12개국이다.
‘백신=인기’ 백신 확보 경쟁 계속되는 이유중국이 1억9502만 회분(2019 추정치인 14억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1.4%)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1억3326만 회분(인구의 39.9%)으로 그 다음이다. 인도가 1억965만(8.0%), EU가 8623만 (19.4%), 영국이 3303만(48.7%), 브라질이 2480만 회분(11.7%)으로 그 뒤를 따른다. EU 회원국이기도 한 독일이 1727만 회분(20.6%), 프랑스가 1276만 회분(18.7%)이다.인구에 대한 접종 비율을 따지면 인구 500만 이상 국가 중에는 이스라엘이 536만 회분 접종으로 인구의 62.0%에게, 아랍에미리트(UAE)도 508만 회분 접종으로 인구의 51.4%에게 각각 1회 이상 주사해 접종률이 가장 높다. 그 다음이 영국(48.7%)과 칠레(40.7%), 미국(39.9%) 등이다.글로벌적으로 치면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고 고속으로 접종하는 나라는 사실 일부일 뿐이다. 소외된 나라가 적지 않다. 가난하거나 정부가 미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접종에서 소외되고 진단면역 확보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물량 경쟁에서 밀린 나라들은 올해 안에 집단 면역을 확보할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 나라들은 결국 백신 확보에 외교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각국 정부 입장에선 백신 확보가 권력을 지키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부터 배임과 수뢰 혐의를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과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정부 수반인 영국이 백신 확보와 접종에서 세계 수위인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백신 세계대전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진입, 인도에선 3중 변이 바이러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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