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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새 대통령이 1년 내 해결해야 할 7대 난제] 1. 사드배치, 대중(對中)관계 복원 양립할까 

G2(미·중) 만족시킬 묘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중국, 사드 ‘중국 견제용 아닌 북핵 대비용’이라는 설명에 수긍해야...
북핵 해결되면 철수한다는 방침을 천명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


▎지난 5월 2일 경북 성주골프장으로 주한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사드)체계 운용에 필요한 유류를 수송하고 있다. 성주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거세지자 주한미군은 주민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헬기로 필요한 물자를 수송했다.
2014년 이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으로 국방부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공식, 비공식으로 관계자들에게 문의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미국으로부터 요청받은 바도 없고, 협의한 바도 없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한결같이 ‘3 NO’ 대답이 나왔다.

일부 언론보도나 미국의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득문(得聞)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국방부 실무자가 사드 제조회사인 록히드마틴에 자료를 요청하고 협의한다는 심증과 물증이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방부가 ‘3 NO’ 입장을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1월 22일 청와대에서 외교·국방·통일부 등 외교안보부처 합동 신년업무보고가 있었다. 필자는 토론자로 참석해 지근거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을 청취했다. 적자생존(?)에 주력하는 장·차관들과 달리 객관적이고 세심하게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수준과 감정을 살펴봤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화가 많이 난 박 전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외교부장관에게는 북한을 배제하고 중국을 통해 국제적 대응을 요청하라고 즉석에서 지시함으로써 기자실에서는 ‘중국에 5자회담 제의’라는 기사가 나갔다. 중국의 즉각적인 거부로 오후 10시경 청와대 측은 와전된 내용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국가안보실에서 작성한 원고를 읽지 않고 발언함으로써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그날 박 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와 격한 발언을 통해 두 가지를 예상했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사드가 배치될 것임을 느꼈다. 북핵에 대해 한국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강박관념이 내포된 정책이 곧 발표될 것임을 직관적으로 예상했다.

사드 ‘3 NO’ 정책은 외교참사의 전형


▎사드체계 배치는 대선 정국에서도 뜨거운 화두였다. 대선을 1주일 앞둔 5월 2일 성주군 소성보건진료소 앞에서 한 주민이 선거 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뒤로 사드 반대 주민들이 설치한 깃발이 보인다.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발표됐다. 앞서 국방부는 2월 7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기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한·미 간 공식협의를 시작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의 극렬한 반대가 시작됐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2월 17일 독일 뮌헨에서 가진 통신사 로이터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사드배치에 강한 반대의사를 밝히며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고사를 인용했다. 왕 부장이 인용한 구절은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었다. “항장(項莊: 초패왕 항우의 사촌)이 칼춤을 추는 의도는 패왕(沛王, 한 고조 유방)을 죽이려는 데 있다”는 진(秦)나라 멸망 직후 초한시대 천하의 패권을 다퉜던 항우와 유방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왕 부장은 또 “사마소의 마음은 길가는 사람들도 다 안다(司馬昭之心路人皆知)”는 고사도 인용했다.

왕 부장은 미국의 사드배치가 겉으로는 북한을 겨냥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향한 것이라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미국 백악관은 4월 29일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도 사드배치를 한국과 계속 협의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6년 6월 29일 베이징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황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중국의 타당한 안보 우려를 신경 써줄 것과 미국의 한반도 사드배치 계획을 “신중하고 적절하게” 다뤄줄 것을 촉구했다. 황 총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국방부는 열흘 후인 7월 8일 2년의 논의 끝에 사드배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왜 ‘3 NO’ 정책으로 일관했을까? 황 총리는 10일 후 발표할 사드배치를 왜 사전에 시 주석에게 설명하고 중국 측의 이해를 구하지 않았을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자리에서 ‘3 NO’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청취할 수 있었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안보실장의 지침으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를 영원히 배치하지 않는다면 비공개가 의미가 있지만 설치가 임박했음에도 가능성을 무조건 부인하는 행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 중국 최고통수권자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 앙갚음이라고 판단하는지 혹은 향후 대중(對中) 외교에서 야기될 파장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참으로 의아스럽다. 안보 담당자가 외교분야까지 독과점식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교참사의 전형적 사례다.

중국, 품격 있게 후퇴할 명분 찾게 해야

물론 황 총리가 시 주석에게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중국의 양해를 구했다고 반발이 약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한·중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안보실의 정책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부분이다. 한·미 양국은 2017년 4월 26일 새벽 사드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했다. 사드의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 2기가 3월 6일 C-17 수송기로 오산기지에 도착한 지 51일 만이다.

사드는 미사일방어(MD, Missile Defense) 체계다. 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파괴하는 방어 개념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공격은 ‘4D 작전’으로 대응한다. 북한 핵·미사일을 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로 막아낸다. 현재 150㎞ 상공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사드가 필수적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등이 완성되는 2020년대 초반까지 우리의 하늘을 방치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드배치 결정 과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점이 문제이지, 사드를 철회할 수 없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선거기간 동안 “배치를 중단하고 다음 정부에서 국회비준 동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초기 가동을 시작한 사드 포대를 실제로 철수하는 것은 배치 결정만큼이나 어렵다. 북핵의 상황변화로 배치 명분이 약해지지 않는 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의 정신으로 판단할 때 쉽지 않다.

물론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나, 이를 부인하고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통화한 맥마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보도로 국민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국이 자발적으로 사드를 철수하겠다는 입장이 아닌 한 사드배치 여부 자체는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결국 사드의 해법은 중국의 처지가 전환돼야 하기 때문에 베이징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1일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하면서 구동화이(求同和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감을 확대)를 언급하고 갈등을 원만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특사단이 18일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어에는 배려(配慮)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중국은 한국을 배려하기보다 자신들이 후퇴할 명분을 품격 있게 접수하기를 기대한다. 무너진 한·중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새 정부의 실사구시 조치가 불가피하다.

우선 사드 레이다 범위를 둘러싼 기술적 논쟁에서 중국을 설득하는 장비운용 관련 보완책이 필요하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가 종말단계용 레이더로서 소프트웨어의 변환 없이 전진배치용으로 변경 사용이 불가하다는 무기 특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바탕으로 사드가 ‘중국 견제용이 아닌 북핵 대비용’이라는 명분에 중국이 양해하는 외교 제스처가 필요하다. 사드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과 상관없으며, 북핵이 해결되면 철수할 수 있다는 방침을 천명하는 외교수사도 검토할 수 있다. 한·중 양국은 오는 8월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에 총리급 인사 교차방문으로 관계를 복원하고 10월 중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사드라는 먹구름이 동북아에서 잠정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6월말 워싱턴에서 열릴 이번 정부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지길 바란다.

-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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