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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분석] 이낙연 당권 도전에 속앓이하는 PK 친문 

누가 다음 대선을 책임져 줄 것인가 

李 지지율 1위 달려도 영남표 흡수에 한계
친문 ‘반낙(반이낙연)’ 외친다면 심각한 분열과 내홍으로 번질 우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부산 서면 일대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부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더불어민주당
"내년에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입니다.”

PK 친문(親文, 친문재인) 핵심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이 6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친문 주류가 이낙연 의원을 향해 임기도 못 채울 당대표 선거에 나가지 말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온 친문 의원의 돌발 입장 표명이었다. 민주당은 당권 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대선주자는 대선일 1년 전에 당대표직을 관둬야 한다. 대선을 겨냥하는 이낙연 의원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더라도 내년 3월 초에는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친문 주류는 ‘7개월짜리’ 당대표에 아예 나서지 말라고 공개적인 압박을 가하는 중이었다. 최 의원의 이번 입장 표명은 이 의원 거취를 놓고 친문 주류가 분화 과정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낳았다. 최 의원은 “대선주자는 대표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는 페널티를 안고 당원과 국민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명을 인식하고, 회피하지 않는 책임감”이라며 이 의원에게 거듭 힘을 실어줬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이낙연 의원이 2022년 대선 도전을 겨냥한 공격적인 여정에 나섰다. 당권·대권 분리와 관련한 당내의 각종 우려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오는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당권을 바탕으로 당내 기반을 확장해 대권을 거머쥔 ‘문재인 코스’를 따라가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이를 바라보는 당내 주류인 친문, 특히 PK 친문세력의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다. 여권이 총선 압승의 여흥을 누릴 여가도 없이 차기를 향한 물밑 각축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호남 출신 데릴사위’ 격인 이 의원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유력주자를 무턱대고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 행보는 여권 전반에 골치 아픈 셈법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그의 당권 도전은 결국 당내 기반 장악을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포석에 다름 아니다. 친문의 고민도 여기서 구체화된다. 호남 출신인 이 의원을 내세워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친문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또 조국 전 장관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와 윤미향 사태 때 보여준 이 의원이 취한 마이웨이식 행보도 찝찝하다. 어쩌면 이 부분이 친문 핵심진영의 진짜 고민일 수 있다.

“다른 대선주자 등장 원천 봉쇄할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소위 말하는 ‘뼈문(뼛속까지 문재인)’이 아닌 이 의원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낙(反이낙연)’ 입장에 선 ‘뼈문’들은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은 마당에 선수를 치고 나온 이 의원이 탐탁지 않을 것이다. PK 친문 핵심인사들은 이 의원의 당권 출마에 대해 “다른 대선주자의 출마를 원천 봉쇄하고 자신만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고집을 부린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또 “이 의원의 전당대회 당권 도전은 높은 지지율을 믿고 우리를 진압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적대감마저 드러냈다. 말하자면 일종의 ‘역성혁명(易姓革命)’에 대한 두려움 내지 불쾌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 의원 예에서 보듯 친문 진영 역시 ‘친낙(親이낙연)’과 ‘반낙’으로 분화될 소지가 농후하다. 일부 친문 핵심인사는 사석에서 이 의원 지지를 사실상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친문세력 분화 가능성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박재호 의원(부산 남을)은 “당연히 분화됐다.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될 만한 사람을 물색해서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겠느냐. 어쨌거나 친문 안에서도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 친문 진영은 김태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전해철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부엉이 모임’으로 대별된다. 원조 친문계들이 결집한 부엉이 모임조차도 청와대 출신 당선자 20여 명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한다는 게 친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친문’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져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의원들만 봐도 여러 갈래로 세분화됐다는 얘기가 나돈다.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완전히 분화됐다. ‘뼈문’이라고 할 수 있는 백원우와 양정철은 김태년을 지지했는데, 그렇다면 ‘진문’이라고 얘기해온 전해철은 뭐냐. 친문도 그 정도로 나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PK 친문 관계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PK 친문? 최인호 의원을 예로 들자. 그는 이번에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전해철 의원을 세게 밀었다. 사실상 행동대장이었지. 그런데 경선의 앙금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당권파에서는 최인호 의원을 ‘손봐주겠다’고 벼른다. 최 의원은 누가 봐도 친문이지만, 친문 내부에서도 관계가 그런 식으로 복잡하게 돌아간다.”

이런 식이라면 전당대회에서도 친문이 한목소리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 대선후보 경쟁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낙연 의원은 이런 틈새를 노려 각개 격파를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런 마당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진영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나서서 ‘반낙’을 외친다면 당이 심각한 분열과 내홍 양상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이 의원과 친문이 정면충돌을 선택할지, ‘치킨게임’ 같은 기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설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문 후보가 있으면 경쟁에 불이 붙겠지만, 현재까지 우리는 대안이 없다. 그래서 이 의원도 명(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친문 핵심인 이호철 전 수석의 한 측근 말이다. 물론 이 전 수석과 교감한 말은 아니지만 PK ‘뼈문’ 일각에서 이 의원을 보는 시각이다. 이 측근은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이낙연 의원의 당권 도전을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자. 당권을 잡고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가 나타날 싹을 일찌감치 잘라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친문 입장에서는 이 의원의 행보가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역시 이 의원 독주가 대선주자 다변화에 역행하는 걸 우려했다.

이 측근은 “총선 직후 대선 직행은 과거 100%의 확실한 당내 지분을 가진 ‘오너’ YS나 DJ나 가능했던 얘기”라며 “지금의 이 의원의 지분은 얼마나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야당에서 영남 대선후보를 내는 경우…


▎더불어민주당 최인호·전재수·박재호 의원 등 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4월 15일 부산시를 방문해 시정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PK 친문 진영에서는 실제로 이런 우려 섞인 분석이 파다하다. 예컨대 “유력한 대권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남은 기간 당내 대권 경쟁이 사라지게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향후 역할에 따라 충분히 후보가 될 수 있는데 기회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내가 대통령을 할 테니 너희는 박수나 쳐라’고 하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라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판세를 읽기에 능한 PK의 오랜 민주당 관계자들의 속내는 이렇게 수렴된다. “지금 이 의원이 당대표에 나가는 것은 당원들에게 ‘2년 후에 있을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에 대한 선택을 지금 하라’는 강요가 될 수 있다. 지금부터 2년을 그냥 대선후보로 누리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 의원이 이번에 당권을 잡으면 대선후보로 직행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PK 친문은 오랜 세월 대선의 철칙으로 여겨온 ‘PK 결정론’에 기울어져 있다. 대선 승패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인구가 가장 많은 PK 표심에서 결정된다는 사고다. 야당도 같은 값이면 영남 출신 후보를 내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여당도 PK에서 후보를 내야 다음 대선도 유리한 지형에서 치를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현재 친문 주류 쪽에서는 내놓을 만한 직계 주자가 마땅치 않다. 그런데 이 의원의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다. 선대위원장을 맡은 총선에서 압승을 일궈내면서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당내 다수파를 형성하는 친문 진영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하는 주자의 당권 출마를 막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

따라서 책임 있는 친문 인사는 설령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입도 벙긋할 수 없는 처지다. 만약 다른 당권 후보를 내세울 경우에는 전면전을 감수해야 한다. 즉 친문이 반(反)이낙연 선봉에 나서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당이 깨지는 사태도 배제하지 못한다. 호남 지역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고, 과거 YS와 DJ가 결별해 실패했던 1987 대선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친문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이 의원의 독주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친문 일각의 기류는 확실하게 감지된다. 원조 친문인 ‘부엉이 모임’을 등에 업은 홍영표 의원이 끝까지 당권 경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대항마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게 친문 진영의 고민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소환하고 싶어 한다.

이낙연 지지율은 ‘문재인 효과’?


▎지난 6월 6일 제65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운데). / 사진:연합뉴스
우선 일부에서 김두관 의원을 거론한다. 경남지사 출신인 데다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겼다가 이번에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으로 돌아와 승리를 거머쥐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장 출신인 김 의원을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해 키워줬다. 2012년 경남도지사를 중도에 하차하고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그 후에도 대권에 대한 꿈을 키워왔으나 늘 한 발짝 뒤처져 있었는데, 이번에 양산에서 당선되며 일단 불씨는 살려놓았다.

‘드루킹’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 이름까지 거론된다. PK의 한 의원은 “혹시 김경수가 무죄를 선고받고, 대권후보로 나오겠다고 선언할 용기가 있다면 전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을 잇는 김 지사는 그의 등장이 PK 표심을 근저에서 뒤흔드는 빅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의 주목을 받는다.

그의 파괴력에 갸웃하는 분위기도 있다. 부산의 한 의원은 “김경수 지사가 나온다면 진영을 위해 뭉칠 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밀면 되겠다’는 확신이 서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나는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친문 진영 내부의 기류가 이렇게 엇갈리는 가운데 이 의원이 선수를 치고 나왔다. 이 의원은 당권 장악을 통해 당내 기반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친문에 의존하는 이낙연’이 아닌 ‘이낙연 대세론’을 굳혀나가겠다는 태세다. 설훈 의원을 필두로 한 몇몇 측근들은 세 불리기에 나서는 동시에 ‘이낙연 대세론’을 설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의 홀로서기는 말처럼 쉽지는 않아 보인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건 큰 자산이다. 하지만 아직 당내에 확실한 우군이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다. 확실하게는 이개호·설훈·오영훈 의원 등 일부만이 ‘이낙연계’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22명도 우군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실제 전당대회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이낙연의 당내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여야의 잠재적 대선주자 중 두각을 나타내는 지금쯤이면 경쟁적으로 줄을 서는 의원들이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아직 그런 분위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독보적인 대권후보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의 존경을 받은 민주당의 원로 인사는 대선후보 자격의 하나로 강력한 지지층의 존재를 들었다. 당내 경선을 통과하고 대선에서 명승부를 펼치자면 팬덤과 같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이 원로의 관점대로라면 이낙연 의원의 상대적으로 앞서는 지지율의 원동력이 뭔가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하겠다.

친문 내부에서는 30%대에 육박하는 이 의원 지지율을 온전한 ‘이낙연의 실력’으로 인정하기를 꺼리는 기류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PK 의원의 발언이다. “열성 친문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밀어준다는 생각으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이 아니라 누가 총리 자리에 갔더라도 지금은 그 정도의 지지율이 나오는 게 상식적이다. 이 의원이 당내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7개월짜리 당권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조바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 의원 입장에서는 친문계가 똘똘 뭉쳐 비토하면 대선후보는 고사하고 당권 가도조차 불투명해진다. 그렇다면 경쟁자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친문 진영을 갈라치기하는 게 이 의원에게 유리한 선택이 된다. 이 과정에서 친문 진영과의 마찰이 불가피하겠지만,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면 여권 내 대표주자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된다. 친문 등 당내 주류를 아우르면서 차기 대선으로 내달릴 수 있는 이점도 누리게 된다. PK 친문의 핵심인 최인호 의원이 6월 14일 사실상 이낙연 지지를 선언했듯이, 상당수 친문 의원들의 ‘투항’도 기대할 수 있다.

‘대권은 호남, 당권은 영남’ 시나리오


▎지난 1월 국회에서 4월 총선 경남 양산을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두관 민주당 의원. / 사진:뉴시스
그래서인지 당권 출마 선언을 앞두고 이 의원은 PK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는 6월 11일 부산에서 낙선한 원외 위원장들과 ‘위로 만찬’을 가졌다. 부산의 한 원외인사에게는 조직 관리를 부탁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어 6월 16일에는 창원에서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 자격으로 영남권 간담회도 개최했다.

민주당 PK 정치권은 호남 출신의 이 의원이 총력전으로 펼쳐지는 다음 대선에서 득표력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보적 태도를 견지하기도 한다. 박재호 의원은 “영남 보수 진영에서는 문재인·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도 호남 정권이라고 몰아붙이는 마당”이라며 “호남 출신 대선후보가 나서면 어떤 공세가 펼쳐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한다. “정권 재창출이 최우선 목표인데 호남 출신 대권후보로는 승산이 떨어진다는 것은 영남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연한 걱정”이라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전재수 의원도 같은 심정을 피력했다. “PK 친문 진영에서 이 의원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떠나, 영남권 전체가 호남 후보를 어떻게 볼까가 더 신경 쓰인다. 부산·경남보다 대구·경북은 더 심할 것이고. 그래서 우리 심경이 사실 좀 복잡하다.” 그렇다고 현실을 완전히 도외시할 수도 없다. 전 의원은 “그런데도 PK 친문 진영에서 볼 때는 이낙연 의원을 대신할 대안이 없다”면서 “그래서 대권은 호남, 당권은 영남 시나리오가 나오는 게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나오는 자체가 PK 입장에서는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선택 가능한 대안이 있을 때 이야기이고, 지금은 그런 대안이 없다.”

친문 핵심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대선후보가 되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내비친다. 역대 여당 후보들은 한결같이 대선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던 전례가 있다. 반면 높은 지지율을 달리는 문 대통령은 ‘레임덕’을 피해갈 것이고, 여당의 대선주자도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할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레임덕은 국민에게서 오는 것이지, 민주당이 없다고 해서 안 오는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자만이 레임덕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후계자의 조건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가운데) 민정수석이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이호철(오른쪽) 민정1비서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실제로 이 의원과 친문은 현안 대응에 결을 달리한 적이 적지 않다. 이 의원은 조국 전 장관 파문 때는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국민들 사이에 싹텄다”고 비판 입장을 보여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윤미향 사태 때도 이 의원은 당초 “엄중하게 보고 있다”라고 말해 이해찬 대표 등 정권 핵심부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또 노무현 대통령 후보 및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했으면서도 열린우리당 창당 때는 함께하지 않았다. 친문 핵심진영에서는 이처럼 고비 때마다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어온 이 의원은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대세론에 불이 붙고 일정 부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PK 정치권에 상존한다. 이를테면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힘의 균형추는 이 의원 쪽으로 확연히 기운다. 권력 이동은 피할 수 없는 섭리다. 아무리 탄탄한 지지율이 뒷받침된다고 하더라도 하산 길의 문 대통령은 이 의원에게 양보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즉 이낙연 대세론이 탄력을 얻기까지는 ‘문재인 후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지만, 대세론이 상승기류를 타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에 본선에서 힘에 부치면 어쩔 수 없이 ‘밟고 가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정권을 넘겨줬을 때를 생각하면 현직 대통령도 그 정도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은 노태우 후보에게 “필요하면 나를 밟고 가라”고 직접 말해주기까지 했다. 임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현직 대통령과 권력을 창출해야 하는 유력한 대선후보이자 당대표의 관계는 그만큼 녹록지 않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는 PK 친문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 후계자를 고르는 데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자가 만나본 PK 정치권은 이낙연 변수 앞에서 좌고우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컨대 전재수 의원은 “집권 후반기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차기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할지 의문”이라면서 “이 문제 때문에 친문 진영이 이낙연 의원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PK 친문 핵심의원의 말은 뉘앙스가 묘했다. “당권을 유력한 차기 주자가 장악하는 경우, 청와대와 당대표의 관계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 대선주자는 주자대로 자기 구상이 있을 것이다. 차별화 과정에서의 마찰을 경계하는 기류도 만만찮다.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과 이 의원을 밀어주자는 의견이 상존한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은 당내 권력투쟁의 서막과도 같다. 정권의 주류임을 자임하는 PK 친문 진영의 고민은 호남 대선주자의 등장을 앞두고 이렇게 깊어만 간다.

- 김경국 국제신문 서울본부장 thrkk@kookje.co.kr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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