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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국밥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여” 진실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김구 선생 일본인 살해 ‘치하포 사건’ 두고 백범일지 “국모 원수 갚고자”
■ 1896년 체포 뒤 1차 공초문에는 “일본인에게 밥상 먼저 줘 분개” 내용


▎‘비니좌’로 불리는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유세차에 올라타 오세훈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김구 선생에 대해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이라고 말한 ‘폄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연 해당 메시지의 근거는 무엇이며, 사료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김구 선생의 행동을 어떻게 기록했을까.

광복절인 8월 15일 한 보수 인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한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한 누리꾼이 해당 게시물에 “김원웅(광복회장)이 이승만 친일정권이라면서 X소리 날렸더군요. 그놈의 반일팔이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라는 댓글을 달자 노 위원장은 “김원웅이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승만에게 감사해야 할 일.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인데요 ㅎㅎ”라고 추가 댓글을 적어 논란을 불러왔다.

노 위원장이 언급한 사건은 1896년 있었던 ‘치하포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해 3월 8일 김구 선생은 황해도 치하포의 한 여인숙에 묵었는데 일본인 스치다 조스케를 조선인으로 위장한 일본 육군중위로 판단해 살해했다. 사건 직후 피신한 김구 선생은 6월 말 황해도 해주부에서 체포돼 인천감리서에 구속된 상태로 심문을 받았다.

복수의 사료는 김구 선생이 일본인을 보고 분개해 살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단 사건의 발단에 대해서는 사료 내용이 조금 엇갈린다. ‘백범일지’는 해당 일본인을 미우라 고로(명성황후 시해범) 내지는 그의 공범이라고 판단해 살해했다는 취지로 기록하고 있다.

노재승 “부정적인 부분 부각한 것” 사과

반면 김구 선생을 심문해 작성한 1차 공초문에는 “손님 중에 단발을 하고 칼을 찬 수상한 사람이 밥상을 먼저 요구하자 여점원이 그 사람에게 먼저 밥상을 주므로 마음으로 심히 분개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노 위원장의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의 근거는 이 1차 공초문으로 추정된다.

노 위원장은 지난 8일 YTN에 출연해 “그 사건(치하포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료가 조선인 행세를 하는 일본인 장교를 죽인 거다, 또는 제가 썼던 그 내용의 사료가 공존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고 부정적인 부분으로도 볼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작태에 분노한 내가 (감정이) 뒤틀려서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위원장은 모자의 일종인 ‘비니’를 쓴 모습으로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유세차에 올라타 오세훈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때문에 2030 세대에서 ‘비니좌’(‘비니’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의 ‘본좌’ 합성조어)라 불린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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