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3월 대선 앞두고 여론 자극하지 않겠단 의도로 풀이
■ 결국 부담은 차기 정부∙국민 몫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 커져
▎한국전력이 20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전면 동결한 가운데 이날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상가 전기계량기가 작동되고 있다. /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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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한전)의 올 한 해 영업손실 규모가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월간중앙이 다각도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부담은 차기 정부와 국민 몫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정부부처와 한전 등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0원으로 확정됐다. 국민들은 다음 3개월 동안 올 4분기와 같은 수준의 전기요금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인상을 유보했다고 해서 한전의 부담이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전 측은 이날 “원가연계형 요금제(연료비 연동제) 유보로 인한 미조정액(㎾h당 29.1원)은 추후 요금 조정 시 총괄원가로 반영돼 정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들 사이에서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니냐”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전기요금은 공식적으로는 한전이 발표하지만,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당시 정부가 연료비 조정단가 유보를 결정하면 한전이 따를 수밖에 없는 조항을 포함했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전기요금은 최근 1년간 연료비인 ‘기준연료비’에 최근 3개월 연료비인 ‘실적연료비’를 반영해 산정한다. 유연탄·LNG·벙커C유 가격 급등으로 2019년 12월∼2020년 11월 기준연료비는 ㎏당 289.07원이었지만 올 9∼11월 실적연료비는 ㎏당 467.12원으로 61.6%나 올랐다.
“정부는 나중에 국민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 밝혀야”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 상승률이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대선 직전에 2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데 대해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고,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을 것으로 파악됐다.이같은 한전의 내년 1분기 전기료 동결 방침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비판이 쏟아진다.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을 일시적으로 억제한다 하더라도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한전은 적자 누적으로 70조원을 차입해 지난해에만 2조원의 이자를 물었다는 점에서 정부는 나중에 차입 원리금까지 포함해 국민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