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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인천국제공항의 비상(飛上) 자신하는 이학재 사장 

“전 세계인이 ‘가고 싶은 공항’으로 만들겠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인천 출신 첫 사장… “공항과 지역사회 연계한 관광산업 부흥시킬 것”
코로나19 이후 재무구조 개선… “임직원 지원과 대외 업무 힘쓰겠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천 출신으로는 첫 사장이다.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휴가 시즌인 8월 성수기에는 입·출국하는 공항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여객 수요가 80%대까지 회복됐다. 흑자 전환과 재무구조 개선이 눈앞이다. 숙원 사업인 제2여객터미널 확장 공사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기자가 만난 공항공사 임직원들의 얼굴에서는 저마다 열의와 함께 활력이 느껴졌다.

그 선두에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있다. 그는 정치인 출신 CEO다. 인천 서구에서 구청장과 국회의원(3선)을 역임했다. 그의 취임을 두고 일각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노동조합이 이 사장의 첫 출근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심이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오히려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청사로 들어섰다. 취임식 후 곧바로 모든 현장 근무지를 일일이 찾아 직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로부터 6일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날아가 국제공항협의회 총회에 참석해 공항 비즈니스에 돌입,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공사에 와보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더라.” 취임한 지 3개월째, 이 사장의 소회다. 고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공항 분야인 만큼 각 부서 전문가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정부와의 협업이나 기업의 투자 유치 등 대외적인 업무에서 자신의 장기인 정무적인 감각을 발휘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공항과 지역사회를 연계한 관광산업을 부흥시키겠는 의지도 내보였다. 월간중앙은 9월 13일 인천 서구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이 사장을 인터뷰했다.

임직원 소통에 최우선… MZ세대와 티타임도


▎8월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열린 ‘공항 운영 완전 정상화 선포식’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권혁진 서울지방항공청장 등 공항 구성원들이 축하 떡케이크를 자른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하계 성수기 공항 이용객이 코로나19 이전의 85% 수준으로 회복한 데 따라 공항 운영을 완전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혈색이 좋다. 과거 마라톤 풀코스와 자전거 국토종주를 완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는 것 같다.

“요즘엔 카약을 즐긴다. 생각만큼 시간이 나지 않지만 이른 아침에라도 할 수 있으면 40분가량 카약을 탄 뒤 출근을 준비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취임 뒤부터 임직원과 소통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최우선이다. 소통과 화합이 제 경영철학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회사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런 대화를 하는 소규모 모임을 주제별로 만들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직장관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MZ세대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지난 8월 말에 ‘달콤한 오후’라는 직원간담회를 열었다. 다양한 직급·직무 분야 직원 30명이 참석했다. 최근 유행한다는 MBTI(성격유형검사)와 같은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조직문화 발전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격의 없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점심시간을 함께하는 ‘소통런치’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는 ‘치맥 데이’도 추진할 예정이다.”

인천 출신 최초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다. 지역사회와 공항 경제를 연계한 사업에 관심이 클 것 같다.

“인천국제공항은 우리나라의 관문이다. 여행객들이 한국에서 처음 맞는 도시가 인천인데, 이들을 위한 관광 산업을 부흥하는 데 관심이 많다. 또한 물류나 MRO(Maintenance·정비, Repair·수리, Overhaul·분해조립) 등 공항경제권 개발을 놓고 공항과 지역사회와 연계하면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인천과 공항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공항만 최고가 아니라 인천도 최고가 된다.”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 내용을 말해달라.

“공항 인근에 자리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을 개발 중이다. 카지노 복합 리조트인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개장이 임박했다. 호텔과 리조트를 통해 직간접적 고용창출은 물론 관광 산업과의 연계 등으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또 공항경제권 혁신 사업인 ‘미술품 수장고’의 경우 379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 지었다. 앞으로 인근 갤러리·화실·숙박·F&B(식음료) 등을 유치, 연관 클러스터를 조성해 문화예술이 깃든 인천공항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애구릉을 절토한 오성산 등 기존 유휴 부지에 지자체·지역 주민과 소통해 공원 및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인천공항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상반기에 매출액 1조1000억원, 당기순이익 240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당기순이익은 3200억원 정도를 달성할 전망이다. 항공수요가 회복되고 전사적인 노력으로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올해 초 세계 각국의 방역 규제가 완화되고, 성수기 연휴 효과까지 맞물려 여객 수요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대비 85.1%까지 회복됐다. 중국 여객은 7월 말 기준으로 2019년 대비 27.4%로 다른 나라보다 수요 회복이 더딘 편이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한국행 단체여행 금지가 8월 10일 해제되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내년에 4단계 사업 마치면 전 세계 3위 공항 도약”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8월 2일 인천국제공항 제2합동청사 확장공사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에게 아이스 넥 링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최우선”이라는 이 사장 경영철학의 바탕은 소통과 화합이다. / 사진:연합뉴스
현재 진행 중인 4단계 건설사업 현황이 궁금하다.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로 발돋움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인데…

“4단계 건설사업 종합공정률은 9월 현재 79%다. 7년간 4조8405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잘 진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4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제2여객터미널 확장과 3.75㎞ 길이의 제4활주로 신설, 계류장과 진입도로 확장 등을 통해 국제선 기준 세계 3위 규모의 공항으로 성장하게 된다. 연간 여객 1억600만 명, 운항 60만 회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항공 MRO 사업 현황은 어떤가?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도 함께 말해달라.

“항공정비 세계시장규모는 10년 뒤 1253억 달러까지, 연평균 2.9%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급증하는 정비시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복합항공단지 조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9만 평에 이르는 1단계 부지 및 기반시설에 대한 조성공사를 지난해 3월부터 진행 중으로, 2025년 개장이 목표다. 아울러 기체·엔진·부품 등 MRO 전 분야에 이르는 원스톱 항공정비 클러스터가 구현될 수 있도록 미 아틀라스항공 화물기 중장비 사업, 이스라엘 IAI사의 화물기 개조사업에 이어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항공정비 전문기업을 지속해서 유치해나갈 예정이다. 미 아틀라스항공 사업의 경우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1800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이스라엘 IAI사의 사업은 2025년부터 시설을 가동해 향후 50년간 추산되는 누적수출액만 15조원이다. 여러모로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다소 내국인에 편중된 것으로 안다. 외국인 관광 유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구상하는 전략 방안이 있다면?

“방한 외래관광객의 약 75%를 차지해온 아시아 지역 중 하반기 수요 회복의 핵심인 중국 및 동남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방한 프렌들리 캠페인’을 전개하겠다. 특히 중국 및 동남아지역 소셜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비자신청 등 일반인이 체감하는 방한 장애 요인을 발굴해 한국여행에 대한 우호적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동계 성수기를 겨냥, 동남아 인플루언서와 협업해서 동남아에선 경험할 수 없는 한국만의 겨울여행을 홍보할 것이다. 이 외에도 K-팝 콘서트, 박람회 등 K-콘텐트와 연계한 인바운드·환승 수요 유치를 프로모션하고 현지로 찾아가는 B2C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여행객의 삶의 질까지 채우는 서비스 제공할 것”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스마트패스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스마트패스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여객 편의성’과 ‘보안성’이다. 지난 7월 오픈 후 T1과 T2, 6개 출국장에서 약 4만5000명이 이용했다.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로 간편하게 사전 등록 후 출국장·탑승구 전용라인을 통해 여권이나 탑승권을 꺼내지 않고 편리하게 통과가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또한 생체인증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의 신원확인으로 여권 위·변조 등을 방지해 항공보안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2025년 4월까지 진행되는 2차 구축사업을 통해 모든 출국장, 탑승구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인천시가 UAM 특화도시로 선정됐다. UAM의 상용화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맡을 역할이 궁금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UAM Team Korea, 국내 UAM 표준수립 등 정부 핵심과제 파트너다. 정부정책의 수립을 지원하고 국가 연구·개발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K-UAM 그랜드 챌린지 실증에 참여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대한항공 컨소시엄을 구상해 내년 1월 1단계 실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현대자동차·현대건설·KT·대한항공 등 5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UAM 청사진을 발표하고 공동 사업 로드맵을 수립했다. 현재는 인천의 도서 지역과 도심지역의 UAM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인천시의 UAM 기본계획 수립 참여에 협의했는데, 도서 지역 UAM 관광 및 운송을 거쳐 인천 내륙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단계적 실증 방안을 검토 중이다.”

퇴임할 때 어떤 CEO로 기억되고 싶은가?

“공항 서비스는 더 이상 속도나 쾌적함 등 효율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항 주변에 볼거리나 맛집, 놀거리 등 여행객들의 삶의 질을 충족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하는 시대다. 이런 변화와 혁신을 끌어낸 CEO로 기억되고 싶다. 다만 이런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임직원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퇴임할 때 다른 사람보다 저 이학재가 사장하길 참 잘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았으면 한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10호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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