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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러시아·북한·이란, 21세기 ‘불량국가의 축’으로 

“미국에 대한 증오 공유… 전략적 이해관계 구축해 국제사회 위협”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원조 계기로 북한·이란과 밀월 강화
무기 판매로 경제 바닥 친 북한, 향후 위성·핵잠수함 기술 받을 수도


▎2023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에서 이뤄졌다. 양국의 밀월 관계를 상징한다. /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북한, 이란은 ‘불량국가의 축(Axis of Rogues)’이며 앞으로 국제사회 안정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이들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혹한 제재와 미국에 대한 증오 공유, 국제법 위반 의지로 단합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그룹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0대 위험 보고서’에서 러시아, 북한, 이란 등 3개국의 협력을 국제사회의 위협 요인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보고서는 “북한은 불량국가 지위와 군사화된 경제, 대량으로 보유한 옛 소련 표준의 포탄 덕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수적 자원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북한과 이란은 핵과 탄도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수십 년 동안 협력해 온 역사가 있다”면서 “이런 협력은 북한이 하마스와 후티 반군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에 무기와 미사일 설계를 공급하는 데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불량국가’는 자국민에 대한 인권 유린, 표현과 언론의 자유 억압 등 독재 체제를 구축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핵 등 대량살상무기 추구로 세계평화와 공존을 위협하는 나라를 일컫는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시절 앤서니 레이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레이크 전 보좌관은 1994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북한과 쿠바, 이라크, 이란, 리비아 등 5개국을 불량국가들”이라면서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적성국”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 등 3개국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지칭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또 다른 적대 세력을 마주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 지금도 ‘악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새롭게 포함됐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민간인 대량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체포영장을 발부한 전범이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등 전 세계를 핵공포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북한과 이란의 ‘뒷배’가 된 러시아


▎러시아의 빵 공장에서 빵이 아닌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상황을 체감할 수 있다. / 사진:러시아 1 방송 캡처
특히 주목할 점은 러시아가 북한, 이란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전략적 이해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포탄 등 무기들이 바닥을 보이자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이를 대량 공급받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을 비롯해 자금과 식량 등 각종 지원을 제공받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과 이란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못하도록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비호세력의 ‘뒷배’가 되고 있다.

옛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건국 이후 지금까지 통합러시아당이 연방 상·하원과 지방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권위주의 국가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대통령에 선출된 이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보다 실세인 총리를 역임한 것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3월 실시되는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 분명해 2030년까지 러시아를 통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에 따라 성직자가 통치하는 신정(神政) 체제 국가다. 초대 라흐바르(국가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망한 이후 후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989년부터 지금까지 통치하고 있다. 임기가 종신인 라흐바르는 국가원수로서 정부 수반에 불과한 대통령보다 높은 지위에 있으며 국가의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북한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 세습 독재국가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수령의 나라’인 북한은 주민들이 대부분 굶주림에 허덕이는데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해왔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17일 부친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후계자로서 권력을 승계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등 철권통치를 해왔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이란과 밀월 관계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필요한 드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무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초의 본격적인 드론 전쟁”이라면서 “드론이 전쟁 양쪽 당사자에게 모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힌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부터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드론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자 이에 맞서기 위해 드론 생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러시아로선 드론 강국인 이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7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하메네이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과 서방의 압박에 맞서 긴밀한 관계를 맺자고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옛 소련권 이외 지역 중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도 이란이었다.

드론 받은 러시아, 전투기로 이란에 보답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찾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회동하는 성의를 보여줬다. / 사진:이란 최고지도자실
이란은 푸틴의 방문을 계기로 러시아에 최대 사거리 1000㎞인 자폭 드론인 샤헤드-136 등을 대거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50㎏의 폭탄으로 무장한 채 시속 185㎞로 날아가는 샤헤드-136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 등 인프라를 무차별 공격해왔다. 게다가 양국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하고, 이란의 기술력으로 드론을 생산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966㎞ 정도 떨어진 옐라부가에 이란의 지원으로 드론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최소 6000대를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사거리 300~700㎞인 파테-110과 졸파가르 단거리탄도미사일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이란에 수호이(Su)-35 전투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Su-35는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다. 옛 주력기였던 Su-27의 레이더, 항전 장비, 엔진 등을 전면 교체해 만들었다. Su-35는 4세대 전투기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사이인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며, 2014년부터 러시아군에 본격 도입됐다. 최고속도는 마하 2.35, 항속거리는 3600㎞, 전투 반경은 1600㎞로 고속·고고도 비행 능력을 갖췄다. 12기의 공대공·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으며, AS-17 초음속 대함 미사일도 탑재됐다.

이란의 공군력은 그동안 상당히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동 지역의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물론, 적대국 이스라엘에 비해서도 훨씬 열세다. 이란은 그동안 공군력을 강화하고자 총력을 기울여왔지만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번번이 실패했다.

이란 공군은 1979년 이슬람혁명 전 미국으로부터 구입한 전투기를 사용했다. 주력기는 F-14다. 이란은 1990년대 러시아로부터 미그(MiG)-29 전투기를 도입한 적은 있지만,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더는 전투기를 수입하지 못했다.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를 도입하면 공군 전력이 상당히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란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을 상당히 앞서고 있고, 이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사용 중이다. 킨잘 미사일의 최대 속도는 마하 12이며 사거리는 2000㎞다. 이란은 지난해 11월 21일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1호’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러시아는 우주개발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란에 ICBM 기술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지난해 8월 ‘하이얌’이라는 군사용 정찰위성을 러시아의 소유스 로켓에 실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쏘아 올렸다. 이 위성에는 1.2m 크기의 물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탑재됐다. 러시아가 이란의 군사용 정찰 위성을 대신 발사해 준 것으로 볼 때 ICBM과 관련된 노하우도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또 전장에서 포획한 서방 무기를 이란에 넘겨줘 복제품을 만들도록 돕는가 하면 양국 은행 간 통신망 연결에도 합의했다. 두 나라 모두 서방 금융망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황에서 양국 간 거래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도다.

북한 경제 지탱하는 무기사업


▎2024년 1월 최선희(왼쪽) 북한 외무상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최 외무상의 수행원이 우주 기술 관련 서류를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북한은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에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부족해진 포탄과 단거리 미사일 등을 보충하기 위해 북한과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3일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와 경제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미사일 등을 공급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위성과 핵잠수함 기술 등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북한은 현재 러시아의 최대 무기 공급처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100만~200만 발의 포탄에 이어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발사대 여러 대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집된 미사일 파편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를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KN-23과 KN-24는 러시아제 미사일과 비슷한 수준의 명중률을 갖춘 최신 무기다. 게다가 러시아는 북한의 도움을 받아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현재 우크라이나는 하루 2000발의 포탄을 간신히 쏘고 있는데, 북한의 도움을 받는 러시아는 하루에 1만 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하루에 7000발의 포탄을 발사해 하루에 5000발을 발사한 러시아보다 우위에 있었다.

북한은 무기 판매로 든든한 돈줄을 확보했고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자회사인 피치 솔루션의 북한경제 전문가 안위타 바수 연구원은 “북한 경제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 등에 힘입어 올해 0.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전망치는 핵 개발에 따른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강화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바수 연구원은 “북한 노동력의 절반이 어느 정도는 군수산업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북한산 무기에 대한 수요 증가가 불가피하게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사용하는 155㎜ 포탄의 경우 1발당 가격이 3000~4000달러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미사일·포탄 등의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2년 한국은행이 북한의 경제 규모를 245억 달러(약 32조8000억원)로 추산한 것에 비춰보면 엄청난 금액으로 평가된다.

24년 만에 임박한 푸틴의 평양 방문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나진항을 드나드는 러시아 선박의 무기 거래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 사진:워싱턴포스트 캡처
또한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1일 군사용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해 지구 궤도에 안착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핵 추진 잠수함 건조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핵 추진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다. 푸틴은 1월 16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직접 만나 극진히 환대했다. 푸틴이 다른 나라의 정상도 아닌 외교수장을 직접 나서 환영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양국관계가 두터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당시 방북 초청을 수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면담 내용에 대해 “북한은 우리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며,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다시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북한을 찾은 적이 없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3월 러시아 대선 이후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즈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협력은 물론 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푸틴이 얻는 것뿐 아니라 김정은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 가능성

심지어 러시아와 북한이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군사 협력 관계를 넘어 동맹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유사시 군사 개입을 상정한 옛 소련 시절의 동맹 관계를 복원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옛 소련은 1961년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했었는데, 이 조약에는 양국 간 자동 군사개입은 물론 군사·경제·문화·기술 등에 관한 원조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소련 붕괴 이후 북한과 거리를 두던 러시아는 1996년 이 조약의 폐기를 통보했다. 양국은 2000년 친선·협력 조약을 체결했는데, 이 조약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없다. 만약 북한과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킨다면,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국제질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개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2008년부터 나진과 자국의 국경 지역인 하산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를 개·보수하고 나진항을 복합 물류 허브로 만들기 위해 현대화하는 등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나진항 3번 부두의 운영권을 49년간 확보했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이 2020년 2월 초 코로나19 팬데믹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의 국경을 봉쇄하면서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양국의 군사협력에 따라 러시아의 대형 수송선들이 현재 수백 개 컨테이너에 가득 찬 북한산 포탄을 운송하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푸틴이 적극 추진해온 ‘신(新)동방정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신동방정책은 극동지역 개발로 러시아의 경제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 국민은 대부분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극동 지역을 외면해왔다. 게다가 이 지역의 젊은 층이 대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극심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안보리 제재 결의를 무시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대거 유입시킬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러시아가 나진항에 태평양 함대 함정들을 주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동해에서 북한과 해상 연합군사 훈련 등을 실시할 수도 있다. 소련은 서방의 포위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동과 발트해, 흑해 등에서 부동항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해 자국 영토로 만든 것도 부동항 정책의 일환이었다.

러시아가 북한을 지렛대 삼아 지정학적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서방에 반대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축을 만들며 꽃피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403호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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