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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탐정사무소 매출의 90%는 불륜 사건? 

“카니발에 샤넬 백 숨긴 아내, 직장 상사와 밀회 대가였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간통죄 폐지 뒤 탐정에 조사 의뢰 늘어… 불륜 산업엔 비수기 없다”
검증되지 않은 탐정사무소 난립은 문제… “변호사 소개 받는 게 안전”


▎탐정 김모 씨가 차량을 운전해 서울 동작구에서 경기도를 오가는 의뢰인의 배우자를 조사하는 장면. / 사진:취재원
흥신소 매출의 90%는 불륜 관련 조사 의뢰다. ‘불륜 산업’에는 비수기가 없다는 말처럼 우리나라 이혼의 주된 원인이 배우자의 외도인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보다 2015년 간통죄 폐지 후 불륜 현장을 급습하는 수사기관의 업무가 흥신소로 넘어가면서 불륜 조사의 전성기가 열렸다고 보는 게 맞다. 흥신소들이 ‘안전한 등록업체’라든가 ‘민간조사사 자격증 보유’ 등 요란하게 홍보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다.

최근에는 이혼전문 법률사무소와 손잡고 일하는 흥신소들도 등장했다. 성격 차이나 부부 간 갈등에서 빚어진 이혼소송은 유책 배우자를 가려내기 쉽지 않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업계 용어로 ‘체력전’이다. 이렇게 기간이 늘어지면 재산분할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비율을 받아내기 위해 애초의 이혼 경위와는 무관하게 상대의 사적인 결함을 폭로하는 변호사 의견서들이 판사 책상에 수북이 쌓이게 된다. 이때 쯤이면 소장(訴狀)을 내기 전 “승산이 없으니 흥신소에 배우자 미행을 맡겨보시라”는 변호사의 권유가 나오기 마련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는 남성 A(38)씨가 흥신소를 찾게 된 것도 변호사 소개 때문이었다. 그는 결혼생활 10년 만에 갑자기 냉담해진 아내에게 불만을 품고 서울 양재동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이혼소송 상담을 받았다. 이후 법률사무소로부터 “잘 아는 흥신소가 있으니 한번 들러보라”는 말을 들었다.

의뢰인 A씨는 어릴 때 보육원에서 성장해 16살에 퇴소했다. 국가에서 받은 자립정착금 500만원이 가진 돈 전부였다. 상급학교 진학 대신 자동차 정비를 배웠다. 일을 빨리 배우고 손재주가 좋아 동네 카센터에서 시작해 외제차 업체로 스카우트까지 됐지만 일상생활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퇴근 후엔 자취방에서 혼자 소주를 들이켜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위궤양에 걸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때 병원에서 만난 간호조무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고 했다.

갑자기 냉담해진 아내 뒤를 캐보니


▎탐정 김모 씨가 촬영한 경기도의 한 모텔촌. 대체로 불륜 조사는 ‘타깃’이 패턴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 결정적 증거를 잡는 사례가 많다. / 사진:취재원
“연년생 딸을 두 명 낳았는데 아내는 보육에 신경 써야 한다면서 병원 일을 관뒀다. 처음 9년 동안은 괜찮았다. 그러다 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 그때부터 집안 분위기가 냉골로 변했다. 생계 때문에 동네 카센터로 다시 돌아갔지만 월급이 300만원이 채 안 됐다. 그 돈으로 식구 네 명을 먹여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A씨 배우자는 경기 하남시에 있는 요양원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딸들을 초등학교에 보내야 했기에 A씨는 자신이 운전하던 카니발 차량을 배우자에게 넘겨주고, 구형 쏘나타 중고차를 샀다. 이후 A씨 배우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의뢰인과의 대화는 물론 잠자리도 피했다고 한다. 침묵이 길어지면서 부부싸움이 벌어지곤 했는데, 폭언과 비명 소리를 참다 못한 주민이 신고해 경찰이 집에 들이닥친 일도 있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눈만 마주쳐도 험악해질 지경에 이르게 되자 A씨 아내가 딸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고 했다.

“불륜 정황이 있느냐”는 흥신소장 김모(42) 씨의 물음에 의뢰인은 명품 가방을 언급했다. A씨는 6개월 전 회식 때문에 늦어진다는 아내가 수상해 집 밖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자정쯤 대리운전으로 도착한 아내가 명품 가방을 메고 조수석에서 내렸다가 다시 차에 가방을 넣고 내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김씨는 A씨로부터 혼인관계증명서 등의 서류와 가족사진을 확인한 뒤 의뢰를 수락했다. 이번 조사는 일당 40만원의 수고료를 받기로 하고, 주말을 제외한 10일간의 조사 일정으로 진행됐다. 웬만한 변호사 선임 비용과 맞먹는 액수였다. 이에 김씨는 자신이 10년간 깨끗하게 일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용도가 좋아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설명이었다. 탐정 업계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사기에 눈 밝은 잡범들도 적지 않다.

다음 날 아침, 탐정 김씨는 A씨의 배우자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다. 일상 패턴을 체크하려는 것이다. 대체로 불륜 조사는 ‘타깃’이 패턴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 결정적 증거를 잡는 사례가 많다. 김씨가 파악한 A씨 배우자의 동선은 ‘출근 -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 요양원 - 헬스장 - 귀가’ 순서였다. 헬스장은 저녁 6시 퇴근한 A씨 배우자가 직장 근처 대로변의 한 빌딩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에 A씨에게 문의한 결과 ‘요즘 스피닝 다이어트를 한다’는 답변을 듣고 추정한 것이다. 실제로 A씨 배우자는 저녁 8시쯤이면 빌딩 주차장에서 나와 그대로 귀가했기에 문제 될 소지는 없어 보였다. 김씨가 한 주 동안 지켜본 결과 A씨 배우자는 이러한 동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외도하는 사람은 경계심이 높고 숨어서 바람을 피운다지만 이번 사건은 지나치게 패턴이 단조롭다.” 김씨가 A씨 배우자 차량에 부착한 GPS(위치추적기) 기록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조사기간 만료를 이틀 앞두고 김씨는 의뢰인 A씨에게 배우자의 차 키를 복사해 두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아내가 차량의 예비 키마저 가져갈 만큼 자동차에 집착했다”는 A씨 설명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이날 복사 키를 받아든 김씨는 요양원에 있는 A씨 배우자의 차에서 이미 사용한 속옷이 담긴 비닐과 샤넬 백을 발견했다. 내비게이션의 검색 목록을 확인하자 도시 근교의 장어집이 눈에 띄었다. 해당 가게에 전화를 걸어보니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오래전 폐업한 곳이었다. 나중에 그곳을 들른 김씨는 “불륜의 명소라고 불릴 만한 곳이었다. 야외 주차장에 차량 몇 대가 라이트를 꺼둔 채 한동안 머무르고 있더라. A씨 배우자가 조사에 들어가기 몇 달 전에 들렀던 것 같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타깃의 패턴 파악”


▎의뢰인들은 수사기관 근무 이력을 가진 탐정을 선호한다. 일 처리가 깨끗하기 때문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다음 날 김씨는 빌딩 2층의 헬스장으로 향하는 A씨 배우자의 뒤를 밟았다. 이제 정황은 파악했으니 그림자 역할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움직일 때라고 했다. A씨 배우자는 빌딩 복도를 지나 후문으로 빠져나가더니 골목의 한 모텔로 향했다. 김씨는 외투 가슴팍에 달아둔 고프로(GoPro) 액션 카메라를 떼 모텔 입구가 보이는 위치에 설치한 뒤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그는 “A씨 신용카드로 담배를 샀다. 그래야 불륜 증거를 잡았을 때 현장에 내가 아닌 A씨가 있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1시간도 안 돼 모텔에서 나온 A씨 배우자 옆에는 30대 후반 남성이 있었다. 김씨는 며칠 전 그 남성을 본 적이 있다. A씨 배우자가 일하는 요양원 원장이었다. “A씨가 요양원에서 난동을 부렸다. 원장을 무릎 꿇리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샤넬 백의 출처도 그때 나왔다. 원장 본인이 준 거라고 하더라.” 후일 만난 A씨가 사건의 근황을 전했다. “A씨는 폭행 혐의로 입건됐고, 그의 이혼 청구에 아내는 남편이 편집증에 걸렸다며 반소를 냈다. 이혼 사건은 그냥 정글이다.”

의뢰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검증 안 된 탐정사무소의 사기 행각이다. 탐정 업계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사기 행각은 ‘먹튀, 양방, 핑’이다. ‘먹튀’는 의뢰인의 선수금만 받아 챙긴 뒤 일체의 조사 없이 잠적하는 행위다. ‘양방’은 의뢰인과 조사 대상자 양측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을 의미하는 ‘핑’은 조사 과정에서 상대의 약점이 될 만한 증거를 확보한 후 협박 수단으로 삼아 조사 대상자로부터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업계에 양아치가 너무 많다.” 6년 차 탐정 김모(33·더믿음 탐정사무소) 씨의 쓴소리다. 2020년 탐정이란 명칭을 달고 영업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업계 물이 흐려졌다고 그는 지적한다. 채권 추심과 도·감청, 청부 폭행 등을 주업으로 삼은 불법 심부름센터가 과거를 숨기고 멀쩡한 탐정 업체인 양 홍보하는 경우가 늘었다.

검증 안 된 탐정사무소 사기 주의보


▎탐정업을 보이스피싱 범죄의 영업 창구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사무실 없이 휴대폰 하나로 사업을 꾸린다. 탐정 업체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협박당한 30대 후반 남성이 탐정사무소에 들러 제공한 사진 중 일부. / 사진:취재원
“처음 의뢰를 맡긴 업체에 700만원 정도 뜯겼다.” 지난해 12월 14일 밤, 서울 영등포구의 더믿음 탐정사무소에서 문성현(가명·48) 씨가 털어놨다. 전주에 사는 그는 한 달 전 전봇대에 붙은 탐정 업체 전단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되다가도 신경이 예민한 탓일 거라 고개를 젓던 게 벌써 6개월째. 그날만큼은 쉽게 털어내지 못했다. “사무실이 없다고 했다.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났는데, 사정을 듣더니 금방 해결되는 건수라고 했다. 조사 기간은 2주, 선수금 300만원을 요구했다.” 높은 액수에 기가 막혔지만 “이혼소송은 남자가 불리하다. 상대 약점이 없으면 양육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회유에 넘어갔다. 이후 조사는 지지부진, 진전이 없었다. 기한이 다가오자 배우자가 일하는 건물 사진을 보여준 뒤 건물 내 학원 원장이 수상하다고 했다. “거의 다 확보했다. 2주만 더 연장하자”며 300만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그 말에 넘어간 게 화근이었다. 2차 조사 비용에 경비까지 더해 400여만원을 입금했다. 다음 날 탐정에게 전화하니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이 들렸다. 직후에 벌어진 부부싸움에서 배우자는 “내게 미행을 붙였느냐”고 쏘아붙였다. 문씨 가정은 풍비박산 났다. “양방에 당하신 것 같다.” 사정을 들은 탐정 김씨의 말이다. 문씨로부터 돈을 가로챈 업자가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확보한 뒤 이를 빌미로 배우자에게 접근, 상당한 액수를 또다시 뜯어냈을 거라는 추론이다. 실제로 김씨는 전주로 출장을 떠나 단 이틀 만에 배우자와 학원 원장의 외도 증거를 잡아냈다.

탐정업을 보이스피싱 범죄의 영업 창구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탐정 심모(38)씨는 “도저히 방법이 없다”면서 의뢰인을 돌려보낸 참이었다. 김포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남성이 사무실을 찾아왔는데,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였다. 며칠 전 상간녀와 수원역 인계동의 저녁거리를 걷는 사진부터 지역 모텔에 드나드는 영상까지 다량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익명의 대상으로부터 전송됐다고 했다. 가운을 입고 침대에 누운 그와 상간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상대는 계좌를 불러준 뒤 1000만원을 입금하라며, 이를 거절하면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입금을 미루자 상간녀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전송됐다. 그러면서 상대는 다른 계좌를 제시하며 이틀의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적금을 깨서 돈을 입금하자 한 달 뒤 또다시 1000만원을 요구했다. 배우자의 이혼 소장까지 청구된 상황.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런 사기 행각이 횡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탐정들은 관리·감독 기관의 부재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탐정 제도화 움직임은 17대 국회(2004년)부터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청과 법무부 간 관리·감독 주체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면서 법안 통과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 사이 2020년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으로 ‘탐정’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됐는데, 이때부터 검증 안 된 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조폭의 금융 범죄에 동원되는 다단계 하청업자나 유사 기업인 등 사기에 눈 밝은 잡범들이 업계에 유입됐다. 실제 기자가 만난 탐정 1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신원이나 경력을 밝히기 꺼렸다. 모두 사무실 없이 휴대폰 하나로 사업을 꾸린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그마저도 대포폰일 수 있다. 먹튀나 양방을 치고 잠적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유심 업자에게 새 번호를 구하는 데 30만원도 들지 않는다.” 탐정 김씨의 설명이다.

“이혼 전문 로펌과 공조 경험 있으면 믿을 만”


▎이혼 전문 로펌과의 공조 경험이 탐정 업계에선 유일한 검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모 로펌에서 탐정과의 미팅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 / 사진:안덕관 기자
이런 사정으로 의뢰인들은 수사기관 근무 이력을 가진 탐정을 선호한다. 최근 업계에서는 특전사 출신의 40대 모 탐정이 깨끗한 일 처리로 정평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게서 며칠간 일을 배웠다는 탐정 심씨는 “인상이 평범하고 체구도 왜소한데 움직임은 민첩하다. 조사 과정에서 타깃은 물론 주변 누구에게도 눈에 띄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심씨에 따르면 그는 현장 조사는 줄이는 대신 최근 탐정학과가 신설되는 대학가 분위기를 읽고 교수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경찰 출신을 사칭하는 사례가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기자가 만난 30대 초반 탐정은 자신이 불과 3년 전까지 서울 강남의 모 지구대에서 일했다며 경찰 정복을 입은 과거 사진을 보여줬다. 이에 최종 부임지가 기재된 경력증명서를 나중에 보여 달라고 했더니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탐정들은 최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불륜 증거라면서 10초 내외 영상을 게재해 홍보하는 업체가 있는데, 이들도 주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영상을 보면 대개 식당이나 해변 등지를 걸어 다니는 남녀를 모자이크한 후 ‘불륜 커플’이라는 글씨를 자막처럼 달아놓는 게 다반사다. 탐정 양모(37) 씨는 “실제 증거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아무 풍경이나 촬영하고 사건과 무관한 일반인에게 모자이크를 덧씌웠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데 현혹되면 사기의 덫에 걸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이혼 전문 로펌과의 공조 경험이 탐정 업계에서는 유일한 검증대 역할을 하고 있다. 변호사로서도 의뢰인에게 부실 업체를 소개할 이유가 없고, 때로는 증거 수집까지 마친 사건을 탐정에게 전달받는 경우도 있어, 대형 로펌의 경우 사무장들이 입소문 난 탐정을 상대로 영업을 펼치기도 한다. 한 변호사는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물론 의뢰인에게 정직한 탐정이라고 해서 법규를 다 준수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 업무에는 필연적으로 사생활 침해 등 불법행위가 수반돼 있다. 조사 대상자의 뒤를 밟아 불륜 현장을 몰래 촬영하거나, 조사 대상자의 차량에 위치 추적 장치인 GPS를 부착해 미행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현행법으로 모두 불법이다.

세평 조사의 경우 탐정은 ‘정보 브로커’에게 조사대상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려준 뒤 개인정보를 전달 받기도 한다. 실제 기자가 취재 중 만난 정보 브로커는 모 캐피털사 출신 50대 남성이었다. 그는 보험사 직원과 유착해 정보를 빼낸 것은 물론 현직 경찰관과 사적 관계를 유지하며 수사 기록 문서를 쉽게 입수하는 수완을 보였다. 이 밖에 리스 차의 GPS를 관리하는 업체와 위치 정보를 교류하는 탐정도 있었다.

현직 경찰관 다수 “국가 공인 탐정에 찬성”

대안은 뭘까? 국가자격시험을 치르게 하는 공인탐정제도가 업계를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은 탐정의 업무 범위를 미아·가출인·실종자·소재 불명인 등에 대한 소재 파악과 이에 대한 사실 조사 등으로 제한해 불법행위를 최소화했다. 현직 경찰관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홍태경 가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직 경찰관 231명 중 195명(84.4%)이 탐정업 법제화에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계류 중이다.

이미 탐정이라는 직업이 합법화된 미국과 일본에는 약 6만 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통계 수치는 고사하고 탐정 업계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차 알 수 없다. 오히려 탐정협회나 연맹만 70여 개가 난립해 있다. 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민간조사사 자격증을 장사하듯 내주는 까닭에 관련 자격증 종류만 30여 개에 달한다. “일 배우고 싶다는 전화가 한 달에 4~5통은 온다. 만나 보면 다들 정체 모를 자격증 하나씩 보여주는데 정작 의뢰한 내용을 조사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은 못 봤다. 그게 현실이다.” 김씨의 푸념이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403호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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