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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시대유감’ 

“대한민국은 몰락 중…, 반도체 미래 암담”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2년 만에 제품 만들어내는 TSMC의 순발력, 삼성·SK하이닉스가 못 당해”
■ ‘한강의 기적’ 저변엔 ‘한국적 스피드’도 한몫… 지금은 ‘만만디’ 관성 젖어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린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 힘써야”
■“국민의힘 총선 공천, 무난함만으로 과연 국민의 감동을 끌어낼 수 있나?”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3월 7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고물가, 고임금이 외국 기업인들의 대한민국 투자를 꺼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제가 하고픈 얘기는 대한민국이 흥망의 갈림길에 섰다는 점이다. 지금 나라의 상황은 망해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에서 ‘한강의 몰락’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3월 7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진단해달라”는 질문에 대뜸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판단의 근거를 대보라”고 되묻자 2월 24일 개소식을 가진 TSMC의 일본 구마모토현 파운드리 공장 조기 가동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는 사업계획 발표 28개월 만에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용지 선정 후 5년 동안 착공도 못한 한국 기업(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례를 들어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자들을 당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에게 나라의 위태로움은 이런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저하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를 이끌며 접해 본 대한민국은 임금, 물가, 노사관계, 지역균형발전 등 주요 현안에서 현저한 퇴행과 피로(疲勞) 현상을 보인다고 그는 진단했다.

경사노위는 1997년 말 외환위기 발생 당시 발족한 노사정위원회의 후신으로 노·사·정 등 경제사회 주체가 모여 고용·노동 정책 등을 심의·협의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이다. 또, 대통령의 자문 요청에 응하는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이기도 하다.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경기도지사(재선), 국회의원(3선)을 지낸 그는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 이래 경기·대구·서울 총선과 지방선거에 총 7차례 선거에 나선 베테랑 정치인 출신이기도 하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장으로도 활동하는 등 선거를 앞둔 표밭 동향에 민감한 편이다. 김 위원장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해 “보다 감동을 주는 방향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지난해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7년여 만에 복귀하는 등 사회적 대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그 이후의 성과가 어땠나요?

“이번 정부는 노사관계에 법치주의라는 대(大)원칙을 세웠습니다. 그 어떤 정부도 하지 못한 대단한 개혁 성과를 거둔 것이지요. 노동개혁의 남은 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구조적 문제 해결과 4차산업혁명 등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와 관행의 개선 등입니다.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등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 만큼 경사노위에서 노·사·정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견인하여 각종 현안의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모두가 잘사는 행복한 나라로 가고 있나요?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대한민국이 이제 몰락하는 중입니다. ‘한강의 몰락’이라고나 할까요. 일본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을 한번 보세요. 착공 20개월 만에 가동에 들어갔잖아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펼친 속도전에 일본 행정 당국이 세금과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입니다. 다각도로 글로벌 생산기지를 건설하려는 대만의 구상과 반도체 산업 부흥을 노리는 일본 당국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이지요. 대만이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한 때는 2021년 10월이지요. 보통 5년은 소요될 것이라던 전망을 뒤엎고 사전 준비와 착공, 가동까지 28개월 만에 해치운 겁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요? 아마 계획 발표에서 공장 가동까지 5년으로는 턱도 없을 겁니다.”

왜 그렇게 보는가요?

“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0년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경기 평택 고덕 신도시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합의했어요. 그 공장이 첫 가동에 들어간 때가 2017년 7월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했지만, 아직 공장 건설을 위한 첫 삽도 못 뜨고 있지요. 토지 보상 절차와 행정 인허가 지연, 지역 민원, 지자체의 용수 공급 난색 등이 첩첩산중이라 착공은 매년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반도체 공장 설비를 돌리자면 전기가 필수적인데 고압선이 통과하는 지역마다 반대가 심해서 인프라 조성에 애를 먹습니다. 이런 반도체 산업 동향이 대한민국은 현저한 몰락의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업의 추진 속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군사정권 이래 ‘한강의 기적’ 저변에는 ‘한국적 스피드’도 한몫했습니다. 목표를 향해 몰아붙이는 힘과 속도 말이죠. 이제는 중국식으로 말하면 한국은 ‘만만디(慢慢地, 천천히)’ 관성에 젖어든 겁니다. 대만도 그렇지만 일본도 최근 엄청 큰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더군요. 지난해 말 경제사회노동위 일본 출장길은 제게 다른 충격으로 와 닿았습니다. 일본은 여러 면에서 한국보다 앞서가고 있었어요. 물가도 그랬고, 특히 임금 문제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태도는 상상을 뛰어넘었죠.”

일본 노조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이 우선”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 전경. / 사진:연합뉴스
임금 인상 문제를 대하는 관점이 어떻게 우리와 다른가요?

“도요타 자동차 1차 협력업체의 노동위원장과 대화할 기회를 가졌어요. 이들 공장 노동자의 임금 인상 폭이 3%가 채 안 됐거든요. 왜 그렇게 적게 올렸느냐고 물었더니 노조 위원장이 하는 말이 ‘우리는 임금 인상이 아니라 고용 안정이 문제’라는 것이었어요. 일본 후생노동성도 방문했는데 가히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일본 기사다 후미오 총리가 ‘새로운 자본주의’를 주창했기에 후생노동성 관료에게 새로운 자본주의의 개념이 뭐냐고 물었어요. 그 관료가 하는 말이 ‘새로운 자본주의는 임금 인상’이라고 하더군요. 노동계가 춘투(春鬪, 춘계 투쟁)도, 임금 인상 요구도 안 하니까 일본 총리가 나서서 ‘임금을 올려야 경제가 돌아간다’며 임금 인상을 채근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노조가 자제하는 임금 인상을 총리가 촉구하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우리는 어떠한가요?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전년 대비 12% 인상하고도 올해 특별성과급을 요구하고 있잖아요. 이는 비단 민간의 문제만은 아닌 거 같아요. 제가 경사노위에 지시해서 한국과 일본 공무원의 급여를 조사케 했더니 한국 공무원들의 봉급이 일본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민간, 공공 할 것 없이 한국의 임금 수준이 일본보다 높고, 최저임금도 우리가 더 많이 주고 있어요.”

그 원인에 대해서도 생각해봤겠군요.

“우리는 일본보다 집값·밥값·옷값 등 대부분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이렇게 비싼 땅에, 높은 물가에, 고임금을 무릅쓰고 파업하는 사람 달래가면서 대한민국에 투자하려는 해외 기업인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가 몰락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면 당장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현실이 이처럼 각박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우선입니다. 일본이 워낙 싸다 보니 이제 제주도 여행할 경비로 일본 2박 3일 가도 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 말이죠. 제조업, 연구, 관광, 공공 분야가 다 이런 지경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일본보다 시장도 작고 규제는 많고….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런 희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망해간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대화를 통해 이 같은 현실을 공유하고자 애를 쓰는 편입니다. 지난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위를 구성키로 하고, 사회적 대화를 계속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또 ‘일과 생활의 균형위원회’ 와 ‘인구 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등도 운용하기로 했지요.”’

일본 구마모토현은 수도 도쿄로부터 900㎞ 떨어진 국토의 남단에 위치합니다. 한국은 인력 수급 문제를 들어 반도체 공장이 수도권에 몰리는 상황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이런 차이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일본은 분권 국가였다면, 한국은 중앙집권적 국가였죠. 일본은 막부 시대 이래 각 번(番)으로 나뉘어서 번주(番主)를 두는 등 철저한 분권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였습니다. 우리는 신라 이래 오로지 중앙집권적 전제국가로 살아왔지요. 그래서인지 일본의 지방자치만 봐도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발달해 있습니다. 우리는 말은 지방자치라 하지만 모든 걸 중앙정부에서 처리해요. 제가 경기도지사를 해본 경험으로는 지금의 지방자치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또 우리는 일본에 비해 땅이 작은 나라지요. 일본은 우리와 비교하면 땅덩어리가 큰 편입니다. 그나마 박정희 대통령 시절 지방에 산업, 주거, 대학 등 자족적 기능을 가진 신도시들을 많이 만들었지요.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수도권에 주거용 주택을 집중적으로 건설하면서 지방은 점점 야위어 갔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처·레이건 버금하는 법치주의자”


▎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오찬 회동에서 발언 중인 김문수(앞줄 맨 왼쪽) 경사노위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한국 기업들은 인력난 때문에 수도권에 입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그건 잘못된 교육 제도의 탓도 있습니다.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지방의 명문고들이 다 평준화됐죠. 그러다 보니 지방 고교 인재들이 서울의 8학군 등 서울로 많이 몰린 것 아닙니까. 그 연장선에서 지방의 대학도 다 퇴조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평준화 정책이 공교육을 아래에서부터 황폐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지방대학 육성과 활성화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고, 의과대학 증원도 지방에 먼저 할애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의대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 대치를 이뤘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 중재를 생각해 보셨는지요?

“의사들의 ‘파업’은 실제 파업이 아닌 의사들의 ‘집단행동’이기에 노동문제를 주로 다루는 경사노위가 중재하기는 맞지 않는 사안입니다. 또한 관계 부처가 현재 전방위로 나서 의료계와 소통하고 있는 만큼 지금은 지켜보는 것이 더 좋은 선택 같기도 합니다. 다만, 의사가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집단 사직, 휴학하는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을 겁니다. 일각을 다투는 중환자들이 병상에서 고통받는 점을 고려해 ‘선(先)복귀 후(後)대화’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고 노동개혁도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엄단하고 노조의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있으니까요. 이는 1980년대 탄광노조 파업에 법치를 관철한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나, 불법 파업에 나선 미국 항공 관제사들을 대량 해고 조치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만큼이나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집권한 지 아직 2년이 안 됐지만, 법치주의 하나는 제대로 세웠다고 평가합니다.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 꽉 조여졌던 법치주의의 나사가 1988년 이후 노태우 대통령 이래 7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계속 이완돼 왔지요. 그걸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잡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 이어 다음 대통령도 법치주의를 공고히 한다면 거기서 어떤 승부가 나리라 예상합니다.”

“대기업 노조, 중소기업·비정규직 아픔 헤아려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AI 시대를 맞아 기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짐을 나누어 지는 연대의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노동운동을 지도한 경험에 비춰봤을 때 현 노동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짚는다면?

“무엇보다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입니다. 노조가 없는 86% 미조직 취약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건 노동계의 사명과도 같습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은 대기업 노사의 과도한 이윤 추구와 지난 정부의 개혁 실패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기업·정규직의 노조가 임금, 복지와 고용 안정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헤아리는 데는 소홀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임금을 더 받고자 하는 것은 인간에게 보편적 욕구 아닌가요? 이런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는 자기 보호 본능의 발로일 수도 있지요.

“정글에서는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통하지요. 선진 문명사회에서는 내가 배고프다고 남을 잡아먹지는 않아요. 나와 함께 남도 생각할 때 선진국이 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만 바라보면 욕망은 끝이 없지요. 주변에 더 어려운 이웃들도 살펴야 합니다.”

지금 수도권 지자체들은 GTX 노선 끌어오기 경쟁이 치열합니다. GTX 건설은 김 위원장 구상 아니었나요?

“2006년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해 경기도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있어요. 핵심은 교통이더군요. 서울로 얼마나 빨리 진입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죠. 그래서 연구 끝에 제안한 게 대심도 고속철도입니다. 지하 40~50m 깊이로 들어가서 고속철을 타는 것이지요. 최근 동탄~수서 구간 GTX를 시승해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쾌적하고 좋았어요. 시속 170~130㎞를 달리는데 별로 빠른 것 같지 않으면서 소음도 없어 편안하더군요.”

철도, 도로 같은 교통 인프라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됩니다. 반대로 지방은 점점 위축돼 가는 지경이지요.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우려를 낳습니다.

“도시 계획에 있어 빠뜨려선 안 될 전제가 있어요. 지역균형발전 취지도 좋지만, 분산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기저기 분산하다가는 자칫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의했으면 해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신나는 게 있어야 몰려들지 않나요, 다채롭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말이죠. 젊은이들은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곳으로 모이게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서울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도시 계획은 젊은이들의 문화 심리와 취향의 트렌드까지 고려해 추진해야 합니다. 어떤 지역에 공장을 지었으니 가서 살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란 것이죠. 지자체들도 자기 지역 특색에 맞게 추진하는 방안을 깊이 생각했으면 해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의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했는데 아주 잘한 조치라고 봅니다. 지방 대도시 주변에 그린벨트가 왜 필요한가요? 풀어줄 것은 과감하게 풀어줘야 합니다. 작은 나라 안에서 나누고, 쪼개서 하향 평준화할 것이 아니라 규모를 키우고 수준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했지요. 그 경험에 투영해서 지금 여야 정당의 공천 과정에 대한 관전평을 해볼까요?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요. 종북 주사파들에게 국회로 가는 고속도로를 뚫어주는 나눠먹기식 공천을 하고 있어요. 세상에 이런 공천은 없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제가 볼 때 물갈이가 좀 적은 것 같지 않나요? 적어도 대구·경북, 서울 강남 이런 데는 국민이 볼 때 통쾌할 정도로 물갈이가 돼야 합니다. 청년들이 경선에서 다 떨어지더군요. 신인과 청년들에게는 가점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줘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줘야죠.”

“여당, 대구·경북, 강남은 통쾌할 정도로 물갈이했어야”

국민의힘 공천 물갈이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말이군요.

“일단은 민주당에 비하면 큰 잡음은 없었으니 무난한 것은 맞죠. 그런데 무난한 것으로 과연 국민의 감동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란 조금 더 새롭게 물갈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좀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게 뭔지를 더 깊이 생각해봤으면 해요. 선거라는 건 정말 시시각각으로 생사를 거는 진검승부거든요. (선거는) 간단한 얘기가 아니에요.”

생성형 AI가 향후 대한민국의 노동·고용 구조에 미칠 영향을 진단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으로 층이 나눠질 수 있겠어요. 앞서가는 사람들이 뒤처진 이들과 사회적 부담을 나누어지는 방향으로 연대의식을 고양하는 작업이 필요할 겁니다. 당면 과제는 AI 기술을 선도할 과학기술자들을 양성하는 일입니다. 개인과 가정, 사회, 직장에까지 사회 곳곳에 AI 기술 리터러시가 순조롭게 확산하도록 도와야죠.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AI 보급은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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