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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역대급 여소야대 부른 결정적 장면 

오만한 ‘불통령’, 국민에 대파(大破)당하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여론에 귀 닫은 대통령실 무능에 민심 등 돌려
당정·대여 관계 전면 쇄신 못 하면 ‘식물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현장점검을 위해 지난 3월 18일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 채소 코너를 찾아 대파를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든 대파 한 묶음 가격이 시중 가격 4000원 안팎이 아닌 875원인 것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22대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가까스로 개헌·탄핵 저지선(101석)을 지켰다는 사실에 안도할 만큼 정부·여당의 처지는 궁색해졌다. 윤석열 정부에겐 ‘초기화(리셋)’ 외에 달리 선택지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에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14석을 더해 175석으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90석, 비례 정당인 새로운미래 18석으로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이끈 조국혁신당이 비례 12석을 확보해 창당하자마자 원내 3당으로 도약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끈 개혁신당은 지역구 1석과 비례 2석으로 3석을 챙겼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만든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1석을 겨우 건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개헌 저지선도 무너진 것으로 예측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세 명의 인물과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재명의 압승’, ‘조국의 약진’, ‘이준석의 선전’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던 인물들이란 점이다. 이재명·조국 대표는 ‘검찰 독재 정권 심판’ 프레임으로 선거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윤 대통령 눈 밖에 난 당대표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이들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국민의힘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정권 심판론과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반감이 투표 심리를 움직였다. 민주당의 한 당선인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민주당 승리를 이끈 선대위원장이란 우스갯소리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윤석열·김건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4월 12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선(정부·여당)’과 ‘악(이재명·조국)’ 대결 구도로 국면 전환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전 위원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보수진영이 의도한 프레임은 민주당의 ‘낡은 86 운동권’과 ‘반듯한 X세대’의 대결 구도였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의 개인기에 기댄 선거전략으로 전국적인 열세를 뒤집는 건 무리였다.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했던 이용호 후보는 낙선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 스피커’ 체제의 한계가 있었다. 야당은 이재명·이해찬·김부겸은 물론 조국도 야권 스피커였고, 매체도 잘 활용해 선거를 이끌어가고 이슈를 만들었는데 우리는 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강북갑에 출마했던 전상범 후보도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은 ‘정권심판론’이라는 확실한 구심점이 있었는데 우리 쪽은 중도층을 흡수할 만한 구심점이 없었다”고 했다.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힘 인사들은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도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이슈와 상황 관리를 못 한 대통령실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판단과 태도가 몇 차례 반복되면서 중도 민심마저 완전히 등 돌리는 악재로 키웠다는 것이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소동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전 장관을 갑자기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조치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은 납득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궁색하기까지 하다. 외교가 소식통은 “이 전 대사 임명 과정은 외교 관례에 맞지 않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전직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부터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사를 파견할 때에는 상대국 대사와 격을 맞추는 게 관례다. 대사는 파견지의 중요도에 따라 직급이 나뉜다. 이는 외무 공무원 임용령에 명시돼 있다.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장관급에 해당하는 대사는 주미 대사·주일 대사·주중 대사·주러 대사·주OECD 대사·주유엔 대사 6명뿐이다. 차관급에 해당하는 직책은 영국·프랑스·독일·벨기에(EU 대사 겸임)·인도·제네바·아세안 대사 등이다.

역대 호주 대사는 고위공무원단 가급(실장급)에 해당하는 외교관이 파견됐다. 이 전 대사의 전임자인 김완중 전 호주 대사(22대)는 외교부 재외동포 영사실장(가급)을 거친 뒤 대사로 임명됐다. 21대인 강정식 전 대사는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가급)을 거쳤다. 20대 이백순 전 대사는 외교부 북미국장(나급)과 주미얀마 대사를 거쳐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외교 관례 깬 이종섭 “특검 이유 늘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호주도 그동안 국·실장급 외교관을 주한 대사로 파견했다. 지난해 12월 호주 정부가 신임 주한 대사로 지명한 제프 로빈슨 대사는 호놀룰루 총영사를 거쳐 처음 대사에 임명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놀룰루(하와이) 총영사는 실장급인 외교관 12등급(고위공무원단 가급)에 해당하는 자리다. 이종섭 전 대사와는 3등급 차이가 난다. 직전의 캐서린 레이퍼 전 대사도 외교부에서 유럽·라틴아메리카국장을 지내고서 주한 대사로 임명됐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상대국의 국·실장급 인사와 장관을 맞교환한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태국과 독일 대사 자리도 있었는데 굳이 호주로 보낸 것에 대해 외교가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인사는 “주독일 대사는 호주보다 한 등급 위인 차관급이어서 차라리 그쪽이 좀 더 격식이 맞을 텐데 굳이 호주행을 택한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 전 대사를 무리하게 외국으로 빼돌린 경위도 추후 진상규명이 필요해 보인다”며 “채 상병 특검을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도 결정적 실책으로 꼽힌다. 특히 사전투표 직전에 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두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바구니에 들어 있는 표도 걷어찼다”고 할 정도다. 윤 대통령은 4월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료 개혁 필요성과 정부 대응을 설명했다. 그 내용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반대를 ‘국민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사들은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의사들의 행태는 국민을 위협하는 것”, “힘으로 부딪쳐서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 등 담화문 어디에도 타협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남을에 출마한 이창근 후보는 “담화 내용은 싸우자는 거였다. 사전투표 전에 그런 식의 담화를 하는 법이 어딨나. 담화 이후 거리에서 반응이 정말 냉랭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시기는 선거운동이 절정에 이르러 정치에 대한 국민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때였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담화를 통해 ‘원칙을 지키는 신념가’의 이미지로 비치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의도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통해 의료대란을 막고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역시나 마이동풍(馬耳東風) 정권임을 확인시켜준 담화였다”며 “윤석열 불통정권 모습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마포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도 윤 대통령의 담화를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더 이상 윤 대통령에게 기대할 바가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상황 판단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은 또 있다. 바로 ‘875원 대파’ 논란이다. 3월 18일 민생 점검차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윤 대통령이 든 대파 한 묶음 가격이 875원인 것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채소류와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대파 한 묶음 실제 가격은 4000원 안팎이었기 때문이다. 농협 측은 윤 대통령 방문과 할인행사가 우연히 겹쳤다고 해명했지만, 연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상황 판단력 실종된 대통령실, 불신 자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월 15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위해 모인 총선 출마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인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대파 할인행사와 대통령 방문이 우연히 겹쳤을 뿐이라는 농협 측 해명은 현실과 다르다. 대통령의 외부 행사는 사전에 철저한 기획과 조율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대통령 방문을 추진해본 경험이 있는 경기도의 한 자치단체장은 “대통령 방문 행사는 보안(경호)과 콘텐트가 중요하다. 특히 비서실에서 콘텐트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를 일일이 체크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한 원외 인사는 “민생에 신경 쓰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너무 과했다. 작위적인 연출이 오히려 역효과만 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의 상황 판단 능력은 전부터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다. 비교적 최근의 예로는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문제를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뉴욕으로 건너가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쳤다. 윤 대통령 부부는 21일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 부부는 ‘Busan is Ready’라고 쓴 케이크를 내놨다. 대통령실이 전한 오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윤 대통령의 투자협력 가속 제안에 페냐 대통령도 경제협력 증진을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페냐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사우디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으로선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저개발국가인 파라과이가 풍부한 투자 여력을 가진 사우디의 손을 들어줄 거라는 건 조금만 살피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가 소식통이 전한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지난해 엑스포 개최지 발표가 임박했을 때 제3세계 국가 주한 외교 사절들은 겉으로는 예의상 한국 지지 의사를 표명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사우디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리 정부에 전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특히 이미 분위기가 사우디로 기울어졌는데도 발표 직전까지 대통령실은 박빙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외교 무능론과 대통령실의 상황 관리능력 부족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검’ 거부권 행사해도 재투표 부결 장담 못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에도 17%p의 큰 차로 졌는데 대통령실은 투표 직전까지도 이길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평 변호사의 전언도 대통령실의 판단 능력 문제를 보여준다. 신 변호사는 YTN에서 “전해 듣기로는 ‘두 분(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이 만남을 하지 마라’고 한 참모가 있었는데 최근 윤 대통령이 ‘그 참모를 너무 오랫동안 신임해 후회한다’는 그런 말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신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빈약한 상황 파악 능력과 정무 감각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참모들의 오판은 윤 대통령의 독선적인 불통 이미지를 돋보이게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권의 난맥상은 윤 대통령 임기 내내 국정의 방해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악재들이 소멸되지 않고 지속해서 정권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5일 “채 상병 특검법을 총선 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이달 3일 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특검에 찬성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공개적으로 채 상병 특검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여권 내에서도 채 상병 특검에 대해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문제도 우리가 좀 털고 가야 된다고 계속 얘기하는 사람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21대) 국회에서 특검법 통과를 막는다 해도 야당에서 다음 국회 때 다시 들고나올 게 뻔해 이슈만 장기화할 뿐”이라며 “이 전 장관이 도망치듯 떠난 모습을 국민들이 본 터라 특검을 막는 게 민심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문제는 야권의 특검 압박이 채 상병 의혹만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데 있다. 채 상병 특검을 수용하고 나면 김건희 여사에 관한 특검법과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압박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인데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게 문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순 있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칫 민심과 괴리돼 남은 임기 내내 식물정부로 전락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문제의식은 앞으로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뚜렷하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향후 ‘특검 3법(채 상병·김건희·50억 클럽)’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투표할 경우 부결을 100%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자의든 타의든 탈당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이 총선 직후 “윤 대통령 탈당과 거국 내각 구성”을 가장 먼저 들고 나왔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총선 후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할 거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의원들이 가장 용감할 때가 당선 후 1년 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총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확인됐기 때문에 그동안 수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당정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용산이 완전히 고립된 섬이 될 수도

최악의 경우 용산이 완전히 고립된 섬이 될 수도 있다. 그 경우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라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재섭 당선인이 특검 수용을 언급한 것과 이준석 대표가 탄핵을 언급한 것 등이 심상치 않은 보수진영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이준석 대표는 한 언론사 유튜브에 출연해 “박정훈 대령이 만약 무죄가 나온다면 이건 탄핵 사유라고 본다”며 “박정훈이라는 제복 군인의 명예를 대통령 권력으로 짓밟은 것인데, 젊은 세대가 용납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정훈 대령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던 단장이었다. 그는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넘겼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에 열린 총선 후 첫 국무회의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6개월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 뒤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고 말한 적 있다. 말보다 행동이다. 당장 시급한 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쇄신 노력으로 정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대통령실과 참모들의 국정 운영 능력을 점검하고 컨트롤타워 기능을 재정비하는 게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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