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세태취재] 키오스크 사용 불편, 노년층만의 문제? 

“아! 적립하는 걸 깜빡했네”… 키오스크 사용, MZ도 어렵다 

김도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대기 인원 많으면 서둘러 결제하느라 포인트 적립 놓쳐”
취소 버튼 눌렀더니 리셋돼 황당… 외국인들 “거대한 벽”


▎무인카페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있는 시민. 대기 손님이 많으면 심리적 압박감에 실수를 하기도 한다. / 사진:연합뉴스
동네 식당과 카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키오스크는 ATM과 같이 무인(無人)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민간 키오스크 설치 대수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도시에서 ‘키오스크 없는 삶’이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뒤로 가기를 눌러야 하나?” 마포구 소재 한 카페를 찾은 직장인 여성 김다혜(30대) 씨는 순간 당황했다. 분명 ‘결제’ 버튼을 눌렀는데도, 키오스크 모니터에 메뉴를 정해달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떴기 때문이다. A씨를 더욱 당황하게 한 건 그 뒤부터였다. ‘뒤로 가기’를 누르기 위해 ‘취소’를 택했더니 주문이 리셋돼 버린 것이다. 점심 ‘피크타임’이라 A씨 뒤에는 3명의 직장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A씨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심적인 압박이 더했다. A씨는 “평소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나 스마트 워치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다”며 소위‘스마트’한 기계 사용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등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도 키오스크 사용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을 겪는 이들은 노년층만이 아니었다.

메뉴 선택 이후에도 옵션 많아 혼란 겪기도


▎키오스크의 복잡한 결제 과정과 다양한 수단은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 사진:김도원 인턴기자
IT기업 직장인들이 많은 성남 판교를 찾았다. 레스토랑과 카페가 모여 있는 거리에서 젊은 직장인 남성 세 명이 눈에 띄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찾은 것으로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이 키오스크 앞에서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기’ 버튼을 눌렀다. 문제 없이 마무리되나 싶던 순간 그가 동료들에게 “아! 적립하는 걸 깜빡했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미 영수증까지 나온 상황.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본 그는 황급히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는 카페 아르바이트 직원을 찾아가 적립해 달라고 했다.

이 카페를 찾은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기자가 아르바이트 직원을 찾아갔다. “저기요, 혹시...” 기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적립 도와드릴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경우가 익숙하다는 듯 반사적으로 꺼낸 말이었다. “저에게 오시는 다섯 분 중에 한 분은 요청하는 것 같다. 아마 과정이 복잡해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결정한 이후에도 할인 쿠폰, 결제 수단, 포인트 적립 등의 과정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손님들 입장에서는 절차가 복잡한데, 대기인원까지 많으면 포인트 적립은 건너뛰고 일단 주문을 끝내자는 생각이 앞선다는 거다.

그 카페에서 직접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해 봤다. 메뉴 가짓수도 많았지만, 메뉴 선택 이후에도 사이즈, 얼음 양, 토핑 등의 옵션도 많았다. 기자 뒤에는 대기 인원이 여럿이었다. 결제 혜택이 있는 온라인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서둘러서 진행하기 위해 바로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 결제를 선택했다. 나름 ‘스마트 워치’ 등 최신 기기에 자신 있다고 생각한 기자도 쿠폰, 적립, 온라인 페이 이용 등까지 챙기기란 쉽지 않았다. 대기 손님들이 뒤에서 키오스크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더 큰 부담이 됐다.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한 대학교를 찾았다. 외국인 유학생들 여럿이 점심시간에 카페로 몰려들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 메뉴를 고민하던 그들은 이내 당황한 듯 주위를 살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듯했다. 머뭇거리던 한 명이 ‘ENGLISH’ 버튼을 찾아 누르고 나서야 안정을 찾았다. 인근 한 햄버거 매장에서 만난 대만 출신 유학생 B씨는 이 프랜차이즈를 주로 찾는 이유가 다양한 언어 지원에 있다고 했다. 그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영어를 지원해 사용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일반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외국어를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그는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라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에게는 키오스크가 ‘거대한 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현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정보 접근성 팀장은 “‘키오스크 UI(User Interface) 플랫폼’을 개발해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를 들여놓는 업종에 맞게 키오스크의 UI 가이드와 각종 리소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 가능한 키오스크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키오스크 사용의 불편 해소는 정보기술 사회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 김도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vvayaway@naver.com

202406호 (2024.05.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