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으로 극적인 인생을 살았던 한 원로 영화인이 홀연 우리 곁을 떠났다. 풋내기 감독 시절엔 아름다운 여배우를 아내로 맞는 행운을 누렸고 중년기엔 전국의 ‘고무신 부대’를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스크린의 마법사로 명성을 떨쳤으며, 늘그막엔 살벌한 독재 나라에 납치를 당해 억지로 영화를 만들다가 탈주에 성공한 풍운의 사나이-. 지난 11일 타계한 신상옥 감독이 그 사람이다.
신 감독의 인생 유전은 탈주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북한의 마수를 벗어나자 미국 망명생활이 시작됐고 10여 년 만에 그리던 고국을 찾았으나 싸늘한 눈초리에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02년 영구 귀국 후부터는 일이 좀 풀리는가 싶었지만 이미 80 고개에 넘어선 그의 쇠잔한 건강은 4년 이상 이승에서 머물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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