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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올라가면 경제도 올라간다 

초고층 건물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 국가의 상징 건물 자체로는 수익성 없지만 주변 상권 개발돼
초고층 빌딩의 경제학(1) 

제2 롯데월드, 부산 롯데월드, 송도 초고층 빌딩 등 전국에서 초고층 빌딩이 움트고 있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단순히 건물의 높이만 다른 것이 아니다. 초고층 빌딩에는 경제와 관광, 문화가 함께 녹아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들어설 세계 최고 높이(160층, 818m)의 빌딩은 이제 두바이와 초고층 빌딩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2004년 공사를 시작해 아직 완공하지 않았지만 버즈 두바이는 그동안 두바이 경제성장과 변화의 상징으로 전 세계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됐다.

상징적인 이 건물은 완공도 되기 전에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초고층 건물은 그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스스로 뉴스가 되게 하는 독특한 자가발전력을 가지고 있다. 뭔가 새로운 것(something new), 뭔가 다른 것(something different)을 찾는 사람들에게 초고층 건물은 일종의 관광자원인 셈이다.

중국, 동아시아, 중동국가들은 초고층을 통해 자국의 경제성장을 알리고 있으며,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역시 초고층을 통한 경제성장과 도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욕은 프리덤 타워(108층, 541m)와 두 개의 세계무역타워(408m, 383m) 등의 건립으로 다시 한번 세계 무역 중심도시가 되고자 하며, 마천루 시대를 연 시카고는 시카고스파이어타워(150층, 609m) 건립으로 초고층 도시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한다.

도시 미관을 중요시하는 프랑스는 파리의 신도시 라데팡스를 초고층 도시로 전환해 투르 제네랄리(56층, 318m) 등 초고층 건립을 통해 예술성과 역사성을 살린 도심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은 도시 브랜드화의 핵심

이처럼 초고층 빌딩들은 산업 연관효과가 크고, 국가적인 상징물로 가치가 높아 각국이 앞다퉈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건물 자체로는 오히려 경제성이 없다. 초고층 건물은 일반 건물의 약 3배 이상에 이르는 막대한 건설비용과 최첨단 시공법, 특수한 건설 자재 등을 써야 하기 때문에 중고층 건물에 비해 경제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초고층 빌딩 건설은 바람과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강한 구조가 필수적이어서 고강도 콘크리트로 지어져야 하고 높은 압력에 견딜 수 있는 설비와 기자재, 초고속 엘리베이터, 고소작업에서 오는 효율 저하에 따른 높은 비용 등으로 30, 40층 정도의 일반 건물에 비해 2~3배 공사비가 더 들어간다.

그렇다고 호텔 숙박료나 사무실 임대료를 중저층 건물보다 2~3배 높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단일 건물 자체로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건물이 건축되는 동안 건설업은 물론 건자재 등 산업연관 효과와 인력 고용 등의 경제유발 효과는 크다. 초고층 건물은 단순한 높이와 규모가 가져다 주는 의미를 넘어선 국가적인 목표와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으며, 초고층 건립을 통해 그 도시를 브랜드화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중국 상하이는 2008년 11월 29일 착공한 상하이센터(118층, 632m), 상하이 월드파이낸스센터(101층, 492m), 진마오 타워(88층, 421m) 등의 초고층 빌딩을 활용해 세계박람회 개최 도시(2010년)와 아시아 최대 첨단도시 이미지를 가꿔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지구촌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버즈 두바이로 잘 알려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초고층 건물을 통해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최대라는 국가적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초고층 건물 건설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초고층 건축시장 규모는 2010년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층 건물은 도심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확보하고 높은 고용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도시환경 문제 해결, 건설경기 부양, 관광 명소화, 건설기술과 빌딩산업의 발전기여 등의 효과가 있다.

두바이나 중국, 홍콩 등의 사례를 보면 최근의 초고층 건축물은 국가 전략적 자원으로까지 여겨진다. 초고층 건축물은 도시를 대표하는 대표성과 대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집적성, 그리고 경제적인 이점까지 가지고 있다. 초고층 건물 건축에 따른 1차적 경제효과 외에 관광객 유치효과 등과 같은 2차 효과의 발생도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100층 이상 빌딩에는 주변지역에서 이동인구가 하루 5만 명 정도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주변 건물이나 상권에 프리미엄 등이 늘어나게 되는 경제적 효과도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초고층 건축물은 경제적·문화적 상징성 때문에 지역의 랜드마크 기능을 수행하게 돼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2007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57만3800명으로 집계되었는데, 같은 시기에 뉴욕을 방문한 총 외국인 관광객 수가 767만 명임을 감안할 때 외국인 관광객 유입률은 7.5%로, 단일 건축물로서 관광객 유치능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타워의 전망대도 연평균 36만20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하면 연상되는 파리 에펠탑 역시 연간 6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관광수입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미국의 시어즈타워(108층, 시카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02층, 뉴욕) 등은 모두 각 국가와 도시를 상징하며, 주요 관광 수입원이 된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어김없이 명소 된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건축물이 될 162층의 버즈 두바이를 건설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건축물로 세계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하룻밤에 수백만원이 넘는 호텔방도 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55층 규모 트윈타워의 뛰어난 조형미는 두바이를 예술의 도시로 느끼게 한다. 이 빌딩이 완공되면 올드타운, 비즈니스 허브, 쇼핑센터 등 부대시설이 많아 연간 200억 달러의 경제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굳이 파리 에펠탑이나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같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우리의 경쟁국가들인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나 대만의 타이베이 101빌딩, 싱가포르 래플스시티 등은 모두 각 국가와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향상시켰으며 그 나라의 주요 관광수입원이 되어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김상대 고려대 교수(건축학)는 “뉴욕의 맨해튼이나 상하이의 푸둥 등이 경제 중심지이자 관광명소가 된 것에는 초고층 빌딩의 역할도 있었다”며 “초고층 건물은 건물 자체로는 원가가 많이 들지만 주변 시설이나 상가 가치와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등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에도 초고층 건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981호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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