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호텔급 서비스… 업무 외 신경 쓸 일 없을 것” 

대우빌딩, 서울스퀘어로 대변신
쾌적한 공간, 친환경 인테리어로 무장 …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공간 지향 

임성은 기자·lsecono@joongang.co.kr
11월 7일 서울의 얼굴, 대우빌딩이 서울스퀘어로 돌아온다. 모건스탠리가 9600억원에 인수해 국내 빌딩 거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서울스퀘어는 2년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무리하며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서울스퀘어의 현재 모습. 7월 중순 80% 정도 리모델링이 진행됐다.

2009년 12월, 외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김은희(가명) 이사는 이전보다 여유롭게 출근한다. 매일 아침 발레파킹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주차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오늘은 오는 길에 브레이크에 이상을 느껴 아예 정비까지 부탁했다. 오전 8시 사무실에 도착한 김 이사는 룸메이드가 키보드 틈새의 먼지까지 깔끔히 제거한 책상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오전 10시 김 이사는 같은 건물 3층 콘퍼런스룸에 내려가 회의에 참여했다. 내일은 20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같은 층 대형 콘퍼런스룸에 투자자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12시에 지하 1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잠시 요가명상실에 들러 몸을 풀고 오후 근무를 준비한다.

VIP 입주사 직원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멤버십 카드만 있으면 피트니스센터, 수유실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좋은 시설이야 이전에도 이용해 왔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 활용에 부담을 느끼곤 했는데, 한 빌딩 내에 있어 운동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오후 근무를 마치고 9시 퇴근시간.

김 이사는 내일 정비가 끝나는 자가용을 대신해 택시를 타기로 한다. 안전요원이 택시를 잡아주고 탈 때까지 배웅해 준다. 이는 11월 7일 오픈 예정인 서울스퀘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입주사 직원의 하루를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얼마 전 금호아시아나 휘장을 드러낸 서울스퀘어의 외관은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전보다 창이 더 시원하게 보이며 색이 더 밝아진 것 외에는 차이를 찾기 힘들다. 리모델링이 한창인 서울스퀘어의 내부에 들어가보니 천장 높이가 기존보다 5㎝ 높아져 이전보다 쾌적해 보였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서울스퀘어는 미국 친환경 건물 인증인 LEED(Leadership in Energy & Environmental Design) 취득을 추진 중이다.

발레파킹에서 컨시어지서비스까지


얼마전 공사 중이던 대우빌딩 외관.
그러나 2년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무리하며 임차인을 대상으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서울스퀘어는 정작 외관이 아닌 호텔급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이전 프라임 빌딩들이 입지나 시설 같은 하드웨어를 주로 강조했던 것과 달리 소프트웨어를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것이다.

서울스퀘어 측은 업무환경 관리서비스, 이른바 위(WE: Working Environment) 서비스를 최고의 장점으로 꼽는다. 국내 최초로 호텔급 컨시어지서비스, 토털카서비스, 시큐리티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한편 보통 분기마다 한 번씩 행해지는 카펫 세탁 서비스도 한 달에 한 번으로 대폭 늘리는 등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입주 기업의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는 프라이빗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 모든 서비스는 무료 또는 실비 수준으로 제공된다. 서울스퀘어 측은 “일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신경 쓸 것 없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내세우는 마케팅 전략은 2년 전 리모델링을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준비돼 온 것이다.

BI·CI작업, 브랜딩 작업을 모두 전문가에게 맡겼다. 서울스퀘어의 전반적인 브랜딩 인터브랜드에서 컨설팅했고, 마케팅 컨셉은 엣지본에서 제안했다. 인터브랜드 측은 “서울스퀘어는 동북아 비즈니스의 핵심지역인 ‘서울’과, 도시의 중심이 되는 공간을 일컫는 ‘스퀘어’를 합성해 개발한 이름으로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공간을 지향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컨설팅업체 엣지본의 윤선민 대표는 “서울스퀘어는 다른 프라임 빌딩과 차별화하기 위해 오랜 기간 서비스를 준비해 왔으며 엣지본은 이를 ‘WE서비스’란 이름으로 통합해 서울스퀘어의 핵심가치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건물 외관을 크게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대우건설 이미지를 벗고 서울스퀘어로서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선 브랜딩 작업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리모델링 작업부터 현재 임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신영에셋의 정해성 이사는 “대우의 이미지가 강해 우리끼리도 대우빌딩이란 말을 쓸 때마다 5000원씩 벌금을 냈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바로미터로 서울스퀘어 주목


서울 지역별 오피스 공실률 - 단위:%
그러나 서울스퀘어가 최고급 서비스 같은 내실을 강조하는 더 큰 이유는 사무용 빌딩 시장의 변화에 있다. 현재 서울 사무용 빌딩시장은 대형 빌딩의 공급이 늘고 경기침체로 기업의 수요가 줄어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는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상암동 DMC 랜드마크빌딩, 용산국제업무지구, 잠실 제2롯데월드 등 초대형 사무용 빌딩이 줄줄이 공급될 예정이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가 회복 단계를 지나 균형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점이 임박했다고 말했지만 이것이 공실률 상승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비용절감을 위해 1인당 사무실 면적을 줄여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알라스테어 휴즈 존스랑라살 아시아·태평양 총괄 회장은 최근 “현재 3%대인 서울 사무용 빌딩 공실률이 2013년 25%에 달할 수 있는데, 다만 건설 예정인 사무용 빌딩 완공이 일부 지연되고 한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예상 외로 빨라질 경우 기업들의 임대수요가 증가하면서 공실률도 1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빌스코리아의 안계환 부사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지표가 개선됐지만 공실률이 7~8%까지 갈 수 있으며 지금까지 한국에서 임대료 감소는 거의 없던 일이지만 액면가 기준으로 조금 낮아질 수 있다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토해양부는 “업무용 빌딩은 단기적인 공급부족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개편, 근무환경 개선에 따른 1인당 면적 증가 등으로 향후 2~3년간은 공실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임차인 확보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서울스퀘어의 3.3㎡당 월 임대료는 액면가 12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대우빌딩 매매가를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24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대폭 할인하는 정책보다는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스퀘어 측은 “임차인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준비한 것이며 가격 조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옛 대우빌딩은 한때 가장 먼저 불이 켜지고 가장 늦게 꺼졌다. 대우의 세계경영 상징이자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빌딩이 부침을 겪는 새 많은 것이 변했다. 서울의 상징이 될 만한 대형 건물이 늘어났으며 한국 경제의 발전속도는 예전만 못하다. 서울스퀘어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서울스퀘어에 불이 켜진 창문 숫자가 우리 경기회복 속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대우빌딩 이미지 싹 벗었다”
신영에셋 정해성 이사

서울스퀘어의 리모델링 시작부터 완공 후 운영까지 맡게 될 신영에셋 정해성 이사는 “이제 서비스로 부동산을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라며 “2년 내 서울스퀘어가 자리를 잡고 성공적인 임대실적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정 이사와의 일문일답.

>>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 아닌가. 왜 서비스를 강조하나?
“부동산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위치다. 그만큼 위치가 중요하다. 서울스퀘어는 지금까지도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그 이름을 알려왔지만 앞으로 서울역 개발계획과 어우러져 교통의 요지로서 더욱 주목될 것이다. 가까운 광화문 지대와 비교해 보자. 그쪽은 관광지구화하면서 자동차보다는 사람이 다니기 좋은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쪽 서울역 지대는 도로가 넓어 차량 접근성이 뛰어나다. 어떤 곳에서 사업을 하겠는가. 그뿐만 아니다. 서울스퀘어는 주변에 남산이라는 녹지도 확보돼 있다. 훌륭한 위치와 접근성은 물론 최고의 시설, 녹지시설까지 하드웨어적 요소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하드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건물주가 임대시장을 리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금융위기 이후 임차인이 임대시장을 리드하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임차인을 만족시키려면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서울스퀘어를 필두로 앞으로 서울스퀘어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곳이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 임대료가 최고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가격을 낮추긴 곤란하고 공실률이 높을 것 같아 서비스라는 유인책을 내세운 것 아닌가?
“임대료는 기존 프라임 빌딩과 비교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또 액면가 그대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언제나 조정의 여지도 있다. 공실률이 높을 것 같아 서비스 유인책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프라임 빌딩이라면 갖추었을 법한 서비스를 누구보다 먼저 제공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15년 이상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쌓아두었던 아이디어를 녹여냈다. 그것이 서울스퀘어의 소프트웨어, 곧 서비스다. 서울스퀘어가 프라임 빌딩 임대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비용 부담이 클 것 같다.
“꼭 그렇진 않다. 표현하자면 ‘약간’의 비용을 추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년 동안 준비한 만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맞다. 서비스 인력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8월 초면 서울스퀘어의 서비스인력 채용이 완료되고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갈 것이다. 200여 명의 서비스인력이 서울스퀘어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 오픈 예정일이 11월 7일이다. 예상 공실률은?
“현재 30~40%를 예상하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딘 것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서울역사 개발 등 호재를 볼 때 2년 내 공실률 하락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위풍당당 대우빌딩 스마트 이미지로 돌아올 것
서울의 얼굴, 대우빌딩 영욕의 30년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23층의 건물. 건물 높이 82m에 용적률은 1132%. 1970년 철도청 교통센터로 사용승인을 받은 이 건물을 73년 대우실업이 인수했다. 77년 6월 11일 대우빌딩으로 태어나던 날에는 전국 정·재계 인사들이 집합했다.

서울의 관문이자 교통요지인 서울역 앞에 위치한 데다 높고도 넓게 지어진 대우빌딩은 대우의 이름만큼이나 위풍당당했다. 서울에 갓 상경한 사람들은 관람료를 내라는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우빌딩은 대우의 얼굴이었을 뿐 아니라 서울의 얼굴이었다. 적어도 대우가 몰락하기 전까진 말이다.

외환위기 때 ‘대우’는 몰락했고 2006년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하자 ‘대우’ 브랜드는 빌딩에서 떨어졌고, 금호아시아나의 날개가 붙었다. 게다가 주인이 바뀐 지 4개월 만에 금호아시아나가 매각을 추진키로 해 대우 관계자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결국 2007년 7월 모건스탠리가 9600억원에 대우빌딩을 사들였다.

2004년 말 론스타가 싱가포르투자청에 판매한 강남 파이낸스센터의 거래가격인 93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국내 빌딩 거래 사상 최고가였다. 2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이제 대우빌딩이란 이름은 영영 사라지고 11월 7일 서울스퀘어로 새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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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호 (20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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