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우리는 올해 이렇게 웃고 울었다 

Best & Worst 5
2009 이코노미스트 선정 

임성은 기자·lsecono@joongang.co.kr
2009년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올 한 해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준 한 해였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위기를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그러나 올 초 키코 사태로 중소기업인들이 눈물을 흘렸으며, 인턴 세대들의 등장이 보여주듯 취업 한파는 더욱 거세졌다. 또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신종플루로 더욱 움츠러들었다.

Best 5

Best 1


삼성전자, LG

일본 전자업체에 완승


전자대국 일본이 한국의 삼성, LG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9개 전자회사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을 전부 합쳐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연결기준으로 실적을 계산하기 시작한 200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반면 소니(영업손실 325억 엔)를 제외한 일본 전자업체 8개사는 2분기에 모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씩 급증한 삼성과 LG를 따라잡기에는 무리였다.


소니의 오네다 노부유키(大根田伸行) 부사장은 “(소니가) 삼성에 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상품(자체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Best 2

현대차, 쾌속 질주


현대차는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현대차는 3분기 97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2분기 5.2%로 처음 5%대 벽을 넘은 데 이어 3분기에도 5.5%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자동차 업계 최대 승부처인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성장이 주목된다.

현대차는 앞으로 3년간 중국 내 생산량을 60% 확대할 계획이다. 노재만 베이징현대 사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내년까지 중국 내 4개 공장에서 생산량을 20% 늘리는 한편 2012년까지 연간 생산량 30만 대 규모의 제5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est 3

막걸리 부활


올 한 해에는 여기저기서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막걸리 열풍은 일본에서 먼저 불었다. 일부 매니어층에서 시작된 막걸리 열풍은 현재 일본 매출액 1위 백화점인 다카시마야 20개 전 점포에서 국산 막걸리를 취급할 정도로 커졌다.

국내 특급호텔에서도 막걸리가 인기다. 소공동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는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를 내놨다. 국내 특급호텔의 식당에서 정식으로 막걸리를 파는 것은 롯데호텔이 처음이다.

특히 막걸리는 20∼40대 일본 여성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식 세계화 바람에 발맞춰 막걸리의 인기는 날개를 달 전망이다.

Best 4


사장님이 먼저 사주는 스마트폰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전쟁이 본격화됐다. KT가 내놓은 아이폰의 국내 가입자 수는 출시 열흘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

IT 관련 기업이나 두산, 디자인하우스와 같이 트렌드에 앞서가는 몇몇 회사는 직원에게 직접 스마트폰을 구입해 나눠주기도 했다. 아이폰 열풍에 맞서 삼성전자도 ‘옴니아 패밀리’ 스마트폰 5종을 공개해 승부 중이다.

삼성전자는 편리한 사용자환경(UI)과 강력한 모바일 오피스 기능, 초고속 중앙처리장치(CPU)와 모바일 PC 성능을 지원하는 ‘옴니아2’가 돌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Best 5

한국의 피겨 퀸, 김연아 후광


국민 여동생, 한국의 피겨 퀸, 광고계의 불루칩 등 수식어가 수십 개의 이르는 김연아 선수는 2009년 한국인의 자랑이었다. 인기가 올라갈수록 그녀가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제품인 우유, 생리대, 생수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민 스타’로 떠오른 김연아의 지난해 광고수입은 30억원가량이다. 올해의 경우 최소 50억원을 더 벌어들일 전망이다. 김연아가 광고로 일으킨 경제적인 효과가 22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세계에서 한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까지 더한다면 김연아 파워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상황을 딛고 성공을 거둔 김연아를 배우자는 이야기도 많았다.

강호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은 김연아 선수의 도전정신을 배우라고 주문해 관심을 끌었다. 강 사장은 사내에 방송된 월례사를 통해 “상식과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창조적 혁신만이 회사가 생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Worst 5

Worst 1

‘신종플루’ 공포



사회적인 이슈였던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은 소비 위축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쳤으며 산업별로 명암을 갈랐다.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10월부터 그 영향력이 뚜렷해졌다. 역시 서비스업에서 신종플루의 영향이 컸는데 사람들이 외출을 꺼려 여행 관련 업종에서 큰 폭의 생산지수 감소세가 나타나고 홈쇼핑, 의료 등 업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년 동월 대비로 여행사업이 -37.4%로 큰 타격을 받았다. 여행사업의 이런 감소폭은 200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원지 및 테마파크 운영업도 2004년 6월 이래 최대폭인 28.0% 감소했고, 휴양·콘도 운영업 역시 8.2% 줄어들었다. 반면 의료업은 호황을 맞았다. 병원의 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5.1% 늘어났는데, 2007년 8월(15.3%) 이후 전년 동월 대비로 가장 높은 증가세다. 의원 역시 8.2% 증가해 2006년 4월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Worst 2

‘인턴 세대’의 비애


올해도 역시 신입사원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노조 반발로 기존 직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었던 반면 힘없는 신입사원들의 초임은 20~30%씩 깎였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기업 대졸 초임은 지난해에 비해 162만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그나마 취업이 됐다면 다행. 올해는 신규 고용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기존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나 임금을 줄여 그만큼 신규 고용을 늘리는 잡셰어링이 행해졌으나 정규직 채용보다는 인턴만 양상하는 데 그쳤다.

실질적인 고용유발 효과는 작았다는 평가다. 구직자에게 희망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일정 수준의 경제력도 뒷받침해 준다는 취지였지만 무늬만 취업 상태인 인턴은 결국 다시 실업자 신세로 돌아가게 된다는 비판도 많았다.

Worst 3


중소기업의 눈물 키코 사태

지난해 말부터 환율 상승으로 키코(KIKO)에 가입한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가 올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피해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키코 사태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약정한 구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기업이 손실을 보게 되는 환헤지 상품이다. 기업별 손실은 중소기업이 2조8000억원, 대기업이 1조원으로 중소기업이 전체의 약 74%를 차지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키코 때문에 도산해야 하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키코 효력 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설명의 의무 등을 포함하는 ‘고객 보호 의무’라는 새 기준을 제시하며 키코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


Worst 4

‘승자의 저주’ 대우건설 파동


승자의 저주는 거짓이 아니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불거진 ‘승자의 저주’ 논란은 현실이 됐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은 풋백옵션은 결국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다른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끝까지 버텨보려 했으나 실패해 지난 6월에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 대우건설 인수로 금호아시아나는 3년 만에 최소 1조5000억원의 손실(주당 2만원 매각 시)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orst 5

우왕좌왕 세종시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9월 내정 직후 세종시의 비효율성을 들어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자 야권과 충청권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정부는 11월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하고 대안 마련에 들어갔으나 야권은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 내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정부는 서둘러 11월 23일 세종시 자족기능 확충 기본 방향은 융·복합과 녹색 산업을 연계해 국가 주도의 첨단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12월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제조·건설·유통업 등 분야에 속한 주요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토지 분양가 인하와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가 부여되면 24개 업체가 세종시로 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을 뿐 아직 불확실하다.

1018호 (200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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