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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8월에만 일본 8개 신문·방송이 다뤄 … 마술쇼 등 이색 서비스 인기 

정수정 기자 palindrome@joongang.co.kr



6월 30일 일본 NHK의 ‘클로즈업 현대’라는 프로그램에서 호주의 젯스타 등 일본에 취항하고 있는 주요 저비용항공사를 다뤘다. ‘클로즈업 현대’가 다룬 저비용항공사 중엔 한국의 제주항공도 있었다.

일본에서 지난 4월, 항공사 ANA의 이토 사장이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뒤 저비용항공사와 제주항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월에만 NHK, 후지TV, 닛케이신문, 아사히신문, 동양경제 등 8개의 일본 매체가 제주항공을 취재하거나 보도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저비용항공 산업 확대에 대한 일본의 경계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2008년 7월,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제주~일본 히로시마 간 국제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인천에서 출발하는 일본 오사카·기타큐슈·태국 방콕행, 김포에서 출발하는 오사카행 노선을 만들었으며, 지난 3월 김포에서 출발하는 나고야 노선도 신설했다. 이 밖에 지난 7월 국토해양부로부터 홍콩과 필리핀 노선을 취항할 수 있는 ‘국제항공운수권’을 배분 받는 등 서비스를 더 확대하려 하고 있다.

현재 제주항공은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보다 동남아 노선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본 기내 서비스를 무료화해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차별화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본 기내 서비스 무료 제공에 대해 “단순한 유·무료 차원이 아니라 타깃 시장 소비자 태도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나라 시장 안착 여부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내 특화 서비스도 제공한다. 승무원들이 반짝이는 재킷을 입고 간단한 마술 쇼를 보여준다. 어린이 승객을 대상으로 풍선 아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승무원을 이겨라’라는 이름의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 경품도 제공한다. 일본 노선에서는 승무원이 한복 조끼를 입고 족두리를 머리에 쓰고 음료 및 기내식을 서비스한다.

고유가·신종 플루 등 잇따른 악재 극복

제주항공은 2006년 6월 우리나라 세 번째 민간항공사로 취항했다. 제주항공이 사업계획을 세울 때 갤런당 평균 137달러였던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2006년 취항 직후 215달러로 57% 상승했다. 또한 기존 대형 항공사의 제주항공에 대한 직·간접적 견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감소세를 보이던 영업 적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다시 늘어났다. 게다가 신종 플루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가 영업 적자를 키웠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원가절감에 힘썼다. 기존의 항공사 대비 약 70~80% 수준의 운임으로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이끈다’는 목표로 임했다. 제주항공의 항공기는 B737-800 단일 기종으로 좌석은 186~189석이다. 항공기 기종을 하나로 함으로써 정비에 드는 비용과 부품 확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줄였다.

좌석의 등급도 없다. 제주항공은 모든 좌석을 이코노미석으로 운영하면서 항공기당 약 20%의 좌석을 더 늘릴 수 있었다. 이렇게 항공기당 좌석 수를 많이 만들면 좌석당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승무원과 지상요원이 기내 정리정돈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등 인력활용을 극대화한다. 제주항공을 탄 승객들은 승무원이 비행 중이나 손님이 내리기 전에 틈틈이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비행기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해 가동률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다.


ISOA는?
IATA(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로부터 받는 안전인증으로 항공사의 일반 조직, 운항, 운항통제, 객실, 정비, 화물운송, 항공보안, 여객운송의 8개 부문 1000여 개 항목에 걸쳐 실시하는 항공운송표준평가. 국제기준 심사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항공사에만 부여되는 국제표준인증제도다. 제주항공은 2009년 3월, 진에어와 함께 IOSA 인증을 받았다. 현재 국내 항공사 중 제주항공 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가 IOSA를 받았다.



이 밖에 제주항공의 항공권은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나 예약센터에서 판매한다. 여행사를 통해 예매할 때 항공사가 판매 대행의 대가로 줘야 하는 수수료만큼을 절감해 요금을 내리려는 노력도 했다. 기내식도 삼각김밥 1개와 음료로 간소화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 같은 가격경쟁력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했다”며 “양대 항공사 중심의 독과점 체제에서 비롯된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며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의 안전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제주항공의 최고 가치는 ‘안전 운항’과 ‘고객과의 약속 실천’이다. ‘안전 운항’을 위해 제주항공은 우리나라 저가항공사로서는 최초로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인증을 받았다. 제주항공의 정비 인력은 120여 명 정도로 전체 직원의 25%를 차지한다. 국내 저가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정비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과의 약속 실천’은 정확한 출발과 도착 시간이다. 인천공항에서 운항하는 45개사를 대상으로 한 정시율 순위에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4분기 13위에서 올해 1분기 18위, 2분기 6위로 올라섰다. 이는 대한민국 국적사 가운데서 1위다.

이런 원가절감과 안전에 대한 노력으로 취항 첫해 117억원, 2008년 5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만 66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 연말까지 연매출 15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273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 93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서비스 확대는 계속된다

제주항공은 올 10월에서 11월 사이 인천~홍콩, 인천~필리핀 마닐라, 부산~필리핀 세부 정기노선을 새로 취항할 예정이다. 더불어 현재 제주항공이 5대를 보유하고 있는 B737-800 항공기를 9월에서 10월 중 2대 더 도입하고, 2013년부터 신규 제작 주문한 항공기 6대를 계속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저비용항공 업체 중 유일하게 항공부문에서 국토해양부와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협약을 맺었다. 감축 목표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의 감축목표인 2%보다 높은 4%로 설정했다.

안전을 위해서도 계속 힘쓸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최초로 중정비를 할 수 있는 격납고 건설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부지를 확보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의 차세대 신성장동력”이라며 “향후10년간 제주항공의 성장과 발전에 그룹의 역량을 집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내 첫 민관 합작기업이다. 애경그룹은 1954년 생활용품을 시작으로 1970년대 기초화학, 1990년대 유통으로 이어지는 20년 주기 신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해 왔다. 2010년대는 항공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한 관계자는 “연내 200억~300억원 증자 등을 통해 건실한 재무구조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수정 기자 palindrome@joongang.co.kr

1053호 (201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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