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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신세대 잘 부리려면 잘 놀려라 

세대 충돌 ②
생산성은 (지식+감성)×상상력 … 고참 ‘억울함’ 버리고 함께 어울려야 

박세길 다울연구소장

▎노래방 풍속도 속에 우리를 빚어넣은 조각가 김주호의 질구이 작품 ‘같이 노래해요’.

많은 사람이 세대 충돌이란 늘 있어왔던 것이고, 결코 특별하지 않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지금의 신세대는 우리 역사상 최초로 자신을 집단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는 세대다. 지금의 세대 충돌은 신세대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이런 점에서 세대 충돌의 극복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가요는 세대 간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소재다. 가령 나이 지긋한 구세대는 요즘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이해하지 못한다. “저걸 노래라고 하나? 하여튼 요즘은 악만 잘 써도 돈을 버는 세상이라니까!”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다.

직장에서는 회식 후 으레 단합을 목적으로 노래방에 간다. 그런데 노래방에서 두 세대는 전혀 단합하지 못한다. 고참이 자기 세대에 맞는 노래를 부를 때 신세대는 자기 입맛에 맞는 노래를 고르느라 정신없다. 노래방은 두 세대의 문화적 간극을 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두 세대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길은 무엇인가? 해결 방향만큼은 명료하다. 젊은 세대에게 ‘노티’를 내라고 할 수는 없다. 나이 든 세대가 젊은 티를 내야 한다. 부장급 간부가 선곡했는데 소녀시대 노래가 화면에 떴다고 해 보자. 노래방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덕분에 함께 젊어지는 것! 젊음의 코드를 공유하는 것! 그것이 세대 간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가장 적극적인 길이다. 나이 든 고참 세대에게 가장 좋은 것은 젊어지는 것이며, 그 지름길은 바로 젊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다. 젊은 문화의 공유는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인 것이다.

기업문화가 젊어질수록 직장은 활기가 넘치며 그에 따라 성과도 좋아진다. 모 보안업체에서는 임원들이 행사 때마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와 걸 그룹 댄스를 선보이는 등 젊은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장섰다. 결과는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며 업계 1위를 질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친구들 회사가 놀이터인줄 아나?”

“잘 놀고들 있구먼!”

“저 친구는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도통 구분할 수 없단 말야.”

이런 말을 직장 상사가 했다면 당연히 심한 꾸지람에 해당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말은 칭찬이 될지도 모른다. 세계 IT산업의 선두주자인 구글, MS, 애플은 기업문화가 매우 유사하다. 이들 회사에는 엄격한 근무체계나 작업통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은 흡사 젊은이의 놀이터와 같은 분위기며, MS에서는 직원이 각자 독립된 방을 쓰고 있고, 애플은 구습과 격식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히피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애플이 연속으로 히트작을 내놓자 미국을 방문한 국내 전자업체 관계자들이 그 비결을 물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문화다!”

물론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업종마다 근무환경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MS, 애플이 어느 방향으로 기업문화를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지식사회에서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지식사회의 생산성은 다음과 같이 정식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성 = (지식+감성)×상상력’

한국 기업은 지식으로 축적된 기술만 강조하면서 감성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도 상상력이 결정적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상력이 권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경제와 예술의 원리가 일치돼 가고 있고, 일과 놀이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정연한 위계질서와 엄숙한 근무 분위기가 지배하는 기존의 기업문화는 획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변화는 신세대의 요구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성세대가 신세대에 갖는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는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가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데 익숙했던 것은 그들이 오직 먹고살기 위해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교적 경제적 여유를 누려온 신세대 직장인에게 먹고사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다. “흥! 배가 부른가 보군!” 식의 표현은 그들에겐 별로 통하지 않는 것이다.

신세대가 가장 원하는 것은 ‘삶을 즐기는 것’이며, 삶의 일부로서 직장 생활을 향유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세대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지점을 만나면 열정을 갖고 헌신적으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종종 탁월한 성과를 일구어낸다. 흔히 ‘머리 좋은 사람 노력하는 사람 못 당하고, 노력하는 사람 즐기는 사람 못 당한다’고 하는데 바로 신세대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놀이하듯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젊고 생기발랄한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신세대 직장인도 자신의 업무에 열정을 갖고 헌신적으로 몰입함으로써 최고의 성과를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 직원이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누워서 회의를 하는 파격을 취하는 것은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신세대에 노래방은 ‘단합용’이 아니다

세대 이야기가 나오면 고참 세대는 불편해하거나 심지어 억울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죽어라 고생해서 이만큼 일구어놨는데 어느새 구닥다리 취급을 받아야 하다니! 고참 세대가 심리적 저항감을 갖게 되면 세대 충돌은 쉽게 해소될 수 없다. 고참 세대가 긍지를 갖고 기쁜 마음으로 임할 때 세대 충돌은 아름답게 극복될 수 있다.

이제 고참 세대는 스스로 300점 인생을 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져야 한다. 첫 100점은 무엇인가. 지금의 고참 세대는 매번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목표를 정하고 죽을 힘을 다해 돌파함으로써 오늘의 한국경제를 일구어냈다. 이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인생은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고참 세대는 피로가 누적된 지금의 상태에서 탈피해 젊음이 넘쳐나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 새로운 상승 국면을 이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몫을 충분히 해낸다면 고참 세대는 또다시 100점을 받고도 남을 것이다.

고참 세대는 평균 수명이 빠르게 연장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들에게 나이 50~60대는 더 이상 노년이 아니라 청장년일 뿐이다. 그에 따라 지금의 고참 세대는 인생 2막을 사는 선구적 세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외친다. “나이 ‘쬐끔’ 먹었다고 노티 내며 과거의 추억만을 까먹고 사는 처량한 삶은 살지 말자!”

이제 정년은 사라져야 한다. 단지 인생 1막에서 2막으로의 터닝포인트가 있을 뿐이다. 가령 고참 세대는 인생 2막을 맞이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인간의 호흡을 불어넣어 자연의 가치를 드높이는 생태문화산업을 개척할 수 있다. 생태문화산업은 ‘체험 제공’이 갈수록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을 감안하면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 될 것이다. 이는 곧 2막 인생을 사는 고참 세대가 새로운 산업 개척을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선도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 또한 100점을 받고도 남는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그리하여 지금의 고참 세대는 능히 300점 인생을 살면서 후대에 정말 한 시대를 멋지게 살다간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1072호 (201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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