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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건강정보 ‘클릭’] 이유 없는 통증, 다스릴 수 있어 

 

김국진 전문기자

▎우리 몸에 자극이 오면 통증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신경을 경유해 뇌로 전달한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A사장(54)은 몇 년 전 허리 수술을 받고 의사로부터 완치됐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요즘 등뼈 전체가 아픈 심각한 만성통증을 겪고 있다. 작업장에서 일하던 어떤 60대 인부는 사고로 왼쪽 손목을 절단했는데 상처가 아물고 난 후에도 왼쪽 손가락이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 중에는 원인이 되는 자극이 사라졌는데도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이를 ‘만성동통(疼痛)’이라고 부른다. 고령자에게 많은 증상이다. 대상포진과 같은 감염증 뒤에 나타나는 신경통 등이 대표적인 만성동통이다.

진화한 통증 센서

일본 구마모토 대학에서 통증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요시무라 메구미 교수는 “최초의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신경 회로가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면 통증을 잘 억제하지 못하거나 약한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요시무라 교수는 이 또한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요시무라 교수는 “병에서 회복되는 과정에 만성적인 통증이 있으면 걷지 못하고 가만히 있게 되는데 그러는 편이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통증 그 자체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사실은 우리 몸을 지키는 소중한 작용임을 알 수 있다.

통증의 정체는 무엇이며,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요시무라 교수는 “인류의 조상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체득한 시스템이 바로 통증”이라고 말한다. 통증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만큼 종류가 많다. 책상에 다리가 부딪쳤을 때의 통증에서부터 두통, 치통, 근육통, 복통, 생리통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통증의 느낌도 다양하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묵직한 통증, 데굴데굴 구르게 만드는 극심한 통증 등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통증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우리 몸의 이상을 알리는 사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불쾌감이 큰 것이 통증이다. 발열이나 피곤한 느낌도 불편하지만 통증에는 미치지 못한다. 통증은 우리 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는 가장 원시적인 감각이다. 요시무라 교수는 “통증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원리는 기본적으로 같다”며 “몸 어딘가에 생긴 자극을 통증의 센서가 감지하고 신경을 경유해 뇌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딘가에 부딪쳤을 때는 물리적인 충격이, 근육통이 생겼을 때는 피로물질이, 그리고 병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환부에서 생기는 면역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체내 성분이 자극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재빨리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분석은 그 다음이다. 요시무라 교수에 따르면 통증을 느끼는 구조의 원형은 수억 년 전 생명체의 몸에 주입된 위험을 알리는 경고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열이나 독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됐거나 적에 의해 신체의 일부가 훼손됐을 때 빠르게 피하기 위한 센서다. 따라서 위험의 종류보다는 위험하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어날 때부터 통증을 느끼지 못하거나 땀이 나오지 않는 ‘무통무한증’ 환자는 내 몸에 엄습하는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해 크게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요시무라 교수는 “현대인의 몸속에는 원시시대부터 진화된 다양한 신구의 통증 센서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사실 다리가 책상에 부딪쳤을 때 우리는 새로운 센서와 오래된 센서의 움직임을 모두 느낀다. 부딪친 순간에 ‘앗’ 하고 느끼는 것은 새로운 센서의 작동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끼는 것은 오래된 센서의 작동에 의해서다. 센서와 연결되는 신경에도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이 있다. 새로운 타입의 신경은 전달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센서의 통증이 먼저 전달되는 것이다. 부딪쳤을 때 느껴지는 통증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매우 심오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상포진, 만성통증 염려해야

만성동통을 느끼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증이 가장 많은 곳은 몸 내부였다. 그곳은 신경에 가까운 장소였다. 즉 만성동통은 신경이 아픈 병인 것이다. 만성동통은 오랫동안 정좌했을 때 발에 자극을 가하면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정좌를 하면 혈류가 줄고 신경 자체도 압박을 받아 신경이 비명을 지르면서 통증 신호를 발신한다. 이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세를 풀고 혈류를 정상으로 되돌리면 통증도 사라진다.

만성통증은 병이나 상처 때문에 신경이 손상됐을 때 생긴다. 원인이 사라져도 신경은 상처 난 채이므로 통증 신호를 계속 발신하는 것이다. 게다가 신경이 낫더라도 잘못 재생돼 다른 신경과 혼선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촉각 신경과 혼선되면 건드리기만 해도 통증을 느낀다. 교감신경과 혼선되면 기후의 변화나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만성동통은 신경의 오작동으로 인해 통증 신호가 남발되는 ‘의미 없는 통증’인 것이다.

만성동통이 생기는 것은 개인차가 있다. 또 병이 깊으면 만성동통이 되고 가벼우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성동통으로 이어지기 쉬운 병이나 상처는 있다. 우선 감염에 의한 대상포진이나 신경염 환자는 만성통증을 우려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나 수술 후 외상 등 물리적 압박에 의한 만성동통도 있다. 그 밖에 뇌경색, 당뇨병 등이 만성동통을 일으킬 수 있는 병이다. 통증이 오랫동안 이어질 때는 빨리 통증 클리닉을 찾는 것이 상책이다. 그곳에서는 약물요법, 레이저 요법, 재활치료,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통증과 싸움을 벌인다. 요즘 대부분의 큰 병원에는 통증클리닉이 있으며 개업의도 느는 추세다. 통증을 느낄 때 되도록 빨리 치료를 하면 만성동통으로 이행되는 확률을 크게 줄이고 치료 시간도 짧아진다.

1073호 (201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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