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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의 집테크 - 100세 시대 준비, 집테크로 첫 단추 꿰자 

은퇴 가까울수록 금융자산 늘리는 미국·일본…한국은 자식·집에 올인해 불안한 노후 


“부동산 하나로 잘 먹고 잘 살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은퇴를 앞둔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최근 많이 하소연 하는 내용이다. 100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노후 준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많은 베이비붐 세대의 재산이라곤 집 한 채인 경우가 허다하다.

집 한 채 잘 굴려서 100세까지 여유롭게 사는 방법을 알아봤다.


73.6%.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빚이 별로 없고 소득이 꾸준한 근로소득자라면 부동산에 어느 정도 돈이 묶여 있어도 큰 지장은 없다. 문제는 은퇴생활자다. 집 한 채를 깔고 앉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퇴직자 가구가 적지 않다.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 집은 소비재가 아닌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지위재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처분해야 할 시기가 와도 쉽게 처분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자존심을 위해, 혹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평수를 줄이거나 시세가 낮은 지역으로 옮기는 걸 꺼린다는 것이다.

또 이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녀 사랑’도 새로운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자녀를 좋은 학군에서 교육시키려고 시세가 만만찮은 강남 같은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나면 곧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할 시기가 온다. 모아놓은 금융자산을 등록금으로 쓰고 나면 퇴직 시기가 다가오고 두 손에는 대개 부동산밖에 남지 않게 된다.

앞으론 자녀에게 기대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성장 정체기에 사회에 발을 디딘 베이비부머의 자녀는 수입에 비해 높은 물가와 주택가격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윗세대보다 약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0대 부양 책임자 중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2년 68.3%에서 2010년 32.4%로 줄었다.

다른 나라 은퇴자들은 어떨까. LG경제연구소는 최근 우리나라 가계자산 포트폴리오를 해외와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2007년 집계한 미국의 가계 자산을 보면 금융자산을 축적한 후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을 늘리다가 은퇴 무렵에는 금융자산의 비중이 다시 늘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일본의 가계는 30대 후반 이후부터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의 비중이 완만하게 감소하는 반면 금융자산은 서서히 증가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가계자산은 60세 이후 정점을 찍고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70세가 넘어선 시점에 갑작스럽게 감소한다. 금융자산은 40대 중반 이후 계속 내리막을 달려 다른 나라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노후 생활비로 언제든 꺼내 사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은 줄고, 대신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만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지표에서 나타난다.

은퇴를 앞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내 집 장만의 꿈에 갇힌 자산을 해방시킬 때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을 구조조정 해서 길고 긴 노후를 위한 먹을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집 규모를 줄여 여유자금을 마련하고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 한 방법이다. 다행히 월지급식 금융상품에 목돈을 맡겨 ‘은퇴 후 월급’을 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노후한 부동산, 실제 거주 목적으로만 사용하던 부동산을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원룸 건물로 신축해 임대료를 챙기는 사례도 많아졌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대, 노후를 위한 집테크가 필요하다.

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smile83@joongang.co.kr

1125호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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