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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영화 ‘돈의 맛’ - 달콤한 욕망, 쓰디쓴 일상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여주인공 윤여정의 소름 끼치는 연기 주목 


수퍼 리치의 일상 훔쳐보기는 해외 리얼리티 쇼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대부분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낸다. 수퍼 리치 리얼리티 쇼의 핵심은 이질감과 동질감의 공존에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부를 소유한 이들의 삶은 이른바 스케일이 다르다. 궁궐처럼 화려한 대저택에서 시중드는 집사를 두고,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니며 아침 식사는 프랑스에서, 점심 식사는 뉴욕에서, 저녁 만찬은 중국에서 즐기는 수퍼 리치의 하루는 일종의 버라이어티 쇼에 가깝다.

이런 이질감은 엔터테인먼트로서 화려한 볼거리를 담당한다. ‘돈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은 대중에게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런 이질감은 표피일 뿐이다. 수퍼 리치 리얼리티 쇼의 핵심은 사실 동질감에 있다. 제아무리 돈이 많고,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권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도 실은 우리와 똑같은 외로운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수퍼 리치 리얼리티 쇼가 완성된다. 그들의 돈을 부러워하고, 때론 비아냥거리던 대중들은 본질적으로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진짜 욕망이 시작된다. “내가 정말 돈이 많다면, 저렇게 살진 않겠어” 혹은 “내가 돈이 많다면 저렇게 살 수 있겠군!”

이래도 돈을 좇을 텐가
임상수 감독은 전작 ‘하녀’(2010) 때부터 수퍼 리치의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언제나 영화라는 무대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고 들춰내 온 임상수 감독에게 참 잘 어울리는 소재다. 그는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를 통해 전통적으로 억압되어 온 여성의 성적 욕망을 드러냈고, ‘눈물’(2000)에선 ‘날라리’라는 이름에 갇힌 청소년들의 욕망을 노출시켰다.

임상수 감독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바람난 가족’(2003)에선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를 맛 보였고, ‘그때 그 사람들’(2004)에선 절대 권력의 허망한 종말을 수면 위로 끄집어 냈다. 여성의 성(개인)과 가족(사회)을 넘어 정치(권력)를 헤집은 뒤, 남은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핵인 돈이다. 임상수 감독은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를 리메이크함으로써 시간이 흘렀지만 본질적으로는 변치 않은 자본과 권력의 속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썩 성공적인 결과는 아니었다. 접점이 문제였다. 대중은 하녀 은이(전도연)에게 공감하지 못했다. 부잣집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 주인집 남자와 유혹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아이를 잃고 그들의 눈앞에서 불타오르는 것으로 복수하는 하녀 은이는 돈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도 서슴지 않는 훈(이정재)의 가족만큼이나 이질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임상수 감독은 전작에서 다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돈의 맛’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첫 장면부터 의욕적이다. 세계 각국의 지폐더미가 표현 그대로 산처럼 쌓여있는 ‘돈의 방’으로 기선제압을 한다. 그 방을 보면 돈과 종이의 경계가 흐릿해질 정도다. 그 다음엔 ‘돈의 맛’에 중독된 백 여사(윤여정) 가족의 음습한 일상을 비추기 시작한다.

돈을 지키기 위해 정치권에 돈으로 로비를 하고, 기업의 자산을 횡령하고, 급기야 사람의 목숨까지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을 천태만상을 ‘쿨하게’ 바라보는 인물은 그 집의 집사처럼 뒷일을 마무리하는 주영작(김강우)다. 아마도 임상수 감독은 주영작의 시선이 대중의 시선이길 바란 듯싶다. 그의 눈에 비친 돈의 맛은 곧 모욕이다. 감독은 노골적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썩어있는 이면을 비추지만 직접적으로 비판하진 않는다. 앞서 말한 수퍼 리치 리얼리티 쇼의 입장과 비슷하다. 실은 ‘돈의 맛’에 중독된 사람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나약하고 불행한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이래도 돈의 맛을 좇을 텐가?”

5월 17일 개봉한 ‘돈의 맛’은 소재의 화제성 덕에 쏠쏠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영화의 흥행 성적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더 큰 관심은 아무래도 칸국제영화제로 쏠린 상황.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돈의 맛’에 대해 벌써부터 수상 가능성에 대한 설왕설래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하녀’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바 있는 임상수 감독이 이번엔 묵직한 트로피 하나쯤 들고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세상에서’로 칸의 레드카펫을 두 번 밟게 된 배우 윤여정의 연기가 칸을 매혹시키지 않을까 기대한다.

‘바람난 가족’ 이후 임상수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윤여정은 ‘돈의 맛’이 보여주고자 했던 ‘돈 중독자’의 섬뜩하고 음습한 기운을 온 몸에 두르고 스크린 위를 활보한다. 그녀가 연기한 백금옥 여사는 때론 우아하게, 때론 소름 끼치게, 때론 불쌍하게 보인다.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여인. 윤여정의 백 여사라는 캐릭터를 세상에 내놓은 것만으로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 남자들의 모험담 담은 신작 3 ■

맨 인 블랙 3
감독 배리 소넨필드
출연 윌 스미스, 토미 리 존스, 조시 브롤린
개봉 5월 17일 | 12세 관람가
10년 만에 검은 수트를 입은 남자들이 돌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요원 케이(토미 리 존스)가 사라지자 제이(윌 스미스)는 이 사건이 과거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간여행을 떠난다. 1969년으로 돌아간 제이는 젊은 케이(조시 브롤린)과 함께 시간이 꼬인 사건을 해결한다. 2002년 ‘맨 인 블랙 2’가 개봉한 지 꼭 10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시리즈 본연의 매력을 재확인시키기 충분하다.


U.F.O
감독 공귀현
출연 이주승, 김태윤, 박상혁, 정영기
개봉 5월 17일 | 청소년 관람불가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의 모험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표현한 독립영화. 네 명의 친구가 우연히 UFO로 추정되는 물체를 목격한다.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UFO 출몰지역으로 떠난 네 친구는 여고생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자신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U.F.O’의 공귀현 감독은 실체가 없는 무언가를 남에게 증명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폭력과 자신의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매섭게 보여준다.



머신건 프리처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제라드 버틀러, 미셸 모나한
개봉 5월 17일 | 15세 관람가
제목을 그대로 풀이하면, 기관총을 든 목사. 영화는 강도질을 하며 마약에 절어 살던 샘 칠더스가 종교를 갖게 되면서 삶의 이정표가 바뀌는 과정을 그린다. 우연히 아프리카를 방문한 그는 무장 반군 조직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을 목격하고,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총을 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머신건 프리처’는 ‘평화를 위한 전쟁은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이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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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호 (20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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