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자동차·타이어·기계류株 노릴 만 

일본 증시에 투자할까 말까 

리츠 펀드 수익률도 호조 … 수익률 목표 낮추고 차익 실현할 때라는 의견도



3월에 일본 주식형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한 직장인 이승훈씨는 최근 수익률을 조회하다 깜짝 놀랐다. 한 달 동안 11%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 때문이다. 이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여윳돈을 좀 더 투자할 걸 그랬다”며 “더 투자할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가가 4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일본 금융시장에 돈이 몰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4월 10일까지 일본 주식형 펀드로 1334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중국 본토(3961억원) 펀드 다음으로 많다. 일본 펀드의 수익률도 좋다.

연초 이후 평균 2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개 해외 펀드 가운데 최고다. 일본의 100대 기업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신한BNP자산운용의 ‘신한BNPP Tops일본대표기업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A1)’펀드는 연초 이후 26.9%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1.5%)와 국내 주식형 펀드(-3.3%) 수익률을 훨씬 앞선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낸 건 일본 정부가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친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은 4월 4일 “매달 7조엔(약 82조 원)씩 돈을 풀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달러당 엔화 가치는 4월 10일 99.78엔으로 4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주 중심으로 실적이 나아지면서 같은 날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만3288.13포인트로 마감했다. 전날 보다 95.78포인트 올랐다.

임대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본 리츠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38.1%에 이른다. 수출 호조를 예상한 일본 기업이 사무실을 확장하면서 부동산 임대료가 뛰어 리츠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면서다. 리츠지수는 올 들어 45.33% 뛰었다. 에프앤가이드 이승현 연구원은 “새로운 정책 기대감과 엔화 약세로 일본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2006년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가 몰렸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증시가 곤두박질쳤다. 5년 평균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 40%에 이른다. 지금은 좀 다르다. 강력한 금융정책 기대감과 엔화 약세로 최근 일본 증시가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일본 주가가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일본 니혼 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조치로 국채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채권을 더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경제 전문 컨설팅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에 달러당 엔화 가치가 120엔으로 떨어지고, 일본 증시는 1만400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 노종원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엔화 약세가 시작된 이후 일본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며 “일본 주가는 단기적으로 10%가량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자동차 제조업체인 혼다와 도요타 주가는 각각 7.3%, 16.8% 올랐다. 부동산주인 도쿄 다테모노는 48% 급등했다. 미국과 유럽시장 비중이 큰 전자기기와 제조업체 기업의 주가도 올랐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100엔대에 가까워지면서 일본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며 “자동차·타이어·기계류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고 말했다.

리츠 펀드 수익률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전자 상거래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라쿠텐이나 아마존닷컴 등이 물류시설 경쟁을 벌여 수요도 늘면서다. 지금까지 수요 확대가 리츠 펀드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다면 하반기에는 공급 부족이 호재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일본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지금 투자해도 그리 늦지 않다고 말한다.

당분간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장기적으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갈린다. 동양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주가는 대내외적 리스크 요인이 나타날 때마다 조정을 보일 수 있지만 일본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가 있는 만큼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 증시의 강세 기조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본은 30년 사이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이 65세 이상의 노년층이다. 더구나 일본의 공공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이상이다. 특히 부채가 계속 늘고 있다.

김학균 팀장은 “일본이 돈을 풀면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됐지만 GDP의 2배가 넘는 국가채무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경제지표의 반등이 나오기 전까지는 여전히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제한적 양적 완화는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실물 수요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부채 확대 정책이 실시되면 신용 등급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원은 “일본이 발권력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고 엔화를 약세로 만드는 것에 잠깐 환호할 수 있지만 전 세계에서 일본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일본펀드에 투자해 아직 손실을 본 투자자라면 이번 반등이 다른 펀드로 갈아 타는 기회라는 반응도 나온다. 배성진 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며 “이번 반등은 그동안 손실이 난 펀드의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하기에 적당하다”고 말했다.

1184호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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