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맛·영양·가격 하나만 삐끗해도 휘청 

도시락 마케팅 전쟁 

계절·요일별 할인하는 ‘타임 마케팅’ … 다양한 조합의 메뉴 개발



야근이 한창인 한 회사 사무실. 저녁 메뉴를 놓고 직원들 사이에 여러 의견이 오간다. 도시락을 먹기로 했는데 어떤 브랜드 제품을 주문할 지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A도시락이 가장 낳은 것 같아. 푸짐하면서 깔끔하고 용기와 수저까지도 세세하게 신경 써 믿을만 하잖아.” 한 직원이 의견을 제시하자 바로 반박 의견이 나온다. “그럴 바에는 메뉴는 비슷하고 가격이 훨씬 저렴한 B도시락이 낫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젊은 직원이 반기를 든다. “B도시락 가격이면 튀김이랑 고기류 반찬을 듬뿍 주는 C도시락을 먹죠.” 우여곡절 끝에 도시락 브랜드를 정하고도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메뉴를 고르는데도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도시락 업체 별로 판매하는 메뉴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식도락가의 마음을 잡기 위해 도시락 업체의 마케팅 전쟁이 치열하다. 기본은 메뉴 구성이다. 본도시락 김세현 실장은 “한정된 가격과 용기 안에 어떤 음식을 담아, 어떻게 포장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제품을 알려도 기본인 맛·영양·가격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허점을 보이면 소비자는 금세 다른 전화번호를 찾는다.

브랜드마다 나름의 음식 철학을 담아 메뉴를 정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기본 메뉴만 30~40가지가 된다. 거기에 추가 밑반찬, 국, 사이드 메뉴를 곁들이는 방법에 따라 100여 개가 넘는 조합을 만들 수 있다. 브랜드의 메뉴판과 가격만 유심히 살펴도 회사의 특성을 알 수 있다.


메뉴판에 담긴 도시락 철학

본도시락의 컨셉트는 ‘도시락도 가정식 부럽지 않게 먹자’다. 김치·나물·마늘 등 기본 밑반찬류를 5~6가지 넣어 영양 균형을 맞춘다.

메뉴 별로 불고기·튀김·돈까스류를 조합해 집에서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쇠고기 불고기나 제육볶음 도시락에는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채소까지 제공한다.

용기와 수저도 고급 제품을 쓴다. “도시락을 먹은 후 용기와 수저를 씻어 2~3번 재활용하는 소비자도 많다”는 게 본도시락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신 경쟁사에 비해서 1000~2000원 비싼 편이다.

도시락 업계 1위 한솥은 ‘바쁜 서민의 합리적인 한 끼’를 지향한다. 다양한 메뉴를 가격대 별로 마련했다. 반찬·단품·밥·국을 모두 따로 구매할 수 있다. 평균 4000~5000원이면 푸짐한 도시락을 즐길 수 있다. 볶음밥·카레밥처럼 3000원 정도로 한 끼를 해결하는 단품 메뉴도 여럿이다.

오봉도시락은 ‘저렴하고 푸짐하게’ 도시락을 만든다. 네 가지 정도의 밑반찬을 기본으로 하고 불고기·돈까스·생선·튀김·떡갈비 등을 조합해 다양한 메뉴를 만들었다. 5000원대에서 대부분의 세트 메뉴를 구입할 수 있다. 고기와 돈까스 등 메인 반찬의 양을 푸짐하게 주는 게 특징이다. 육류와 튀김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차별화된 메뉴 구성이 끝나면 본격적인 브랜드 알리기에 들어간다.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고, 드라마나 영화의 간접 광고(PPL), 다양한 문화 이벤트로 브랜드를 알린다. 도시락 회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방법은 다양하지만 결국 식품 안전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게 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엔 말 못할 고민도 숨어있다.

한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회사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비싼 모델을 쓰고, 드라마에 간접 광고를 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느 정도 브랜드 이름이 귀에 익어야 소비자가 ‘TV에도 나오는 브랜드니까’ ‘누가 모델로 나온 도시락이네’ 하며 안심한다”고 하소연했다.

유명 연예인에 만화 캐릭터 활용하기도

브랜드 알리기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오봉도시락이다. 오봉도시락은 2월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과 도시락 공급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즌 동안 인천 유나이티드 홈경기 때 필요한 도시락을 무상 공급한다. 오봉도시락은 ‘인천 유나이티드 도시락 런치박스’ 특별 메뉴를 만들어 전국 160여개 매장에서 판매한다. 김남일·설기현 선수가 모델로 등장한 포스터도 제작했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만 SBS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KBS ‘칼과 꽃’ 등의 드라마와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3’ ‘2013 볼쇼이 아이스 쇼’를 협찬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 밖에 단편 영화제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폭넓게 활용한다. 지난해부터 도시락 메뉴 중 하나인 ‘독도도시락’의 판매 수익 중 일부를 ‘독도 살리기 운동본부’에 기부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본죽·본비빔밥으로 인지도를 쌓은 본도시락은 7월부터 여배우 조윤희를 전속 모델로 발탁해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조윤희는 드라마 스캔들에서 컵밥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컵밥을 판매하는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도시락 판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도시락 업계의 선두주자 한솥도시락은 어린이 고객 잡기에 나섰다. 가족 단위의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미래의 잠재 고객까지 미리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3월에는 애니매이션 캐릭터 뽀로로를 활용한 도시락 메뉴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5월에는 또 다른 만화 캐릭터 디보를 모델로 하는 메뉴도 출시했다. 이용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캐릭터 부채를, 추첨을 통해서 어린이 책상 세트도 선물로 준다.

시간·요일·계절에 따라 발생하는 수요 잡기 경쟁도 치열하다. 이른바 ‘타임 마케팅’ 전쟁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할인을 해주거나, 요일 별로 특정 메뉴에 한해 저렴하게 판다. 계절별에 맞춘 특별 신메뉴를 출시하는 건 기본이다. 본도시락은 여름 메뉴로 곤약냉면을 출시했다.

시원하게 먹을 수 있고, 칼로리가 낮은 곤약을 이용해 여름철 관심이 많은 다이어트까지 신경 써 개발한 메뉴다. 한솥도시락은 4월에는 봄나물을 활용한 나물밥 메뉴를 출시했다. 6월에는 열무강된장 비빔밥을 출시해 호평을 받았다. 휴가를 떠나는 고객을 위해서 월·목요일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단품으로 차 안에서도 먹기 쉬운 치킨마요 도시락을 2000원에 판매한다. 오봉도시락은 ‘밥 버거’를 출시했다. 입맛이 없고,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메뉴다. 햄버거처럼 생긴 제품인데, 빵 대신 밥을 쓰고 안에는 제육·불고기·떡갈비 등을 넣었다. 최근 규모를 늘려가는 편의점 도시락의 반격도 만만찮다. 편의점에서 출시한 도시락은 3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알뜰족을 공략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요리 전문가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이고, 물이나 음료는 증정품으로 묶어 팔아 반응이 좋다.

1197호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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