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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모국 U턴 늘어난다 

3D 프린터가 바꾸는 미래 

함승민
값싼 노동력 찾아 떠돌 필요 없어 … 재고관리에도 유리



3D 프린터 기술은 적용 가능 분야가 다양하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특히 3D 프린터가 제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소모적인 공정과 재료 없이도 필요한 모양의 제품 제작이 가능해서다. 소량 생산에도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에 대량 생산 체제에서 한계가 있던 업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을 분야로 의료·바이오 계열의 맞춤형 제품생산업계가 꼽힌다. 대량 생산이 어려운 보청기, 보철용 치아, 의족 제작 업체가 예다. 이들 제품은 기술자가 소비자에 따라 일일이 맞춤제작을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3D 프린터 기술의 활성화되면 맞춤 제작이 쉽고 단가도 내려간다. 한 치기공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3D 프린팅 치아 가격이 비싸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치기공업계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의 보청기회사 와이덱스는 지난해 3D 프린터로 기존 제품보다 정밀한 맞춤형 보청기를 제작했다. 앞으로 가격도 내려갈 전망이다. 치아 보철기기나 임플란트, 인공 팔다리를 제작 때도 3D 프린터가 쓰인다. 개인 체형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하기도 쉽다.

소량 맞춤형 생산에 유리

이와 함께 프라모델(플라스틱 모형 장난감)을 비롯한 장난감·액세서리 등 다양성이 중요하고 유행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도 확대적용될 전망이다. 영화업계에서도 3D 프린터 기술의 발전이 반갑다. 맞춤형 소품이나 특수효과 도구 제작이 쉽고 비용 절감 효과도 큰 때문이다.

대량 생산이 불가피했던 기존 제조업계에도 시제품 생산과 재고관리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자동차와 우주항공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에서 새 엔진이나 부품을 개발할 경우 7~8회의 시험용 제품 제작이 필요하다.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시제품 개발에도 시간과 비용 소모가 많다. 시제품 하나를 제작하는 데도 별도의 금형과 관련 기기가 필요하다. 시제품 제작 때 3D 프린터 기술을 사용하면 시제품 제작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재고관리에도 유리하다. 비용 부담이 적으면 제조업체 입장에서 굳이 한 번에 많이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처럼 만든 제품을 창고에 쌓아두고 팔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과잉뿐 아니라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 제품 재고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장 난 해외차 부품이 필요할 때나 단종된 기기를 수리할 때를 떠올리면 쉽다.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다음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

3D 프린터가 글로벌 경제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제조업은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등 제3세계로 거점을 옮겨왔지만 3D 프린터가 활성화되면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할 이유가 없다.

주요 글로벌 기업의 ‘U턴’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영국의 물류시장 조사업체 트랜스포트 인텔리전스는 올 초발표한 보고서에서 ‘3D 프린터와 같은 차세대 생산기술이 오늘날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글로벌화를 역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적재산권 산업도 각광받을 듯

이로 인해 각 산업 부문에 특화된 생산거점 지역이 ‘슬럼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금형 제작 등 대량 생산 체제에 기대는 기존 생산 장비 제조업의 몰락을 예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홍일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D 프린터 기술의 발달 과정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대량 생산 체제가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생산 방식을 보완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석환 로킷 대표는 “생산장비 제조업계가 3D 프린터의 후(後)가공 산업으로 이동하는 등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3D 프린터 활성화는 기술·서비스 등 지식경제 분야의 변화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3D 프린팅 기술 발달로 제조업의 진입장벽이 완화되고 지적재산권 관련 산업이 변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계도나 아이디어만으로 제품을 제작할 수 있어 제조업 진출이 쉽고 벤처 창업도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3D 디자인 관련 지적 재산의 관리와 복제방지 산업도 덩달아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의 등장도 예상된다. 3D 프린터로 물건을 찍어내려면 프린터뿐 아니라 디지털화한 3D 설계도가 필요하다. 이런 디자인·설계도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생길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인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을 떠올리면 쉽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3D 디자인을 만들어주는 업체의 등장도 예견된다.

3D 프린팅 전문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인이 디자인을 갖고 오면 3D 프린터로 대신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종이 프린터가 상용화되기 전 문서 출력을 대신 해주던 전문 업체와 비슷하다. 게다가 3D 프린터는 프린터마다 사용할 수 잇는 소재의 제약이 심하다. 가정용 3D 프린터가 보급되더라도 사용 가능한 소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소재의 3D 프린터를 갖춘 전문 업체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203호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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