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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명에 도전 

유망 중소·중견기업 후계 경영자 ④ 정환수 씨앤씨라이트웨이 부장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
중동에서 더 유명한 전문 조명 기업 … 카타르에 합작 공장도 세워

▎서울 서초동 씨앤씨라이트웨이 본사에서 정환수 부장이 촬영에 응했다.



정환수(33) 씨앤씨라이트웨이 부장은 지난해 6월 24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날 그는 카타르 도하에 있었다. 카타르 최대 기업인 알 파이잘 홀딩의 계열사 아말컴퍼니와 조명회사 합자 계약을 위해서다. 중소기업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계약이었기에 밤 새워 제안서를 준비했고 변호사와 함께 꼼꼼히 검토하며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날 오후 1시 아말컴퍼니 빌딩 22층 회의실에서 아버지인 씨앤씨라이트웨이 정호목(58) 회장과 셰이크 파이잘 빈카심 알 타니 회장이 만났다.

파이잘 회장은 현 카타르 국왕의 동생이다. 잠시 후 두 경영자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밝게 웃었다. 이날 함께한 정기종 주 카타르 대한민국 대사는 “한국 기업이 카타르에 제품 생산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도하의 밤 풍경을 우리 기술과 디자인으로 밝힐 기회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정 부장은 “마음은 이미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지만 여유부릴 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음 일정이 이미 잡혀 있었다. 카타르 도하 쇼핑센터에 새로 들어서는 호텔 5곳에 조명을 제공하는 프레젠테이션이었다. 협약식을 마치고 나오는 파이잘 회장의 비서에게는 파이잘 회장의 저택 정원과 집안에 최신형 조명을 설치하는 제안서를 건넸다.

호텔 조명 계약은 따냈지만 회장의 저택 조명 공사는 연락이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습니다. 어렵게 진출한 중동입니다. 카타르를 통해 중동 시장에 강력한 인상을 주기 위해 쉴 틈 없이 기획하며 뛰어다녔습니다.”

빛에 푹 빠진 父子

씨앤씨라이트웨이는 정호목 회장이 1994년 설립한 조명 전문 기업이다. 고려대 사학과를 나온 뒤 다니던 무역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실직했다. 1980년 지인의 소개로 조명기기 설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14년간 조명일을 배운 정 회장은 씨앤씨라이트웨이를 창업했다.

업계 최고의 특수 조명 기술자와 의기투합해 세운 기업이다. 정 부장은 “아버지는 빛에 푹 빠진 남자”라고 소개했다. “길을 가다가 형형색색의 조명을 보면 생각에 잠기세요. ‘빛을 저렇게 만들면 안 되는데, 균형 감각이 없어 어지럽다’는 말씀을 합니다. 늘 새로운 불빛을 고민하고 어디를 가나 빛에 주목합니다. 빛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세상 누구보다도 많은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씨앤씨라이트웨이는 설립 수년 만에 극장용 조명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1990년대 말 업계 1위에 오른 씨앤씨라이트웨이의 고객 명단은 화려하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호암아트홀,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 대표 공연시설이 주요 고객이다. 2000년대 들어서며 회사는 영역을 넓혀갔다.

건물과 쇼핑몰 등 대형 구조물을 위한 전문 조명과 방송 스튜디오용 조명이다. 무대 조명에서 자리 잡았고 경관 조명에서 방송 조명으로 진출했다. 정 부장은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기에 사업 확장이 가능했다고 믿는다. “조명 밝기와 강도를 미세한 수준까지 조율해야 합니다. 전기 조명의 메카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가능합니다. 조명 시장이 좁다 보니 저희 회사 기술력을 업계가 알고 있었습니다. 무대 조명 기술이 앞서 있어서 다른 분야 진출이 쉬웠습니다.”

씨앤씨라이트웨이는 국내 주요 대기업 본사 빌딩의 조명 장치도 만들었다. 삼성의 서울 서초사옥 딜라이트와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사의 경관 조명이 대표 사례다. 서울 신도림동에 문을 연 대림 디큐브시티에선 실내·외 조명을 맡았다. 경관 조명은 건물에 조명 기구를 설치해서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정 부장은 “조명 기기를 정교히 조절하는 기술과, 설치한 조명 기기를 끝까지 맡아 보수·유지하는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는 여전히 저가로 계약을 따낸 다음 설치 이후 ‘나 몰라라’ 하는 업체가 있다고 한다. 조명 감독이 아무리 환상적인 조명 디자인을 만들어놔도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으면 허사다. 조명 시설은 민감한 장비인데다 특수 기술이 적용된 경우가 많아 전문가의 관리가 필수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다”며 “설치한 제품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고객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정 부장은 5년차 직장인이자 2세 경영자다. 그는 아직 경영자라는 말에 부담을 느꼈다. 부장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고민하는 처지에 경영자라는 타이틀이 버겁다는 것이다. 창립 멤버가 즐비한 회사에서 그는 아직 배울 일이 많은 신참이다. “출근 첫 날 다짐했습니다. ‘나는 회장 아들이 아니라 신입 사원이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성실히 일하자.’ 마음속으로 수 없이 되뇌며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묻기 전에 실행’ 좌우명

다양한 부서에서 일을 배우는 그를 아버지는 엄하게 가르쳤다. 정 회장은 아들의 실수를 봐주고 넘어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넘어갈 사소한 일도 따로 불러서 지적했다. 정 부장이 억울해 하면 “너는 모든 일을 다 알아야 한다”며 더 엄하게 꾸짖었다.

“항상 기본적인 내용을 물어 봅니다. 지적 받으면 다시 말 나오기 전에 마무리 해야 했습니다. 두 번 이야기가 나오는 날은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제 카카오톡 인사 문구가 ‘물어보기 전에 실행하자’인 이유입니다.”

그는 5년이 눈 깜박할 사이 지났다고 말한다. 밑바닥에서부터 일하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는 영업직부터 시작했다.

물건을 팔기 위해 전문 서적을 뒤적이며 공부했다. 이 분야 특성상 물건을 제대로 알아야 팔 수 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며 견적서를 만들고 해외 바이어와 연락하며 일을 배웠다. 그는 2세 경영자에게 꼼꼼함과 책임감이 필수라고 말한다.

“일반 직원은 자신의 업무만 마무리하면 되지만 경영자는 업무의 전후 관계를 살펴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몇 배의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업계에서 인정 받지만 한국 시장은 좁다. 기존 업체와 경쟁도 치열하다. 살길을 찾기 위해 씨앤씨라이트웨이는 해외 진출로 눈을 돌렸다. 정 회장은 매년 15번 정도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해외 전시회로 향한다. 해외 조명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틈틈이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서다. 정 부장도 매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조명전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조명전을 찾는다.

노력하던 정씨 부자에게 기회가 왔다. 기회가 될 때마다 제안서를 넣었던 사우디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자사 건물 조명을 주문한 것이다. “프로젝트 규모는 작았지만 저희에겐 큰 기회였습니다. 밤 새워 매달렸습니다. 아무리 귀찮은 부탁도 마다하지 않고 성의껏 일하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중동에 씨앤씨라이트웨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중국·러시아·베트남 진출도 노려

씨앤씨라이트웨이의 노력은 카타르 진출로 연결됐다. 카타르 최대 기업 파이잘홀딩의 눈에 든 것이다. 파이잘 회장은 합자 기업을 유치해 자국 기술력을 높이는데 관심이 있었다. 유럽 기업은 기술 이전을 꺼려했고, 중국 기업은 아직 믿기 어려웠다. 작지만 성실하고 한국 주요 대기업 경관 조명을 진행한 씨앤씨라이트웨이의 기술력을 높게 산 것이다.

“한국의 국가 인지도가 높아져 해외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우리 회사의 장점은 솔루션 제공 능력입니다. 디자인과 설치 노하우도 앞서 있습니다. 중동 진출도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카타르에 이어 올 초에는 쿠웨이트에서 프로젝트를 따냈다. 쿠웨이트 와타니야텔레콤 본사 건물의 LED 조명을 수주했다. 외벽 전체에 사용되는 LED 조명을 포함해 1층 로비 내부에 설치되는 LED 조명 미디어파사드까지 액수로 약 500만 달러(약 55억원)가 넘는다. 와타니야텔레콤의 본사 건물은 이번 LED 조명 설치를 통해 대부분의 빌딩 외벽을 LED 조명으로 단장하고 쿠웨이트를 상징하는 친환경 랜드마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정 부장은 지난 연말 내내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제안서 작성에 매달렸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평생 구박 당할 각오로 일에 매달렸다. 프랑스와 중국 기업이 경쟁상대였다. 프랑스는 앞선 품질과 디자인을 강조했고 중국은 가격을 낮추며 물량 공세를 벌였다.

올 1월 초 씨앤씨라이트웨이로 결정됐다. 정 부장은 “와타니야 텔레콤의 본사 건물은 쿠웨이트 공항의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며 “쿠웨이트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빌딩을 우리가 꾸민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가 더욱 크다”라고 말했다.

정 부장은 중동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외에 중국·러시아·베트남 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하고 있다. 그는 해외로 나가야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실력을 미리 키워놔야 기업이 성장한다고 본다. 정 회장도 “직접 중동 시장에 진출해보니 한국의 기술력이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뤘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며 “대한민국 제품에 대한 평가가 좋은 지금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카타르 도하센터 주위에는 씨앤씨라이트웨이가 경관 조명을 담당하는 호텔 건물이 있다. 공사를 마친 호텔 두 곳은 이미 설치를 완료했다. 세 곳은 공사 마무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카타르와 합작한 공장은 내년 가동이 목표다. 회사명은 큐레즈. 이곳에서 LED 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카타르를 교두보 삼아 중동 주요 국가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정 부장의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2022년 카타르에선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다. 카타르에선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장과 새로운 랜드마크 빌딩 건축이 한창이다. 여기에 씨앤씨라이트웨이의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 될 것입니다. 그곳 메인 조명을 저희가 맡고 싶습니다.”

1205호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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