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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미다스 손’의 귀환 

문영주 MPK그룹 사장 

영국식 베이커리 카페 표방한 ‘마노핀’ 개장 베니건스·마켓오 신화의 주역

▎문영주 MPK그룹 사장이 10월 3일 문을 연 프리미엄 베이커리 카페 ‘마노핀’ 서울 이태원점에서 머핀과 커피를 결합한 햇머핀 메뉴를 선보였다.



‘짤랑짤랑~’ 1840년대 영국 런던 거리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핀맨’이 등장한 것이다. 머핀맨은 말 그대로 과거 영국에서 머핀을 팔던 상인을 뜻한다. 그는 머리에 머핀이 든 판을 이고, 종을 울리며 손님을 끌었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멋들어진 모자를 쓴 그가 파는 건 머핀만이 아니었다. 매일같이 런던 거리를 활보하며 젊은이를 만나는 그는 곧 영국의 트렌드 세터였다.

문영주 MPK그룹 사장(50)과 머핀맨은 닮은 점이 많다. 1990년 제일기획에서 광고인(AE)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오리온(당시 동양제과) 외식사업담당 상무를 거쳐 39세의 젊은 나이에 오리온그룹 계열사 롸이즈온 대표 자리에 올랐다. 외식·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담당한 그는 1995년 미국 레스토랑 체인 ‘베니건스’를 도입해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그가 베니건스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조사를 하고 1년 가까이 접시닦이·청소 등을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마켓오’를 내놓아 외식업계에 ‘웰빙 바람’을 몰고 왔다. 다른 어떤 사업보다 유행에 민감한 외식 시장에서 꾸준히 성공 신화를 써온 문 사장이 현대판 ‘머핀맨’인 이유다.

지난해 8월 MPK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취임 1년여 만에 진짜 머핀을 들고 돌아왔다. 기존 브랜드인 ‘마노핀 익스프레스’를 고급화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카페 ‘마노핀’과 함께다. 10월 2일 서울 이태원점 개점을 하루 앞두고 만난 문 사장은 “설렘으로 어젯밤 한숨도 못 잤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표 취임한지 15개월쯤 됐는데 그중 10개월은 마노핀 카페를 준비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새롭게,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아이디어가 갇혀있지 않도록 외부에서 제빵·커피·디자인·인테리어·마케팅 등 핵심 분야별 인재 5명을 영입해 프로젝트팀을 꾸렸어요. 전 그 팀에서 팀장 역할을 했고요. 일주일 간 임시개장을 해서 고객 반응을 살폈는데 다행히 괜찮더라고요. 정식으로 개점하니까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죠.”

문 사장은 전문경영인이기 전에 ‘콘셉트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브랜드를 만들 때 구체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는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베니건스는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 출신 바텐더, 마켓오는 친환경 작물을 재배하는 건강한 농부의 이야기에서 착안해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번에 문을 연 마노핀 카페의 주인공은 영국에서 머핀을 팔던 멋쟁이 행상, 머핀맨이다.

“커피전문점마다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이젠 카페에서 커피만 팔아선 차별화가 힘들어졌죠. 미스터피자가 맛있는 피자 도우를 만들 듯 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해서 머핀을 생각한 거에요. 전 그중에서도 영국의 가장 대중적인 메뉴 가운데 하나인 잉글리쉬 머핀을 떠올렸죠. 미스터피자는 생도우를 즉석에서 반죽해 만들어 맛이 좋거든요. 피자처럼 즉석에서 갓 구워 만든 머핀과 질 좋은 원두를 쓴 커피와의 궁합이 잘 맞아요.”

서울·경기 지역에 38개 매장이 있는 ‘마노핀 익스프레스’의 경우 저가형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주로 지하철 역사에서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운영한다. 마노핀 익스프레스의 990원 아메리카노와 2000원대 컵케익은 바쁜 직장인들의 요깃거리로 인기다. 마노핀 익스프레스의 상위 브랜드로 문을 연 마노핀 카페는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최상급 원두를 사용해 명품 커피머신인 라마르조꼬로 추출, 리스트레또(에스프레스보다 물의 양을 적게 해 진하게 뽑는 것) 샷이 2잔 들어간 아메리카노는 3900원이다. 기존 컵케익에 갖가지 재료를 더한 컵케익도 5000원대로 ‘저가형’과는 거리가 멀다.

‘이야기 있는 브랜드’가 전매특허

3층 건물 중 꼭대기 층엔 칵테일바를 둬 ‘마노핀 살롱’이란 이름을 붙였다. 저녁 6시 이후에는 이곳에서 커피 외에 모히토·마티니 등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문영주 사장은 매장의 칵테일바에 대해 “차별화 전략인 동시에 현지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듯 국내에서도 동네마다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봐요. 지하철 역사가 아닌 서울 이태원 마노핀은 더 고급스러울 수밖에 없죠. 이태원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하고, 클럽에 가기도 하는 동네잖아요. 그래서 카페 안에 칵테일바를 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저는 브랜드를 만들 때 항상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둡니다.

이태원에 1호점을 낸 것도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고요. 미스터피자가 이미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특히 중국에선 26개 매장을 낼 만큼 경쟁력을 갖췄어요. 마노핀도 미스터피자와 함께 진출해 두 브랜드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미스터피자와 해외 시장 시너지 효과 기대

문영주 사장은 매주 화요일마다 각 부서 임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직원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다. MPK그룹은 분기마다 ‘직원 만족도 조사’를 펼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문 사장이 취임한 후 만족도가 꾸준히 올랐다. 직급에 관계없이 편안히 대화하는 분위기가 내부에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같이 일하려면 마음이 맞아야 하잖아요. 팀워크를 다지려면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죠. 제 개인적으로 사장은 다른 직원보다 조금 더 경험이 많고,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권위주의를 없애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젊은 직원들 이야기는 더 귀담아 듣죠. 그들이 곧 우리 소비자이니까요.”

젊은 감각을 읽는 능력 덕분일까. 그는 외식사업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0년대 초반 오리온에서 근무하던 시절, 미디어플렉스 영화관 사업담당 상무를 맡으면서 메가박스를 선보였다. 멀티플랙스 영화관이 드물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2001년엔 공연계열사 제미로 대표로 있으면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캐츠’를 기획·제작하기도 했다. 이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 뮤지컬 시장은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서울 방배동 마노핀 매장을 갤러리 형태로 꾸며 카페에 온 고객들이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문화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는 그는 다만 “외식사업이 내 적성에 더 맞다”고 했다.

“외식사업만큼 정직한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고, 뛰어다닌 만큼 결과가 나오거든요. 무엇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문 사장은 “새로움이 성장 동력”이라며 “앞으로 내가 회사에서 할 일도 끊임 없이 새로운 경쟁력을 불어 넣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에 없는 걸 만드는 일이 힘들진 않느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사람이 늙는다는 게 다른 게 아닌 것 같아요. 새로운게 귀찮아지면 늙는 것 아닐까요? 전 늙고 싶지 않아요(웃음).”

1207호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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