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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실험하는 경영자 되겠다” 

최봉수 메가북스 대표 

경영서 『인사이트』 출간 … 어디선가 들은 듯한 얘기 쉽고 실감나게 풀어

▎최봉수 메가북스 대표.



2010년 경기도 파주 웅진씽크빅 본사를 찾아갔을 때다. “대표님 만나러 왔다”고 하자 안내하던 직원이 말했다. “우리 대표님 아주 재미난 분이에요” 묻지도 않았는데 이게 뭔 소린지. 그런데 직원들의 그런 반응엔 이유가 있었다. 당시 웅진씽크빅에선 나름 의미 있는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사내에선 그걸 ‘혁신 3종 세트’라 불렀다. 직원의 10%를 빼내 이노오션(Ino-Ocean)팀을 만들었고, 조직별로도 회사 업무와 무관한 주제를 연구해 결과를 내놓도록 했다. 두 달에 한 번은 1~2명의 직원을 선발해 30일 동안 자유 여행을 보내줬다. 최봉수(52) 메가북스 대표가 웅진씽크빅을 이끌던 시절의 일이다.

“10%씩 인력을 빼내라고 하니 구조조정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직원들도 있었죠. 90%는 지금의 일을 하고, 10%는 미래의 일을 하자는 취지였어요. 무슨 일을 해도 좋으니 꿈도 꾸고, 모험도 하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오라고 일렀죠. 성과가 좋았어요. 스토리빔과 같은 신사업이 바로 거기서 나왔으니까요.”

직원 10% 놀리니 대박 아이디어 나와

스토리빔은 빔 프로젝터 형식의 영상그림책이다. 동화책 콘텐트를 탑재해 빛을 비출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들려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2011년 홈쇼핑에서 출시되자마자 13일만에 8000여대가 팔려나갔고, 6개월 만에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학습지와 전집 시장은 전체적으로 침체기였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인데 1등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생각했죠. 새로운 게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선 도전이 필요했어요. 학습지와 전집을 새로운 디바이스와 결합하는 시도들이 성공을 거뒀죠. 뿌듯하게 생각해요.”

최 대표가 최근 그간의 경영 경험을 엮은 책 『인사이트』를 펴낸 것을 계기로 만나봤다. 웅진씽크빅 대표 시절 일주일에 한두 번있는 직원 교육을 위해 만들었던 자료를 모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충하고, 이를 주제별로 분류한 뒤 59가지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누구나 알만한 사건과 기업, 인물의 이야기를 엮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변화와 도전 앞에서 서 있거나 위기에 빠진 모든 이들이 새겨둬야 할 이야기들이다.

“사실 개념적인 이야기는 아무리 해봐도 설득력이 없어요.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라고 수백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착하게 산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죠. 쉽고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에서 스스로 답을 얻어낼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책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사례가 어떤 것이냐 묻자 그는 ‘자랑’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그는 책에 이렇게 썼다.

점령군이 들어오는 날, 임원들은 도살장에 끌려 나온 소처럼 마음을 비우고 소집된 임원회의 자리를 지켰다. 인수한 회사의 오너가 상석에 앉았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죠? 오늘부터 매주 여러분들과 회의를 하겠습니다. 시작하죠. 우리 이사님들 본부 자랑을 해보시죠.”

‘자랑?’

다들 당황에서 얼굴만 쳐다본다. 모두들 당황하고 황당했다. 개중에 눈치 빠른 임원 몇이 애매하고 상투적인 자랑을 조심스레 꺼 내놓았다. 그러자 새로 온 오너는 크게 칭찬을 해주었다.

“다음 주 회의에는 모두들 자랑거리 하나씩 준비해 오세요.”

한 주, 두 주가 지나고 임원 자랑대회가 매주 열렸다. 자랑거리가 늘었고, 이젠 어느 누구도 당황하지 않고, 황당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랑거리를 지어내다가 찾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자랑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몇 년째 적자였던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다.

“리더는 언제 어디서든 세 가지 자랑거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의 지론이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일화다. 최 대표는 “윤 회장의 경영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요즘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웅진그룹은 핵심 계열사가 법정관리 중이다) 8년 정도 함께 일하면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고 말했다. 구글의 성공 비결을 장자의 ‘무용지용’과 연결해 풀어낸 대목도 흥미롭다.

구글 직원들은 누구든 근무 시간의 20%를 본업과 관계없이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프로젝트에 쓸 수 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그 중 10%는 아예 기업의 비즈니스와 관계없는 모험적인 프로젝트를 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온 프로젝트 하나가 해저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취미 활동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실제 비즈니스가 됐다. 당시 진행 중이던 더 기가 막힌 프로젝트로 소개받았다. 화성 내비게이션 프로젝트. 휴, 우린 정말 갈 길이 멀다.

인개지유용지용 이막지무용지용(人皆知有用之用 而莫知無用之用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이 쓰임은 알지만, 쓸데 없는 것이 쓰임은 알지 못한다)

평소에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은 나름의 역할을 한다. 세상이 당장 돈 되는 일에만 매진할 때, 돈 될 것 같지 않은 일에 투자하면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나 나중에 그 어리석은 투자가 큰돈이 되어 돌아올 지 누가 알겠는가.


『인사이트』가 흐르는 방향은 ‘나를 바꾸는 생각, 생각을 바꾸는 이야기’다. ‘늘 새로운 것에 목마르다’는 최 대표의 평소 고민과 맞닿아있다. 출판계에서 오래 일한 최 대표는 2000년대 초 업계에 임프린트 모델을 처음 도입한 주인공이다. 임프린트는 한 회사의 경영권 아래에 있지만 개별적인 브랜드로 운영되는 소규모 출판사를 말한다.

외형상 사업부처럼 보이지만 편집·기획·인사권 등이 보장되는 독립적인 회사다. ‘가뜩이나 위축된 출판시장을 다 말아먹으려 한다’는 비난까지 들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임프린트는 웬만한 출판 기업의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가 맡았던 웅진씽크빅 단행본 사업부는 20위권을 맴돌다 3년 만에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저는 32살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어요. 동기들에 비해 한참 늦었죠. 뭔가 더 빨리,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려면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좀 더 새로운 것, 그리고 불가능하다는 보통의 시선 속에 숨겨진 것, 그런 것에 주목했어요. 결과가 좋았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 일 났겠죠(웃음).”

최 대표는 지난해 메가북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메가북스는 최 대표가 대학 동기인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와 손잡고 설립한 단행본 출판법인이다. 전 직장에 비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을 즐긴다. 직원들에게 자유 시간을 주는 것도 예전과 같다.

“쉬면서 무슨 생각이든 하라는 거죠. 영화를 보든 당구를 치든 간섭 안 해요. 처음엔 평일 낮에 뭘 해야 하나 망설이더니 지금은 사내 동아리도 많이 생겼어요. 한 팀장이 ‘너무 바빠서 저는 일을 하겠다’고 하기에 ‘만일 당신이 오늘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 어떡하느냐’면서 ‘그럴지도 모르니 다른 사람을 뽑아둬야겠다’ 했더니 결국은 놀러 나가더군요(웃음). 혁신은 절대 뒤로 미룰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혁신은 자유로운 사고와 활동에서 나오죠. 언제 어디서든 끝까지 실험하는 경영자로 남고 싶어요.”

최 대표는 이번 책을 출판하면서 ‘000님께, 000 드림’이란 문구를 속지에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서로 선물하면서 여러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더 큰 배를 만들어준다고 누구나 큰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더 큰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면 배는 스스로 만듭니다. 저는 그게 경영자, 부모, 선배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책이 작은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1215호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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