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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클라우드(Cloud) 서비스센터 건립 

모니카 멩기니 다쏘시스템 수석부사장 

가상현실로 제품 제조 실험해 비용 절감 … 돈 없는 중소벤처에 큰 도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니카 다쏘시스템 수석부사장.



프랑스의 글로벌 기업인 다쏘시스템은 올해 정보기술(IT) 기업 5곳을 인수·합병(M&A) 했다. 3차원(D) 도시환경, 플라스틱 사출, 공장 관리, 자동차 설계 관련 기업들이다. 다쏘시스템은 핵심 기술을 가진 IT 기업과의 공조를 통해 한 단계 높은 3D 기술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모니카 멩기스 다쏘시스템 수석 부사장은 “다쏘시스템의 핵심 사업은 제조·마케팅·콘텐트의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다양한 기술 기업을 M&A하며 남다른 3D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쏘시스템은 항공기·자동차·전자제품 등을 설계·실험하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자다. 지난해 26억 달러(약 2조7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기업은 비행기 미라지와 라팔을 제작하는 프랑스의 다쏘항공이다. 수십 년 동안 항공기를 설계하며 3D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

이를 이용해 1981년 다쏘시스템이란 회사를 세웠다. 다쏘시스템은 제품 설계를 넘어서 공장 자동화 기획과 운영·생산·보수·유지 등 주요 제조 과정을 컴퓨터로 설계하는 PLM(Prouduct Life Cycle Management)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계 주요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컴퓨터로 만든 가상공간에서 제품과 제조라인을 만들어 실험까지 마칠 수 있다. 모니카 부사장은 “디지털 설계 분야는 응용분야가 무궁무진 하다”며 “다쏘가 활발한 M&A 활동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는 “전 세계 항공기의 90%, 자동차의 80%가 다쏘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으론 포스코·현대자동차·LG전자·대우조선해양 등이 주요 고객이다. 한국 고객사를 위한 ‘3D 익스피리언스 포럼’ 참석차 방한한 모니카 부사장은 앞으로 한국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기업인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개발 성장기 일본이 그랬습니다. 열정 넘치는 야심만만한 기업인이 넘쳤습니다. 하지만 요즘 일본에서는 도전정신을 찾기 어렵습니다. 기업 환경이 너무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이 역동적인 나라라는 것은 기업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항공기 90%, 자동차 80%에 다쏘 SW 쓰여

그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언급하며 다쏘시스템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 기업인을 지원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벤처기업인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려고 할 때 가장 큰 애로점은 자금이다. 꿈은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

다소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꿈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하는데 유용하다.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시도를 벌일 수 있어 벤처기업에 제격이다. 비싼 솔루션을 도입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업에 적합한 제품·가격 정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센터 설립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쏘시스템은 아시아 두 곳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한곳은 이미 중국으로 정해졌다.

이미 세계 최대 시장으로 자리잡은 데다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에 나라 밖에 서비스센터를 설립할 수 없다. 다른 후보는 한국과 싱가포르다. 두 곳 모두 IT 환경이 발달했고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활동하는 장점이 있다. 모니카 부사장은 조세 지원 등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회유책이 있다면 한국에 특화된 클라우스 서비스센터를 설립할 생각이다.

그는 “다쏘시스템은 유럽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인 다쏘시스템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고 북미의 경우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모니카 부사장은 5년 간 다쏘시스템의 경영전략을 세운 인물이다. 이전까지 다쏘시스템은 연구소 중심의 조직이었다. 마케팅과 판매 전략은 IBM에서 담당했다. 5년 전 변화가 생겼다. 다쏘시스템이 직접 조직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글로벌 광고회사에 있던 모니카 부사장이 영입된 배경이다.

“글로벌 광고 회사에서 일하며 3D 영상을 활용한 광고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쏘시스템 관계자들과 일할 기회가 늘었는데, 어느 날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사장이 ‘새로 조직을 만드는데 함께 일을 시작하자’고 제의했습니다.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다쏘시스템은 괴짜들이 모인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과학자들이라 개성이 강했다. 기업 경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연구원들도 많았다. 모니카 부사장은 연구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개발한 기술이 실제 적용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조직을 이끌었다.

“기술자들은 어린이처럼 순수한 면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왜 다쏘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선택했는지 비즈니스 관점에서 설명하며 연구 방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저도 그들이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서로 영감을 주는 관계이죠.”

모니카 부사장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변화는 경험을 앞세운 전략이다. 가상현실 프로그램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경험의 경제’라는 전략을 세웠다.

“회사 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3년 가까이 같은 개념을 직원에게 설명하는 일이었습니다. 이탈리아에 파가니니라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있습니다. 그는 매번 다른 방식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저도 변화를 추구하는 열정적인 이탈리아 사람입니다. 같은 내용을 반복 설명하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쏘시스템은 괴짜들이 모인 회사”

그가 말하는 경험의 경제는 원자재·제품·서비스 등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커피는 원두를 거쳐 컵에 담긴 제품으로 제공된다. 고객이 이를 즐기는 서비스로 완성된다. 소비자는 서비스를 통해 에스프레소라는 커피를 경험하게 되고 이것이 산업군을 이룬다는 것이다.

“제품의 품질과 사용방법을 숙지할 때 고객은 진정한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산업의 움직임이 패션·가전 등에 이어 기계 분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쏘시스템은 3D 기술력을 통해 산업 전반의 변화를 미리 그려 볼 수 있게 지원합니다. 가상현실에서 쌓은 경험을 실제로 적용하며 기업 전략을 좀 더 공고히 만들 수 있습니다. 다쏘시스템은 3D 기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기업입니다.”

1216호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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