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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수단 담은 전략 내놔야 

박근혜정부 1년 - 창조경제는 어디로 

한국정책학회 새 정부 1년 평가 … 일관적이고 실질적인 과학 정책 미흡

▎서울 숭실대에서 12월 6일 열린 한국정책학회 세미나에서 이삼열 연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12월 6일 오전 서울 숭실대 조만식기념관 5층에 전국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온 100여명의 행정 전문가들이 모였다. 2013년 한국정책학회 동계학술대회 참석을 위해서다. 학회의 주제는 ‘새 정부 1년 평가’. 새 정부 주요 정책의 추진 실태와 성과를 살펴보고, 향후 4년 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해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세미나는 박근혜정부의 4대 국정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주제로 8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정부부처 발표 세션 시간도 따로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등 8개 부처에서 자신들이 수행하고 있는 국정 과제에 대한 성과와 전망을 발표했다. 정윤수 한국정책학회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은 “5년 단임제 정권에서 첫 1년은 향후 4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무대”라며 “한국정책학회 세미나는 민·관·학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연구해 부족한 점은 개선하고 좋은 정책에는 더욱 힘을 실어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추상적 구호 아니라 실질적 정책 필요

4대 국정기조 중 경제 세션인 경제부흥의 주제는 창조경제였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화두인 창조경제를 놓고 발표자들은 열띤 토론을 했다. 창조경제 세미나는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경제 기반조성의 정책논리와 성과’를 주제로 미래부의 정책방향과 개선점을 설명했다.

그는 범부처 정책연계를 조율할 정책 근거, 과학기술의 영역과 역할을 분명히 해서 목표를 차별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미래부에서 추진 중인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실천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에서는 “시범사업으로 제시된 사업이 사회 문제 해결과 관련성이 떨어진다”며 “좀 더 명확한 개념 정립과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표에 대해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감을 표하며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구체적인 정책수단, 나아가 구체적인 비전이 담긴 전략이 필요하다”며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미래부의 역할”이라 지적했다. 곽 교수는 “미래부가 모든 사업을 컨트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과 다른 기관을 지원하는 자세로 정책을 이끌어야 성공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미나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정책에 대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의 발표도 있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김윤종 박사는 ‘박근혜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구조 및 방향성’을 주제로 창조경제의 당위성과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창조경제란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사업을 강화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 달러에 진입한 이후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난 4년 간 1인당 국민소득은 연 평균 1%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2013년 행복지수 평가 결과 한국은 59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김 박사는 “한국 대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선도 기업을 추격하는 연구개발에서 벗어나 시장을 이끌고 나가는 선도형 연구개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창조경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 과학문화 확대, 과학기술 외교 강화 등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높여 선진국에 진입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 박사는 미래부가 준비한 구체적인 목표도 소개했다. 그는 ‘제3차 과학기술기본 계획’을 토대로 창조경제 정책의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을 설명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과학기술 일자리 64만개를 창출하고, 연구개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율을 40%로 늘리는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세계 9위이던 과학기술 역량도 2017년에는 7위로 끌어올릴 계획이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 기술 투자폭도 20%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정부는 연구개발 비용 92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 전체 예산의 40%를 기초연구에 투자해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120개 국가기술전략기술과 50개의 기초과학연구원을 선정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정부의 과학기술 지원 정책을 통해 이공계 박사 비율을 0.4%(20만명)에서 0.6%(30만명)로 확대하고 정부 출연연구소를 집중 육성해 국가 기술발전 거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발표를 마친 다음 창조경제 세션에 참여한 교수들은 김 박사와 토론을 벌였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구개발 예산의 40%를 기초과학에 투자한다는 정책의 근거를 궁금해 했다. “기초과학 지원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미국의 기초과학 투자 비율은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28~30% 수준입니다. 40%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닌지 생각됩니다. 특히 기초과학은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투자해야 전체 과학기술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정권 바뀌어도 정책 연속성 유지해야

윤 교수는 과학기술 분야 중장기 계획이 11개에 달하는 점도 지적했다. 2010년 105개 계획에서 5개가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유사한 정책이 이름만 바꿔서 올라온 것이 있고, 예산 확보를 위해 일단 올려 놓은 것 같은 정책도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양이 아니라 질적인 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충식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에서 벌인 주요 사업이 축소 혹은 폐지되곤 합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며 사라지거나 성격이 바뀐 정책이 너무 많습니다. 정책의 연속성을 살려 시간과 자금·에너지 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정윤수 회장은 한국정책학회 학술대회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경제·교육·외교 등 주요 국가정책은 몇 년을 내다봐야 하지만 정책은 기안부터 진행, 마무리 시점까지 항상 점검하며 보완해야 한다”며 “민·관·학이 힘을 모아 정책 완성도를 높일 때,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1216호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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