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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닥쳐도 ‘ 스릴(THRILL)’에 지갑 연다 

올 겨울 유망 소비 트렌드 6선 

테마(Theme)형 스키장, 발열(Heat) 상품, 기분전환(Refresh) 여행지, 실내(Indoor) 스포츠 각광, 패션은 레이어드(Layered look), 레저는 극한(Limit) 체험 인기



‘12월부터 한파에 눈도 많이 온다’. 기상청이 예보한 올 겨울 날씨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달한 찬 대륙 고기압의 세력이 예년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춥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겨울을 겨울답게 즐기면서 건강까지 챙기는 올 겨울 소비 트렌드를 이코노미스트가 모아봤다.

스키장은 테마(Theme)형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이들까지 품으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발열(Heat) 상품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분전환(Refresh) 여행지와 실내(Indoor) 스포츠가 각광받고, 패션은 레이어드(Layered look), 레저는 극한(Limit) 체험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올 겨울 소비자를 잡으려면 ‘스릴(THRILL)에 주목하라.


스노보드 매니어 이재권(27)씨는 올 겨울이 더욱 반갑다. 겨울이 길어지면서 11월부터 보드를 즐길 수 있게 된데다 예년보다 눈도 더 많이 올 것으로 기대돼서다. 그는 일찌감치 시즌권을 끊어 주말을 이용해 벌써 세 번이나 스키장을 다녀왔다. 이씨는 “우리처럼 겨울만 기다리는 사람들은 추위가 맹위를 떨칠수록 더 행복하다”며 “11월부터 눈이 많이 와 스노보드 타는 맛이 난다”고 말했다.

겨울만 되면 스키장 한 번 가보고 싶다며 마음을 먹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키를 잘 못 탄다’는 게 이유기도 하고, ‘스키 말곤 할 게 없다’는 것도 불평거리다. 하지만 올 겨울엔 두 가지 걱정을 모두 접고 스키장으로 향해도 될 것 같다. 슬로프의 난이도와 설질만 놓고 스키장을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 초보자를 위한 무료 스키강습부터 키즈클럽·캠핑장·낚시터 등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장한 스키장들이 많아졌다. 가족 단위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더욱 빨라진 흐름이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선 무료로 스키강습을 해준다. 신청도 필요 없고, 시간 맞춰 가서 배우기만 하면 된다.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는 스키장에 캐러밴 캠핑 파크를 조성했다. 리조트 내 골프코스의 인공호수를 얼려 송어낚시터도 만들었다. 록페스티벌의 중심 경기도 이천 지산포레스트에서는 매주 인디밴드의 콘서트가 열린다. 스키를 타기에 너무 어린 아이들을 위해 키즈클럽도 곳곳에 문을 열었다. 스키장마다 ‘솔로’ ‘익스트림’ 등 다양한 테마(Theme)로 변신을 꾀했다.

발열(Heat) 상품의 인기는 여전할 전망이다. 어느새 발열내의의 대명사가 된 유니클로의 ‘히트텍’는 올해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각 아웃도어 브랜드는 앞다퉈 특수소재로 만든 발열 패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80만~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지만 일부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수년간 큰 사랑을 받은 어그(UGG)부츠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스노부츠다. 어그부츠의 약점을 보완해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갖췄고, 한번 충전하면 6시간 이상 발열하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USB에 연결하는 소형 난방기, 발열 실내화, 발열 컵홀더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도 시장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스노카이트보딩·스노슈잉 등 극한 레저 인기

올 겨울 여행 트렌드는 뭐니뭐니해도 ‘기분전환(Refresh)’이다. 겨울에 빛을 발하는 템플스테이나 온천 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 대 초반 시작돼 이제는 하나의 여가 문화로 자리잡은 템플스테이는 예불에 참여하고 공양과 취침 시간을 지키는 것 외엔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겨울을 즐기고 싶다면 설경을 만나러 ‘DMZ 10경’으로 가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DMZ)의 청정한 자연과 잘 보존된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몸은 찌뿌듯한데 도저히 추워서 밖에 나갈 생각이 없다면 겨울 실내(Indoor) 스포츠로 눈길을 돌려는 건 어떨까?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이 대표적이다. 의지할 건 오로지 자신의 근력뿐. 난이도가 높은 스포츠 중 하나지만 그만큼 성과도 크다. 겨우내 찔 살이 걱정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여성들에겐 천장에 고정된 해먹을 이용해 공중에서 요가와 필라테스 동작을 하는 스카이 요가도 좋다. 서커스단의 공중 곡예에서 착안한 만큼 운동량이 대단하다. 땀 흘려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면 지금 당장 이불을 털고 일어나자.

올 겨울 유망 패션 트렌드는 ‘레이어드(Layered look)’다. 층을 이룬다는 뜻으로 패션 분야에서는 디자인이나 소재가 서로 다른 옷 두 벌을 겹쳐 입는 스타일을 말한다. 패딩(다운점퍼)과 베스트(조끼)를 함께 입는 것부터, 두 개의 아우터(겉옷)로 겹쳐 입는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아웃도어도 레이어드가 대세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쉽게 벗고 입을 수 있어 실용적인 방한 아이템으로 각광받는다. 레이어드 관련 제품 생산이 작년보다 40~50% 늘고, 매출도 20% 가량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극한(Limit) 스포츠로 진짜 겨울을 만끽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로프 하나에 의지해 90m 높이의 수직 빙벽을 오르고, 맨몸으로 얼음을 깬 뒤 아이스 다이빙을 즐긴다. 둘 다 생명줄 없인 못하는 스포츠다. 매년 열리는 부산 해운대의 ‘북극곰 수영대회’에는 약 2000여명의 참가자가 몰린다.

스노보드에 패러글라이딩용 낙하산(카이트)을 연결해 바람을 받아 달리는 스노카이트보딩과 눈길 위를 맨몸으로 달리는 스노슈잉은 국내에 들어온 지 몇 년 안됐지만 동호인이 제법 많이 생겼다. 오지 말라고 해도 겨울은 온다. 춥다고 움츠리지 말고 ‘스릴(Thrill)’있게 몸을 던져보자. 내가 몰랐던 새로운 겨울이 기다릴 지 모른다.

1217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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