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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성·스타일 다 잡는 일석이조 

올 겨울 핫 트렌드 ‘스릴(THRILL)’ ⑤ 레이어드(Layered look) 

불황 여파로 실속형 소비자 몰려 … 20~60대까지 폭넓은 인기

▎여러 옷을 겹쳐있는 레이어드 룩이 인기다.



12월 9일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 2층 여성의류 매장. 겨울 패딩 점퍼와 코트를 입혀 놓은 마네킹이 곳곳에 눈에 띈다. 수십 개 매장의 마네킹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겹쳐서 입는 레이어드(Layered) 의류다. 레이어드 의류는 패딩(다운점퍼)에 베스트(조끼)를 입거나 점퍼 소매의 탈착이 가능해 점퍼로 입다가 소매를 떼어내면 조끼로 변신하기도 한다.

한 여성의류 매장에서 만난 김효연(35)씨는 패딩으로 된 겉 점퍼와 얇은 긴 패딩 조끼형식으로 된 2중 레이어드를 구입했다. 김씨는 “두꺼운 패딩은 따뜻하긴 하지만 부피가 커서 활동하기가 불편하다”며 “이번에 구입한 더블 레이어드 패딩은 가벼운 소재로 날씨에 따라 옷을 겹쳐 입거나 벗을 수 있고 다양하게 스타일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매장 직원도 “요즘에는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활동하기 편하고 보온성까지 높이는 옷을 선호한다”며 “기존에는 젊은층이 선호했지만 요즘에는 30~40대도 레이어드 제품을 많이 찾아 레이어드 룩 관련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 벌로 두세 벌 사는 효과

레이어드 룩(layered look)이 인기다. 레이어드 룩이란 말 그대로 층을 이룬다는 뜻으로 패션에서는 디자인이나 소재가 서로 다른 코트를 두 벌 겹쳐 입는 스타일을 말한다. 기존 레이어드 룩은 주로 여성의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입거나 남방 안에 이너웨어를 입는 형식으로 대부분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 입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끼와 결합된 재킷 등 한 벌로 두세 벌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이른바 ‘원 아이템(one item)’으로 보온성을 높이면서 스타일을 낼 수 있는 겨울 옷이 인기다.

신원 강추경 과장은 “레이어드 룩 관련 제품 생산이 작년보다 40~50% 늘었다”며 “레이어드 룩의 인기는 여러 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불황 속에 활용도 높은 아이템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끼는 요즘 같은 날씨에 보온도 챙기면서 스타일과 활동성을 모두 겸비해 제격”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여성매장에서 볼 수 있었던 레이어드 룩은 최근에는 남성매장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배가 나오고 키가 작은 남성은 레이어드 룩 탓에 더 뚱뚱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몸매에 신경을 쓰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 남성이 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레이어드 룩의 인기가 높아졌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들도 얇은 니트류를 비롯해 스웨터·카디건·조끼 등 레이어드 스타일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작년보다 늘리고 있다. ‘빈폴’은 캠퍼스 룩, 비즈니스 룩 등 다양한 상황에서 레이어드 스타일을 활용할 수 있는 아우터 제품 물량을 작년보다 10% 이상 늘렸다. ‘헤지스’는 패딩 베스트를 늘리고 레이어드 코디 스타일을 제안하며 판매를 늘리고 있다.

레노마 옴므 윤영민 디자이너는 “남성들은 겨울철에 대개 정장에 코트를 많이 입지만 올해는 재킷과 베스트를 매치한 아우터 온 아우터 스타일링도 많이 찾는다”며 “캐주얼 하면서 보온성까지 갖춰 인기”라고 말했다. 캐주얼 브랜드 PAT 역시 남성·여성 라인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베스트의 소매를 탈·부착해 점퍼로도 연출 가능한 ‘롱 퀼팅 베스트’다.

아웃도어 의류에서도 레이어드 스타일이 대세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 크다. 아웃도어는 다른 의류보다 날씨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레이어드 스타일은 쉽게 벗고 입을 수 있는 등산복뿐만 아니라 일상복에서도 실용적인 방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여기에 젊은층이 선호하는 화려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20~60대 연령층에서 두루 인기다.

블랙야크는 방수와 보온성 기능을 기본으로 하면서 디자인을 멋스럽게 하는 데 신경 썼다. 레이어드 룩의 제품은 전년 대비 20% 늘어났다. LG패션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라푸마도 올해 간절기용 탈부착 점퍼의 물량을 15% 정도 늘렸다. 코오롱스포츠도 다운 베스트와 재킷이 함께 든 세트 제품인 ‘남성 트래블 울 후디다운재킷’을 내놨다. 베스트와 재킷은 분리해 따로 입을 수 있으며 재킷은 후드형으로 캐주얼한 연출이 가능하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다운재킷 가격은 50만원으로 싸진 않지만 아웃도어 활동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시티 아웃도어 스타일이어서 인기가 많다”며 “방풍과 보온효과가 뛰어나고 야외활동을 할 때 기후나 상황에 따라 옷을 바꿔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아이템을 세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제품도 많이 나왔다. 20만원대의 여성 하이넥 숏재킷은 캐주얼한 느낌의 여행 재킷이다. 어깨 상단과 소매에 지퍼를 접목해 통기성과 사이즈 확장이 가능한 기능성 의류다. 30만원대의 디태처블 재킷은 탈·부착할 수 있는 지퍼를 달아 조끼와 결합해 후드 형태로도 입을 수 있다. 아웃도어 의류에서는 찾기 힘든 7부 소매를 적용해 차별화했다.

기후·상황 따라 마음대로 갈아 입어

제일모직 권은주 대리는 “레이어드 룩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베스트 상품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지만 올 시즌부터는 반대”라며 “관련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올 시즌에는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한 상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레이어드 룩이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강추경 과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 탓에 소비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경기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보온과 스타일의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레이어드 룩 제품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1217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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