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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경제 10대 리스크 

선진국 회복 힘입어 경제성장률 소폭 상승할 듯 … 경기 찬물 끼얹을 리스크 극복해야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작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1818년 작)다. 어지러이 요동치는 안개 바다를 바라보는 인물의 뒷모습이 한국경제와 닮았다.



경제전망 시즌이 대략 마무리됐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으레 그랬듯 내년 말이 되면 대부분의 전망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 늘 그래왔고, 그러게 마련이다. 경제전망 주체들(각국 정부나 국제기구·투자은행·민간경제연구소 등)은 자체 분석 모형에 전망에 필요한 수치를 입력한다. 이때 수치는 과거 데이터다. 전망 시점에 현재·미래 데이터는 없다. 계량분석을 통한 전망의 한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의 경험과 노하우. 직관이 개입하지만 정확할 수는 없다. 때문에 연말에 쏟아진 전망이나 대(大)예측 운운은 짐작·추측·예감 정도로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맹신할 필요도, 틀렸다고 타박할 이유도 없다. 오차는 줄이면 좋겠지만 부득이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전망 자체보다는 전망을 틀리게 할 수 있는 위험 요인에 주목했다. 내년 세계·한국 경제에 다소 훈풍이 불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훈풍을 삭풍으로 바꿀 리스크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내년 한국경제 10대 리스크를 꼽아 봤다. 한국 경제의 대안을 제시해온 전문가들을 통해 ‘새로운 한국경제(Neo-Koreanomics)’의 방향을 모색했다.


“별일만 없다면 올해보다는 조금 괜찮아질 거래. 문제는 ‘좋은 별일’보다 ‘나쁜 별일’이 더 많을 것 같다는 거지만….” 당신의 친구가 ‘내년 경제는 어떻게 될 것 같아?’라고 물으면 이 정도 답하면 될 것 같다. 내년 한국경제는 올해보단 성장률이 더 높다는 게 국내외 경제전망기관의 공통된 예측이다.

9~12월 국내 외 30여 경제전망기관이 발표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ING)~4.0%(노무라)다. 연말로 갈수록 전망 수정치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평균 3.5% 이상은 된다. 우리 정부는 조금 더 낙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3.9%, 한국은행은 3.8%를 제시했다.

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중립적 전망’이라고 자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3.7~3.8%와 큰 차이가 없다. 내년 1분기 중 정확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8%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망이 맞는다면 내년 한국 경제는 1%포인트 정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성장률 1%포인트 차이는 일자리 6만~7만개, 가계소득 4조~5조원을 좌우한다.


경기회복 전망 우세하지만…

전망은 전제와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국내 경제전망기관은 대체로 배럴당 연 평균 유가 100달러, 세계경제 3% 초반 이상 성장, 원화가치 소폭 강세 등을 전제로 했다.

내년 초 미국이 점진적인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고, 유로존은 더 이상 극단적인 재무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으며, 일본은 엔화 방출과 소비세 인상을 포함한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가정 아래서 전망했다.

이런 가정과 전제로 나온 전망이 맞는다면 내년 국내외 경제는 이런 모습이 될 것이다.

‘올해 중반부터 시작된 세계 경기회복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 신흥국은 다소 낮은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장기간 침체를 겪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기회복이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다.

미국은 소비·투자 등 민간 부문 회복에 힘입어 올해보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정도 성장한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한 유럽연합은 내년에 플러스로 전환한다.

일본은 올해보다 소폭 둔화되겠지만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간다. 중국은 안정 속 발전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에서도 경제성장률 7% 중반 달성은 무난할 것이다. 신흥국은 나라별로 전망이 크게 엇갈리지만 전반적으로 그동안의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힘들다. 브라질·인도는 어렵고, 러시아·아세안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성장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선진국 회복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소폭 올라간다. 수출과 내수 모두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전 회복기와 비교하면 성장 속도는 더딜 것이다. 소득이 늘면서 민간 소비가 증가하겠지만 성장을 주도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원화가치는 달러 강세 기조에도 소폭 오를 것이다. 이로 인해 흑자폭은 줄겠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이어진다.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일자리는 약간 늘 것이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에 도달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정이 틀리거나 전제가 바뀌면 미래는 다른 모습이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경제는 경기를 호전시키는 상방 요인보다 경기를 하강시키는 하방 리스크를 더 많이 안고 있어서 예상보다 낮은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망을 흐트릴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가장 큰 변수이자 리스크로 지목한다. 실제로 대부분 전망 보고서는 ‘미국 출구전략이 시장의 예상대로 신축적으로 실행돼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더라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테이퍼링의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경우 세계 경제 성장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파장이 재정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유로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면 세계 경기 회복은 물 건너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경제의 두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수익성 하락과 가계 부채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역시 ‘가계부채’를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노무라는 ‘현재 한국 상황이 1990년대 전반 일본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그 뇌관이 가계부채라는 것이다. 노무라는 ‘내년 수출 환경이 좋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올해처럼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고, 해외 경제가 급속히 악화될 경우 공적자금 투입도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LG경제연구원은 ‘기업 리스크’를 지목했다. 이 연구원은 ‘경기회복에도 업황 부진 업종과 재무 취약 기업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기업 부실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의 경기 오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계부채·엔저·중국 공세 등 한국경제 10대 리스크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경제전망기관의 분석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내년 한국경제 10대 리스크를 꼽았다. 모처럼 조성된 경기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❶ 미국 양적완화 변수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성장과 고용을 중시하는 비둘기파로 알려졌지만, 미국은 종종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통화정책을 편 전례가 많다. 이 불확실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대응이 올해 한국경제 향방을 가

를 것이다.

❷ 기술력으로 무장한 테크 차이나(Tech-China) 공세다. 근래 국내 대기업의 잇따른 위기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영향이 크다. 이런 양상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❸ 동아시아 패권 경쟁이다.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던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의 딜레마’가 현실이 됐다. 정치·외교 이슈가 경제분야로 번질 수 있다.

❹ 신흥국 침체다. 브릭스(BRICs)를 포함한 신흥국이 세계 경기회복을 깎아 먹을 가능성이 크다. 유로존 회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❺ 중·일 신(新) 샌드위치 리스크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현상과 시진핑의 중성장 정책에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

❻ 가계·기업·정부 부채 문제다. 세 경제 주체가 진 빚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세 배인 3600조원을 넘었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다.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부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❼ 대기업 연쇄 위기다. 국내 대기업은 수익성이 악화하고 부채가 늘면서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대외 충격이 오면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

❽ 국내 정치·정책 리스크다. 정치 파행·노사 갈등·조세 저항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복지를 둘러싼 박근혜정부의 재정·통화정책도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한 리스크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다.

❾ 부동산 재침체다. 정부는 부동산법 국회 통과에 기대를 걸지만,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다. 어설프게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다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❿ 공기업·지방정부 부채 위험이다. 가계·기업·정부 부채보다 공기업 부채가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다. 외국 신용평가회사들도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를 예의주시한다. 정부가 부채 축소에 적극나서는 이유다.

1218호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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