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자동차·2차전지·반도체 경쟁 판도 바꿔 

탄소·티타늄 소재 

환경 규제로 수요 느는 꿈의 신소재 ... 일본 기업 장악 속 국내 기업 대거 진출

▎세종대 그래핀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연필심과 숯, 다이아몬드. 완전히 다른 물질이지만 이들은 화학적으로 동일한 원소로 이뤄졌다. 원자의 배열만 다를뿐 이들을 공통으로 구성하는 원소는 탄소(Carbon)다. 탄소는 원자의 배열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의 물질이 된다. 동시에 굉장히 다양하고 특이한 성질의 물질로 만들 수 있다.

탄소는 복합적이고 다재다능한 특성 때문에 꿈의 신소재로도 불린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인류는 탄소가 가진 잠재력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했다. 2차전지 음극재에 사용되는 흑연, 정수기의 활성탄, 타이어 보강재로 쓰는 카본블랙이 대표적이다.

탄소의 가치가 재조명 받기 시작한 건 탄소섬유가 개발되면서다. 탄소섬유는 탄소로 이뤄진 실 형태의 소재로 석유화학 제품이나 석유찌꺼기(Pitch)를 실 형태로 만든 뒤 탄화시켜 만든다. 강철에 비해 10배나 강하지만 무게는 5분의1 정도로 가볍다. 항공기와 고급 자동차에 주로 사용된다.

아직 가격이 비싸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일부분만 탄소섬유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연비 개선과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 환경 관련 규제로 자동차 업계에서 더 많은 탄소섬유를 차체에 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무게 때문에 한계에 부딪힌 전기차 생산을 위한 대안으로 활용도가 높다.

탄소섬유 시장을 노리는 기업간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 탄소 섬유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로 추정되며 해마다 11%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50억 달러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도레이·미쓰비시 등 일본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많은 국내 기업이 탄소섬유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을 달구고 있다.

2012년 태광이 국내 기업 중에서는 가장 먼저 탄소섬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효성이 지난해 5월 탄소섬유 생산 공장 준공식을 했으며, GS칼텍스 역시 탄소섬유 생산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시제품 생산, 2015년 상업화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석유화학이 독일 기업과 합작으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탄소 소재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다. 탄소섬유 외에도 다양한 신소재가 끊임 없이 개발되고 있다.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탄소나노튜브가 대표적이다. 전기적 특성을 가지면서 열을 방출하는 특성도 있다. 터치스크린에 사용되는 필름이나 LED 같은 전자제품에 부착돼 발생하는 열을 방출한다.

2004년 세상에 알려진 그래핀(Graphene)도 빼놓을 수 없는 탄소 소재다. 매우 안정적인 물질로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빠르게 전달할 수 있으며,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보다 2배 높고, 강철보다 200배 더 단단하다. 거기에 신축성이 좋아 접거나 휘는 전자기기의 유력한 후보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에 폭 넓게 사용된다.

탄소와는 전혀 다른 물질이지만 용도에서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소재가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 중 9번째로 풍부한 티타늄(Titanium)이다. 탄소섬유와 유사하게 가벼우면서 강도가 우수한 물질이다. 고급 자전거와 자동차, 안경테, 우주항공기 등에 사용된다.

매장량이 풍부함에도 티타늄은 고온에서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티타늄을 만들어 가공하기 위해서는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온이 있고 산소가 없는 진공에서 작업해야 한다.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아주 낮은 비용으로 티타늄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서 상용화 확률을 높이고 있다.

1221호 (2014.01.2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