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로봇은 또 하나의 가족 

홈 서비스 로봇 

아이·노인 돌보고 집안일도 “생활의 혁신 부를 킬러앱 확보해야”



어느 독신 남성의 집. 주인이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보낸 지시에 따라 로봇청소기가 텅 빈 집을 혼자 청소한다. 한 맞벌이 부부 가정. 각종 교육용 콘텐트로 무장한 로봇이 아이의 과외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노인만 단 둘이 사는 집에서는 실버케어 로봇이 두 사람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재활치료까지 돕는다. 가정의 크고 작은 일을 도와주는 ‘홈 서비스 로봇’이 활약하는 미래상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아이로봇(irobot)이 로봇청소기 ‘룸바’를 최초로 선보이면서 가정용 로봇시대가 열렸다. 이후 삼성·LG등 국내 대기업을 필두로 로봇 기술력을 확보한 중견기업들까지 가세해 다양한 가격대의 로봇청소기를 내놨다. 실내용 제품이니 만큼 공간을 인지하고 움직이는 주행기술이 흥행의 관건이다.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하고 내비게이션 기술을 접목하며 진일보했다.

최근에는 로봇청소기 제조업체는 물론 SK텔레콤·KT 같은 통신업체까지 교육용 로봇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알버트’는 펭귄 모양의 학습용 로봇으로 스마트폰을 연결해 사용한다. KT의 ‘키봇’은 터치센서가 있어 아이들이 만지면 반응하기도 하고 자체 탑재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교육용·놀이용 콘텐트를 제공한다.

청소·교육용 로봇의 대중화에 힘입어 최근 국내 로봇시장에서 홈 서비스용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국로봇 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개인용 서비스 로봇 생산 규모는 2011년 2394억원에서 2012년 2959억원으로 23.6% 늘었다. 이들 로봇제품은 세계시장에서도 각광받는 수출 품목이다.

국내 기업의 개인서비스용 로봇은 2011년 901억원을 수출한 데 이어 2012년에는 1148억원의 수출고를 올려 27.4% 증가율을 나타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조직기획실 주충호 책임은 “국내 기업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미국·유럽 등 로봇 기술 선진국을 제치고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요즘 개인용 서비스 로봇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이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실버케어, 즉 노인 돌봄 서비스다. 콜린 앵글 아이로봇 CEO도 최근 “노인들이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 ‘퓨처로봇’은 노인 돌보미 로봇 ‘FURO’를 내놓았다. 사회복지사들이 영상통화로 노인의 상태를 파악하거나 건강 기록을 입력해 모니터링 하는 기능을 갖췄다.

의료계에서는 노인의 보행을 돕거나 일상생활에서 재활을 돕는 생활밀착형 재활로봇에 대한 논의를 진행되고 있다. 로봇청소기 생산기업인 유진로봇 관계자는 “실버용 로봇은 우리 회사 역시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는 분야”라며 “가정에 있는 스마트 기기와 IT기기를 연동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솔루션 로봇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홈 서비스 로봇으로 가정용 기기들을 통제하는 허브 역할을 구현해 스마트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교육용 로봇의 대중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로봇청소기 외에 일반화된 홈 서비스용 로봇이 아직까지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범재 인체감응 솔루션 연구단장은 “우리나라 로봇 기술은 제품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그러나 꼭 필요한 로봇이 어떤 기능을 갖춰야 하는지, 즉 생활에 혁신을 일으킬 만한 킬러앱(killer app)이 무엇인지부터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221호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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