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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희비 엇갈린 삼성·LG전자 1분기 실적 

LG전자 날고, 삼성전자 주춤 

박미소
삼성은 스마트폰, LG는 생활가전이 효자 … 휴대폰 사업에 LG 도약 좌우될 듯

▎3월 19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LG전자의 ‘이노페스트2014’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105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의 절반을 TV사업에서 올렸다.



삼성전자·LG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예상과 달리 ‘어닝 서프라이즈’로 놀라게 한 주인공은 LG전자다. 영업이익 3000억원대 중반 수준의 시장 기대치를 뒤엎고 50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TV·가전 사업에서 많은 이익을 남겼고 휴대폰 사업의 적자가 예상보다 적었다.

삼성전자도 1분기에 8조 4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시장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시장을 놀라게 할만한 수치는 아니었다. 휴대폰 사업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는 IM(IT·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8% 늘어난 6조4300억원이었다. 1분기 동안 판매한 휴대폰이 8900만대로 1230만대를 판 LG전자와 격차가 컸다.

그러나 TV와 가전 부문을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삼성전자의 CE(소비자가전) 부문 1분기 매출은 11조3200억원, 영업이익은 1900억원다. HE(홈엔터테인먼트), HA(홈어플라이언스), EA(에어컨·에너지솔루션) 부문으로 나눠진 LG전자의 가전 사업은 8조8900억원 매출에 4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삼성전자가 2조원 가량 더 많지만 영업이익은 2500억원 정도 적다.


LG전자 가전부문의 영업이익률이 4.9%, 삼성전자 가전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7%였다. LG전자가 장사를 더 실속 있게 한 셈이다. 삼성전자 CE부문의 시장 기대치는 영업이익 3000억~3500억원으로 실제 실적(1900억원)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지난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71%나 줄었다.

LG전자 5000억원 영업이익 ‘어닝 서프라이즈’

LG전자의 실적을 이끈 효자 상품은 TV다. 영업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2403억원이 HE, 즉 TV부문에서 나왔다. LG전자 창사 이래로 기록적인 수치인데다 업계에서도 전례가 드문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성공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원래 1분기는 비수기인데 브라질 월드컵 특수에 유럽과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었다. 초고화질(UHD)TV, OLED TV 등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었고, 패널 가격이 안정되는 등 원가는 떨어졌다.

일본 업체들이 시장에서 탈락하며 경쟁구도가 완화된 덕도 봤다. LG전자의 LC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났다. 가전·에어컨은 구리,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인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LG전자가 바닥을 치고 올라와 가전업계의 1등 자리를 되찾는 모습이다.

고민거리이던 LG전자의 휴대폰 부문 실적도 나아졌다. 비록 영업적자 88억원으로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434억원)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1분기 LG전자는 휴대폰 1230만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보다 판매율이 19% 늘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선두를 지키고 중국 후발업체들이 추격하는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도 나름 진전을 보인 것이다. LG전자 측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예상외의 수익을 낸 LG전자와 비교돼서인지 삼성전자는 전체 영업이익의 75.8%를 차지하는 IM부문의 성과 외에는 평범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수요가 줄어 매출이 전분기 대비 4% 줄었지만 3000억원 규모의 충당금 환입 효과, 마케팅 비용의 율화 덕에 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DP(디스플레이)부문은 비수기의 수요 감소와 평균 판매가격 하락으로 800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반도체 역시 수요는 줄었지만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을 확보했다. 반도체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7% 늘어난 1조9500억원으로 전체 실적을 뒷받침했다.

LG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단발성 이벤트일까 아니면 새로운 도약의 신호탄일까. 증권가 관계자들은 “휴대폰 사업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휴대폰을 제외한 다른 사업 모두 나아진 때문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안에 휴대폰 부문이 흑자전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5%의 영업이익률을 내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쟁업체에 비해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에서 유리하다”며 휴대폰 사업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휴대폰 부문 흑자전환의 가능성이 엿보이는데 결국은 플래그십 상품인 G3에 대한 시장 반응이 흑자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증권의 권성렬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2분기 시장점유율 5% 돌파가 기대된다”며 “소폭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달리 NH농협증권 이선태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비수기라 판매율 증가가 한정적이고, G3 출시를 앞두고 하이엔드 제품의 재고 조정이 예상된다”며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의 TV·가전·에어컨 부문에 대해 김 연구원은 “2분기 TV 부문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지겠지만, 에어컨이 성수기를 맞고 선진 시장 수요가 회복돼 2분기도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며 “54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2분기는 삼성전자 강세 예상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S5를 앞세워 2분기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S5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하이엔드·저가형 TV가 각각 출하량이 늘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 원가절감을 하고 있지만 판매가가 내려가 수익성이 완만하게 떨어지는 추세다. 다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1조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영업이익이 36조7000억원이었는데 올해 영업이익 40조를 넘기기는 힘들어 보인다. 휴대폰 판매단가가 낮아지며 마진율이 떨어져 작년 같은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며 더 이상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에 비해 부진한 가전부문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실적 전체에서 가전 비중이 적어 큰 영향은 없겠지만 UHD TV 등 신규 프리미엄 시장이 본격화되는 것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1236호 (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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