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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모작 시대 - 평생현역이 해법 ‘가늘고 길게’ 사는 전략 모색 

 

서명수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
사회에 공헌하면서 적당한 보상 받는 ‘앙코르 커리어’ … 일상의 관계 속에서 행복 추구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지금까진 인생 2모작이면 충분했지만 앞으론 다르다. 60세 이후의 여생이 예전과 달리 30~40년은 되기 때문이다. 30~60세의 2모작 시기에 인생을 즐기고 정리할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저성장·저금리가 이어지고 대기업에서도 대규모 명예퇴직이 다반사라 인생 3모작 계획을 가급적 젊을 때부터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인생 3모작의 구체적인전략과 이를 실현할 창업, 귀농·귀촌 등의 최신 정보도 살펴봤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0세. 의학의 발전 속도를 볼 때 머지 않은 미래에 평균 수명이 90세에 달해 ‘센테네리안(centenarian, 100세인)’을 흔히 보는 시대를 맞을 확률이 높다. 선진국은 2030년이면 평균 수명이 100세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고령화의 기준이 되는 65세 이상은 1960년 유엔에서 제정한 것이다. 유엔은 2050년의 전 세계 평균 수명을 100세로 보고 앞으로는 18~50세를 청년, 51~70세를 장년, 71~100세를 노년으로 정하려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100세 시대는 그냥 오래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관계·주거·교육·일자리·복지·금융 등 개인의 삶과 모든 사회 시스템을 100세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인생을 즐기면서 정리하는 3모작 시기

과거엔 60세만 돼도 환갑잔치를 벌였다. 60세 이후를 여생이라고 불렀다. 세상 살만큼 살았으니 남아 있는 생은 자투리란 의미다. 그런데 남은 생이 30~40년이나 되는 때가 오고 있다. 생의 3분의 1이상이나 되는 시간을 자투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회·경제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2모작 가지고는 안 되고 3모작의 인생설계가 필요하다.

인생 제3모작을 구분해 보자면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세 등분해 제1모작 시기는 탄생으로부터 30년을 말하고, 제2모작 시기는 30~60세 시기로 노후를 준비하는 시기일 것이다. 제3모작은 한 생을 정리하는 61~100세까지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중 제3모작 시기가 중요한 것은 인생을 마무리 짓기 위해 즐기면서 정리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1, 2모작을 실패하면 3모작에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현실적 여건은 팍팍하다. 2모작도 제대로 못해 쩔쩔매는 게 월급쟁이의 형편이다. 정년퇴직 법적 연령이 60세로 상향 조정되긴 했지만 태반이 50세 중반을 넘기지 못한다. 운 좋게 정년을 했더라도 나머지 30여년을 잘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은 사람은 많지 않다.

퇴직 전후론 가정 대소사가 밀려든다. 자녀 교육이나 결혼 등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늙은 부모의 의료비도 지원해야 한다. 직장을 나온 후에도 뭉텅뭉텅 들어가는 생활비에 침이 바짝 마른다. 60세 이상 노령층의 소비증가율이 2년 새 7.5%에서 5.0%대로 하락했고 50대 장년층의 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의 소비지출)은 같은 기간 70% 아래로 떨어졌다는 통계는 퇴직 전후 세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웅변한다.

부모에게 물려 받은 재산이 많거나 고위 임원이 돼 억대 연봉을 탄다면 모를까 대개 아파트 한 채와 약간의 금융자산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아파트마저도 가격이 떨어지고 팔려고 해도 잘 팔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재산증식이 용이한 것도 아니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재테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뭔가 달라지고 바뀌지 않으면 인생3모작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주위 고용환경이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변화의 주체는 주변이 아닌 내가 돼야 한다. 한숨과 불평으로 세월을 보낼 수 없다. 답은 이미 다 나와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는 인생의 3대 불행을 ‘초년출세’ ‘중년상처’ ‘노년빈곤’으로 정의했다. 그의 사후 500여년이 지난 지금의 3모작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금언이다. 먼저 초년출세. 젊어서 출세한 사람은 종종 독선과 아집에 빠지거나 교만해지기 쉽다. 또 인생 내내 화려했던 시절만을 추억하는 과거지향적 성향이 되기도 한다. 50대 중반쯤 인생의 절정에 서고 60~70대엔 관록으로 대우받으며. 이후엔 원로로서 후학양성과 사회환원에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다.

중년상처는 40,50대에 배우자를 잃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들이 한참 클 때 배우자와 갈라서거나 잃게 되면 삶의 전반에 충격이 밀려온다. 지금처럼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걸다 보면 부부가 서로를 소홀히 하게 되고 피폐한 인생 후반부를 살기 쉽다. 가정을 부부 중심으로 되돌려야 안정적 삶을 위한 공동전선을 펴고 해로할 수 있다.


노년무전은 가장 큰 불행이다. 노년에 돈이 없으면 추해진다. 노추(老醜)는 사회적 관계의 상실을 의미한다. 건강도 잃게 마련이다.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나 스스로 건강을 지탱하지 못하면 수명 단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연금처럼 노후에도 꼬박꼬박 타먹을 수 있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놓고 체력 단련을 통해 두 다리에 힘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회인·가정인·유인(遊人)의 역할 확대해야

이들 인생 3대 불행을 한꺼번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평생 현역’이다. 평생현역은 초년출세의 독선적 삶을 피하고 중년상처의 위험을 줄이며 노년빈곤의 퇴치를 가져다 주는 지름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평생현역을 유지할 수 있을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4~5년 전부터 ‘앙코르 커리어(Encour Career)’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앙코르 커리어는 시니어들이 사회에 공헌하면서 적당한 임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과거 은퇴해 일로부터의 해방을 꿈꿔왔다면 이제는 은퇴 후 일을 통한 자유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시각이 사회적 비용을 잡아먹는 부담스런 존재에서 생산적 주체로 바뀌고 있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고령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앙코르 커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커리어란 단순히 직업이나 경력이 아닌 개인의 인생이나 삶의 방식이라는 광의의 개념이다. 돈보다는 생활의 질이 우선이다. 그래서 시민·배우자·지역사회·친구 등의 관계가 보다 중요해진다. 인생의 행복이란 이들 관계를 어떻게 조합하고 역할을 조정하느냐에 달렸다.

새로운 역할이 주어지면 그 이전의 역할에 쏟았던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역 때엔 직무·직업 등 조직 내 역할비중이 컸다면 퇴직 후엔 직업인보다는 사회인·가정인·유인(遊人)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역할을 갑자기 늘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직장동료를 대신할 별도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즐겁게 시간을 보낼 대상을 찾아 다니고, 창조성을 발휘하며 퇴직 후에도 배움을 지속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평생현역은 직업이 같거나 연장선상에 있을 필요는 없다. 퇴직으로 일을 그만 두더라도 열정을 쏟을 테마나 대상이 있으면 그게 평생현역이다. 직위나 직책을 추구하는 전통적 직업관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평생현역은 이를 뛰어 넘어 자신이 원하는 일, 좋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뜻 깊게 마무리 짓는 개념이다. 취미라도 자신의 인생을 충실히 하거나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훌륭한 평생현역이 된다.

평생현역의 출발점은 나를 개조하는 일부터다. 내 안에 숨은 능력이 뭔지를 찾아 보자. 퇴직 후 이거다 하고 내놓을 자신의 소질이 어떤 것이 있는지 꼼꼼히 분석한 다음 그 소질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신뢰하고 잘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든든한 인맥을 쌓았다면 자신을 포장해 채용기회를 넓히는 것이 한결 수월해 진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말한 ‘더블 커리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퇴직한 후 재취업하느라 허둥대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력 절정기에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식이어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인생 3모작 시대엔 은퇴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 된다. 공부 많이 하고 일에 파묻혀 살다가 은퇴해서는 남아 도는 시간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짧고 굵게’ 사는 2모작 인생은 통하지 않는다. 지나친 일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나에 대한 투자와 시간을 늘려 ‘가늘고 길게’ 사는 커리어 계획을 세워야 한다.

1237호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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