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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창업 방정식 - 저위험·저수익·저투자 공식 따라야 

 

경기침체로 소비 위축 이어져 … 사회 경험 적은 여성 창업자 증가




제이에스인터푸드의 한동훈 대표는 요즘 전국을 돌고 있다. 지난 주에는 정읍, 이번 주에는 울산에 내려갔다. 다음에는 평택 일정이 잡혀 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세계 맥주 전문점 브랜드 ‘쿨럭’의 새로운 가맹점 방문을 위해서다. 맥주 전문점을 창업하는 이들은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한 대표는 “요즘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스몰 비어나 세계 맥주 같은 맥주 관련 브랜드가 뜨는 아이템”이라며 “저위험·저수익·저투자라는 최신 창업 공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업종이라 문의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 3모작 시대다. 평생직장은 이미 옛 말이 됐는데 평생 일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퇴직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창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퇴직창업·여성창업·청년창업·1인창업 등 창업 유형을 지칭하는 용어도 다양하다. 하지만 창업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창업 신고를 한 38만명 가운데 사업을 접은 이들이 무려 36만명에 달한다.

금융업을 중심으로 대량 명예퇴직이 줄을 이으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은 많지만,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다. 목 좋은 장소는 이미 선점한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비용을 최소화하며 자리잡는 데에 주력하라고 조언한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장은 “계속된 경기침체로 소비가 많이 위축된 상태”라며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안 쓰고 아끼며 버티는 것이 창업 성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16개 시·도 소상공인 사업체 1만490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2013년 소상공인 창업 현황’을 보면 이런 움직임이 한눈에 보인다. 지난해 창업한 소상공인들의 평균 창업비용은 7257만원이며 이 중 자기 자본비율은 평균 75.8%였다. 창업 동기에 대해서는 ‘생계유지’라고 응답한 사람이 82.6%로 가장 많았다. ‘성공 가능성이 있어서’(14.3%), ‘가업승계’(1.3%)가 뒤를 이었다. 월 평균 매출은 877만원으로 2010년의 990만원에 비해 감소했다.


하지만 월 평균 영업이익은 187만원으로 2010년 149만원보다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사업주를 제외한 1개 업체당 평균 종사자수는 0.88명으로 실태조사 연도별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기청 관계자는 “불경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영업이익이 다소 늘었지만 종업원 수가 줄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설명했다.

1억원대 창업이 대세

올 상반기 창업 트렌드는 경기침체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수익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대신 창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 각광 받고 있다. 스몰 비어, 소형 커피전문점, 세탁 편의점 등이 강세를 보였다.

매출이 적지만, 창업자가 직접 일하며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아이템에 창업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1억원 대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 창업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신 트렌드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이템을 성급하게 고를 뿐더러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이 부족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지적이다.

창업 아이템에는 수명이 있게 마련이다. 당장 인기 있어 보이는 모습에 자칫 철 지난 아이템을 선택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뜨는 업종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창 한국창업지원센터 팀장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수명은 대략 3~7년”이라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랜차이즈인 아우라 PC방이 좋은 예다. PC방은 사양 산업군으로 꼽힐 정도로 창업시장의 기피 항목이다. 하지만 아우라 PC방에는 창업 신청자가 줄을 서 있다. 손님을 다시 돌려 보낼 정도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프로게이머용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세트를 설치한 게임 전문 PC방이다.

PC방 이용자 대부분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다. 인테리어에 집중한 기존 PC방과의 차별화 덕에 다른 PC방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상화 아우라코리아 대표는 “전문성을 살려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 창업시장”이라며 “이는 어느 업종에서나 적용되는 법칙”이라고 말했다.

창업 관련 법안도 준비 과정에서 꼭 챙겨야 할 항목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관계, 부동산 권리금에 대한 내용, 세금, 각 업종별 규제와 제도를 파악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지난 연말 개정된 ‘2013년도 가맹사업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 좋은 예다.

개정된 가맹사업법에는 ‘예상 매출액 제공’ ‘부당한 영업시간 강요’ ‘부당한 점포환경 개선 요구’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가맹점사업자 단체의 거래조건 변경 협의’ 등이 추가됐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늘자 정부가 가맹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다. 서민교 맥세스 컨설팅 대표는 “한국에는 창업에 관한 수많은 법률과 조항이 있다”며 “창업에 앞서 법안부터 꼼꼼히 살피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제공하는 창업 지원 제도 역시 예비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과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선 창업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장기 실업자 창업자금 지원, 실직여성 자영업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도 예비창업자들이 들려야 할 필수 코스다. 검증된 창업 전문가들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12시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최대 5000만원의 창업 자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정부 정책과 관련 제도를 익히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준비가 부족한 창업이 성공할 확률은 낮다. 단 몇 주만의 교육으로 업종과 정책을 이해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성급히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실패 확률을 줄이려면 발로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러고도 고배를 마시기 쉬운 게 창업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들이 창업에 들인 준비기간은 평균 8.6개월로 나타났다. 이 중 23.9%가 창업 준비 기간을 3개월 이내라고 답했다. 3개월에서 6개월간 준비한 이들도 26.2%에 달했다. 윤성만 한국프랜차이즈마케팅 연구소장은 “성급한 창업은 반드시 화를 부르게 마련”이라며 “정책과 제도, 시장 흐름을 완벽히 익힐 때까지 1~2년 정도 기다리며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인구 5명 중 1명 창업 준비 중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보증기관이 운영하는 창업 지원 제도와 창업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예비 창업자와 창업 초기 사업자를 대상으로 희망창업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교육 과정은 창업 단계에 따라 사업화 준비 단계에 있는 ‘예비 창업반’과 창업 초기 단계의 ‘창업 초기반’으로 나뉜다.

희망 창업 아카데미 수료생들은 신보에서 제공하는 예비 창업자 창업보증·청년창업특례보증 등의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신보는 수료생들에게 창업컨설팅도 연계 지원한다. 대학생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수상자가 보증을 신청하면 가산점을 더해 창업보증까지 받을 수 있는 창업지원제도도 운영 중이다.

기술보증기금은 제조나 정보통신(IT), 전기전자, 지식문화 등 기술 기반 업종의 예비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기보에서 운영하는 ‘벤처창업교실’에서는 세무·회계·마케팅 등 경영 일반에 관한 교육과 최신 기술 동향, 산업 트랜드 분석, 지식재산권 실무 등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한다.

신보와 기보는 창업 지원을 위해 보증 지원도 강화했다. 신보는 올해 보증 규모를 31조3000억원으로 설정해 이 중 창업 기업에 11조1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기보는 운영 중인 보증금액 19조7000억원 가운데 기술창업기업에 7조3000억원, 일자리 창출기업에 4조원을 제공한다. 신보 관계자는 “창업 컨설팅에서부터 금융 지원까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예비 창업자들이 꼭 살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창업자를 위한 혜택도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기술인 대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상은 기술 자격증을 소지한 여성으로 여가부에서 제공하는 창업 교육을 72시간 이수해야 한다. 지원 금액은 최대 7000만원이다. 여성 가장을 위한 창업 지원금도 있다.

지원 규모는 1인당 최대 5000만원이다.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자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중소기업청의 자료에 따르면 여성경제인구 5명 중 1명은 창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에 대한 열기도 남성 못지 않다는 분석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 청년과 여성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여성창업자 수는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여성 창업자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을 꿈꾸는 예비 여성창업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내용들이 늘고 있다”며 “창업에 앞서 주요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창업지원 시스템을 살펴본 후 자신에게 적합한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1237호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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