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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터스튜디오의 사람들 - 고객이 느끼는 감정이 곧 브랜드 이미지 

쉼터·카페·놀이방처럼 편안한 분위기 … 다양한 전공, 색다른 이력이 만든 시너지 효과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빛내는 삼총사. 왼쪽부터 허분이 아트큐레이터, 주환의 매니저, 장진수 구루.



무대는 만들어졌다. 나머지는 춤과 노래로 관객과 호흡하는 배우의 몫이다. 사람이 없으면 공간은 의미가 없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선 멋진 사람들이 고객과 호흡한다. 스튜디오를 관리하는 매니저, 갤러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아트 큐레이터, 그리고 ‘자동차 문화 전문가’를 지칭하는 14명의 구루(Guru)다. 이들을 대표해 주환의 매니저(42), 허분이 아트큐레이터(30), 장진수 구루(35)가 나섰다.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동안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숨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기자 : 세분 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주환의 매니저(이하 주) : 네, 저는 경력의 대부분을 호텔에서 쌓았어요.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했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모터스튜디오의 매니저를 맡았어요. 고객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는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현대차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걱정이 많았죠. 다행히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다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죠. 고객들에게 더 다채로운 경험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허분이 아트큐레이터(이하 허) : 그동안 많은 갤러리를 꾸미고 사람들에게 소개했어요.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의 경험은 정말 특별한 것 같아요. 자동차라는 주제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이잖아요. 방문하시는 고객들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죠.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저 또한 모든 일을 새롭게 느껴요. 고객과 함께 윈-윈하는 느낌이랄까요.

장진수 구루(이하 장) : 저를 소개하기에 앞서 ‘구루(Guru)’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모터스튜디오에는 총 14명의 구루가 있어요. 항공사 승무원·자동차 정비사·카레이서·방송리포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동차와 현대 브랜드의 이야기를 고객들에게 들려줘요. 자동차에 대한 전문적 지식에 더해 한 가지씩 특기를 가진 셈이죠.

그리고 그 특기를 이용해 고객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요. 꼭 자동차를 주제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강박은 없어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소스처럼 자동차 얘기를 곁들이는 거죠. 고객들이 ‘차를 사야 한다’는 부담 없이 모터스튜디오를 즐길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저는 전시기획 회사와 항공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요. 그 때의 경험을 살려 대화의 물꼬를 트죠. 고객들도 흥미로워 하고요.

기자 : 세 분이 가진 독특한 이력이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접점이 된다는 게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고객에게는 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나요?

: 모던 하면서도 프리미엄 한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게 목표예요.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럭셔리한 가치를 가진 게 ‘모던 프리미엄’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어요. 물론 억지로 그 가치를 주입할 순 없어요. 기본적으로 모터스튜디오는 고객들이 편안하게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쉽지 않아요.

친절하자고 생각해 너무 붙어서 대화를 걸면 고객이 불편해해요. 그렇다고 오든 말든 신경을 안 쓰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생기죠. 이 사이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자유로운 분위기의 미국식 문화와 고객을 왕처럼 모시는 일본식 문화를 적절하게 섞는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항상 고객을 보면서 고민해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지,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지를 생각하죠.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응대하죠. 그렇게 모터스튜디오를 즐기다가 매장을 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굳이 어떤 메시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모터스튜디오를 나갈 때 가지는 그 감정과 느낌이 결국 브랜드 이미지가 되는 거죠.

기자 : 전공분야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시너지효과가 대단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의견충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 매일 하루가 끝나면 전 스텝이 모여서 그날을 정리하는 회의를 해요. 개선해야 할 부분들도 찾고 좋았던 경험도 공유를 하죠. 가끔씩 놀랄 때가 있어요. 나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는 구나.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보는구나 하고 말이에요. 다른 스텝들도 비슷한 걸 느낀다고 말해요. 전문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생기는 가장 큰 시너지죠. 아직까지 크게 의견 충돌이 있었던 적은 없었어요.

기자 : 개성 넘치는 즐길 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무엇인가요?

: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요? 전 정말 다 좋아요. 각각의 공간과 전시물, 프로그램이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뭐가 더 낫다고 비교하기는 힘들어요.

: 저는 3층의 프리미엄 라운지가 좋아요. 그 중에서도 자동차 컬러 체험이요. 작은 모형에 실제 자동차에 적용되는 컬러를 입혔어요. 이 모형을 이리저리 보고 햇빛에 비추거나 그늘에 놓아서 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죠. 또 외형 컬러와 내장 컬러를 간편하게 매치해 볼 수 있는 장치도 있어요. 차량 색을 놓고 고민하는 고객들이 정말 좋아해요. 차는 다른 제품과 달라서 한번 구매하고 출고하면 반품이 힘들잖아요. 가격대도 높고요. 컬러 체험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는 확률을 줄여요.

기자 : 모터스튜디오가 개장한지 3주가 됐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기억에 남는 고객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 키즈 라운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흥미로워요.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라서 활기가 넘치죠. 그곳에 어린이들이 직접 조종하는 장난감 자동차가 있어요. 근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즐거워해요. 아이랑 아빠랑 서로 먼저 해보겠다고 싸우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어요. 앞으로 생길 2호, 3호 모터스튜디오에는 아이와 아버지가 함께 탈 수 있는 모형 자동차를 준비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 저는 벌써 5번이나 방문해주신 분이 생각나네요. 모터스튜디오의 취지에 맞게 올 때마다 공간을 충분히 음미하고 돌아가요. 저와 대화도 여러 번 나눴는데 매번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요. 스몰토크에서 시작해 모터스튜디오에 대해 대화를 하면 얘깃거리가 정말 무궁무진 하다는 걸 느껴요.

: 저한테 와서 ‘여기서 자동차도 파나요?’라고 물었던 고객이 기억이 남네요. 이 곳은 모터스튜디오인 동시에 차량 판매에 관한 상담도 이뤄지는 곳이에요. 그런데 고객이 영업소로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편하게, 차를 사야한다는 부담 없이 들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인터뷰를 정리하는 시간. 허분이 아트큐레이터가 기자를 붙잡는다. “유니폼 멋지지 않나요?” 단정하면서도 특이한 느낌을 주는 유니폼이다. “이 옷의 소재와 컨셉트가 모두 자동차와 관련이 있어요. 자동차의 볼트나 너트를 이용해 단추나 이음새를 만들고, 자동차 천정의 재질로 천을 만들었죠. 손목에 있는 무늬는 자동차 설계도면이고요.” 신기한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곳이 현대 모터스튜디오다.

1239호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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