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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점프’ 노리는 최신원 SKC 회장 - 매출 1조→2조→ 4조(2018년 목표) ... 글로벌 공략으로 ‘더블 SKC’ 신화 

중국·미국에 해외 거점 구축 완료 … 합작사 세워 성공 확률 높여 


▎을지로 최신원 SKC 회장 집무실. 뒷편에 부친인 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2000년대 중반 SKC는 매출 1조원 문턱에서 성장이 정체됐다. 2007년엔 매출 8300억원, 영업이익은 490억원 수준으로 외려 규모와 수익성이 동반 퇴보하기도 했다. 위기는 기회였다. 최신원 SKC 회장은 2009년 ‘더블(Double) SKC’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두 배로 올리겠다는 각오였다. 목표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SKC 매출은 2조6414억원, 영업이익은 1240억원이었다. 최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실적을 다시 더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2018년 매출 4조원 돌파를 선언한 최신원 회장의 눈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우선 순위를 매기자면 첫째는 안전이고, 둘째는 품질, 셋째는 가격입니다. 품질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입니다.” 최신원 SKC·SK텔레시스 회장(62)은 4월 15일 미국 조지아주 커밍턴 소재 SKC 미국 법인(SKC Inc.)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라인 증설 현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최신원 회장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바로 ‘안전’이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우선 순위를 매기자면 첫째는 안전이고, 둘째는 품질, 셋째는 가격입니다. 품질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입니다.” 최신원 SKC·SK텔레시스 회장(62)은 4월 15일 미국 조지아주 커밍턴 소재 SKC 미국법인(SKC Inc.)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라인 증설 현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최신원 회장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바로 ‘안전’이었다.

리스크 관리는 올해 SKC의 핵심 화두다. 최 회장은 1월부터 SKC 수원·울산·진천공장, SKC솔믹스 평택공장, SKC하스 천안공장, SKC코오롱PI 구미·진천공장 등 전국 사업장을 돌며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월 17일 경북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 강당 붕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5월 26일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5월 27일 효실천사랑나눔병원 화재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최 회장은 “큰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져 요즘 우리나라가 뒤숭숭한데 기업인부터 안전을 강조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나아가 기업인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열심 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첫째는 안전이고, 둘째는 품질, 셋째는 가격

‘안전’이란 키워드는 점차 SKC 전 직원에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준영 SKC 수원공장 경비대장은 “경영정보보드를 통해 전사적으로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경비대도 근무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의 수를 고려해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행동요령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안전과 더불어 최 회장이 꺼낸 또 다른 화두는 성장이다. 2009년 ‘더블(Double) SKC’라는 구호를 내걸고 매출을 기존의 2배 수준인 2조원으로 끌어올린 최 회장은 다시 한번 ‘더블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의 눈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연구·개발(R&D)과 글로벌 거점의 수출 전략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또 한 번 변화의 화두를 이끌어내려고 동분서주하는 최신원 회장을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최신원 회장은 2000년 SK그룹 산하 소그룹 SKC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15년 동안 SKC는 크게 달라졌다. 그의 취임 전 SKC 매출은 5900억원대였지만 지난해 2조6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익성도 좋아졌다. 영업이익 35억원 수준이던 SKC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비수기로 꼽히는 올해 1분기에도 매출 6675억원, 영업이익 3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보다 매출 19%, 영업이익 33%가 늘어난 수치다. 이충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 이상의 실적”이라고 평가한다.

최 회장은 2009년 회사 가치를 두 배로 키우자는 ‘더블(double) SKC’를 선포한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거센 시점에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올리기 어렵다”며 “사실상 무리한 요구”란 불만을 제기하는 임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미심쩍어하는 사람들과 직접 대면해 더블 SKC를 전파했다. 임직원들과 때론 삼계탕을 먹으며, 때론 e메일을 보내며 이들에게 더블 SKC가 가능한 이유를 설득했다. 직원들의 변화는 마침내 실적으로 나타났다. SKC는 최근 몇 년간 사상 최대 수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 2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최 회장은 또 다른 화두를 꺼냈다. 바로 ‘글로벌’이다. 2018년 SKC를 매출 4조원 기업으로 키우려면 국내 시장은 비좁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우선 지난해 10월 중국 상해 인근 장쑤(江蘇)성 난통(南通)시 경제기술개발구에 SKC의 대규모 해외 생산 거점을 준공했다.

SKC 장수 하이테크 플라스틱스(Jiangsu Hightech Plastics)다. 이곳엔 첨단 PET 필름 생산라인 2개를 갖췄다. 이 라인은 광학용 필름과 열수축 필름을 생산할 수 있다. 광학용 필름은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들어가는 PET 필름이다. 열수축필름은 특정 온도에서 수축이 일어나는 현상을 응용한 소재로 음료를 담는 페트병의 라벨 등으로 사용한다.




中 환경 법안 통과되면 매출 확대 기대

최 회장은 중국이 세계 최대 PET 필름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봤다. 그래서 중국 시장을 선점해야 고기능 PET 필름 시장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굳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SKC 장수 하이테크 플라스틱스를 세운 배경이다. 최 회장의 생각은 불과 수년 만에 현실로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중국에서 태양광 모듈업계가 우후죽순 설립되고 대규모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증설 바람이 불면서다. 포장용기에 PET 필름을 사용하는 곳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포장용기 라벨로 사용하는 폴리염화비닐(PVC)은 소각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한다. 이 점은 중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SKC는 이미 중국 코카콜라·유니레버·캉스푸 등과 PET 필름 납품 계약을 했다.

환경 문제로 중국 정부가 PVC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거의 모든 음료수 라벨을 PET 필름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SKC는 다시 한 번 ‘잭팟’을 기대할 수 있다. 최신원 회장은 장수공장을 동아시아 판매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은 물론 러시아와 인도 열수축 필름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1999년 준공한 SKC 미국법인도 올해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이로써 SKC가 미국법인에 갖춘 라인은 PET 필름 생산라인만 4개다. 이곳에서도 산업용 PET 필름과 포장용 PET 필름을 생산한다. 최 회장은 여기서 건축용 PET 필름 등 특수필름을 생산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나아가 첨단 발광다이오드(LED) 소재를 판매하거나 반도체 공정 재료를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지금까지 SKC 미국법인은 필름과 화학사업만 벌였다. 그러나 SKC라이팅이 제조하는 LED조명 제품, SKC솔믹스가 담당하는 반도체 관련 사업도 추가하겠다는 생각이다. 최신원 회장은 “SKC의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다른 소재를 대체하거나 공정 수를 단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SKC 미국법인은 미국 내수 시장을 넘어 발전가능성이 큰 중남미 시장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멕시코와 브라질은 시장이 크고 노동력이 풍부해 SKC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중남미 시장 진출에 성공한다면 SKC는 아메리카에서 첨단 소재 강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최 회장은 낯선 해외 시장 공략 때 홀로 나서지 않는다. 투자 부담을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합작사 형태를 선호한다. 예컨대 중국 장수공장도 SKC(44%)와 SK차이나(33%)와 함께 일본의 고기능성 소재 전문기업인 도요보(15%)와 토요알루미늄·이토추 등 일본 고객사(8%) 지분 참여를 이끌어냈다. 특히 토요알루미늄은 세계 태양광 백시트 시장에서 35%를 점유한 기업이다.


▎1968년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 섬유관에서 최종건 SK그룹 창업주(맨 왼쪽)가 정일권 전 국회의장(가운데)과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SKC에 매년 짭짤한 배당수익을 안겨주는 폴리이미드(PI)필름 생산업체 SKC코오롱PI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50대 50으로 현물출자해 합작한 업체다. 이밖에 SKC와 미래나노텍이 합작한 에스케이씨엠엔티(SKC MNT)도 합작사다. SKC MNT는 건물과 차량용 유리에 사용하는 필름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R&D 없으면 세계 시장에서 생존 어렵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최 회장이 신경 쓰는 또 다른 부분은 R&D다. 혁신적 제품이 있어야 신규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조지아주의 조지아텍(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과 산학협력도 강화했다. 현재 SKC중앙연구소와 SKC 미국법인은 장승순 조지아텍 재료공학부 교수 랩과 함께 필름 생산 공정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명 공식명칭은 ‘열수축필름 수축률 분자모델링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열수축 필름의 분자구조를 분석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자구조를 제작해 PET 필름의 열수축율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4월에도 최신원 회장은 조지아텍으로 날아가 장승순 교수로부터 연구 진행 상황 브리핑을 받았다.

최근 SKC가 자체 개발한 폴리우레탄 레일 패드(Polyurethane Rail Pad)는 R&D의 대표적인 결과물. 레일 패드는 열차의 진동과 하중을 견디기 위해 레일과 레일 사이 연결 부위에 삽입하는 얇은 판이다. 기존에는 고무 패드를 주로 사용했지만, SKC가 R&D를 통해 폴리우레탄 성분의 레일 패드를 개발했다.

고무 패드에 비해 동적 성질이 우수하고 내구성이 길며 절연저항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KTX전라선 철로에 SKC가 개발한 레일 패드가 투입됐고, 수서발KTX 철로에도 공급될 계획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최신원 회장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는 건 수출이야말로 기업인이 국가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1968년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에서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정일권 전 국회의장과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의 수출품을 둘러보는 사진을 보여주며, “선친(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은 ‘공장은 개인의 것이 아니고 국민의 것이다. 또한 회사의 발전은 곧 국가의 발전이다’라는 말을 종종 했다. 사업과 제품 수출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사업보국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1240호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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