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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 ‘셀 코리아’ 우려 - 외국인 투자 한도 꽉 찬 종목 ‘경고등’ 

한도 소진율 50% 넘는 종목 코스피 42곳, 코스닥 18곳 … 외인 엑소더스 때 급락할 수도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자료: 한국거래소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나고 있다. 본격적인 ‘엑소더스(급속한 자금 유출)’로 보기는 어렵지만 멈추지 않는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달러 강세에 따른 단기 차익 실현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와 국내 기업 실적 부진, 수퍼 달러 지속 전망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 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9월 들어서 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6354억 원을 순매수했다. 4월 이후 5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 갔다. 하지만 외국인은 9월에만 6224억 원을 순매도하며 ‘셀 코리아’로 전환했다. 특히 추석 연휴 휴장을 끝내고 개장한 9월 11 일부터 외국인은 매도세로 확실히 돌아섰다. 이날부터 10월 6일까지 17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12일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에선 2780만주, 1조7540억 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는 1168만주, 837억 원을 순매도했다. 9월 11일 2034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10월 6일 196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SK텔레콤 한도 소진율 92%

이에 따라 외국인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높은 종목에 경고등이 켜졌다. 외국인 한도 소진율은 외국인인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에서 현재 얼마나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 나라는 국가 운영의 기반이 되는 방송·통신·운송·에너지·언론 등 상장 기업에 대해 외국인 보유할 수 있는 한도를 30~49%로 제한하고 있다. 일반 종목은 한도가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6일 현재 코스피 시장 900개 종목 중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남양유업 우선주다. 외국인은 한도 수량 16만 6600주 중 16만 36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도 소진율이 98.15%에 달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이 더 살 수 있는 남양유업 우선주는 3000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종목의 연초 소진율은 99%를 넘었었다. 그 다음은 SK텔레콤으로 한도 소진율은 92.25%다. 코스피에서 셋째로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높은 종목은 KT(90.79%)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80~89%인 종목은 한라비스테온 공조(88.44%), 삼성전자 우선주(81.19%), 한국유리(80.57%)다. 70~79%인 종목은 DGB금융지주(77.48%), 현대차 2우 B(76.93%), 쌍용차(76.05%), 현대에 이치씨엔(72.37%), 한국 쉘석유(70.52%)다.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50%를 넘는 종목은 42개다. 코스피 종목 중 68%(609개)는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10% 미만이다.

코스닥 시장 1018개 종목 중에서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80%를 넘는 것은 한국기업평가가 유일하다. 80.3%다. 70~79%인 종목은 인테그레이트에너지(74.96%), 웨이포트(71.42%), GS 홈쇼핑(70.34%) 3종목이다. 50%를 넘는 종목은 18개로 코스닥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또한 코스닥 종목 둘 중 하나는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1% 미만이다. 외국인이 코스닥보다는 코스피를 선호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와 한도 소진율은 최근 외국인 팔자 행렬 때 어떻게 변했을까. 본지가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50%가 넘는 코스피 42개, 코스닥 18개 종목을 분석해 봤다. 외국인이 본격매도세로 돌아선 9월 11일부터 10월 6일까지 코스피 42곳의 주가는 평균 6.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 피 지수(-4%)보다 하락폭이 컸다. 외국인 한도 지분율은 평균 0.35%포인트 감소했다.

42개 코스피 종목 중 33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우선주, 그중에서도 현대자동차 우선 주낙폭이 컸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높은 종목은 고배당 종목이 많은데, 우선주의 경우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률을 지급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호가 높다.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현대차2우B로 17일 사이 30.6% 하락했다. 현대차우(-22.8%)·LG화학우(-14.4%)·남양유업우(-13.9%)·삼성 전자우(-12.5%) 등도 상대적으로 주가가 많이 내렸다.


*외국인 한도 소진율 50% 이상 코스피 종목
*주가 증감율, 소진율 증감: 9월 11일 대비 10월 6일 종가 기준



한도 소진율 높은 종목 하락폭 커

보통주 중에서는 포스코가 하락률이 가장 컸다. 주가가 18% 빠졌다. 한국유리(-11.8%)·한국 쉘석유(-11.6%)·현대 홈쇼핑(-8.9%)도 하락폭이 컸다. DGB 금융지주(-14.6%)·하나 금융지주(-11.5%)·KB금융(-7.6%)·BS 금융지주(-7.4%)·동양증권(-7%)·신한 지주(-6.8%) 등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금융주도 주가가 많이 내렸다. 42개 종목 중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다. 같은 기간 3.58%포인트 줄었다. SK텔레콤은 2.44%포인트, LG유플러스는 2.15%포인트 감소했다.

물론,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줄었다고 주가가 반드시 하락한 것은 아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9월 11일~10월 6일 동안 42 개 종목 중 25개 종목이 한도 소진율이 줄었다. 25개 종목 중 18개 종목은 주가가 내렸다. 반대로 소진율이 늘어난 14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외국인 한도 소진율이 50%가 넘는 코스닥 18개 종목 중에는 12곳의 주가가 하락했다. 한도 소진율이 감소한 종목은 11곳이다. 11곳 중 주가가 내려간 종목은 7개였다. 18개 종목 중 차이나 그레이트가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다. 17.6% 떨어졌다. 울트라건설(-14.4%)·모아텍(-13.8%)·GS 홈쇼핑(-13.7%)·로엔 (-12.3%)·씨케이 에이치(-10.3%) 등이 많이 내렸다. 한도 소진율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한국정보통신(-2.05%포인트)이었는데, 오히려 주가는 29%나 올랐다. 반대로 GS 홈쇼핑은 소진율이 4% 포인트 넘게 늘었는데, 주가는 13.7% 나빠졌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지분 증감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외국인 한도 소진율 50% 이상 코스닥 종목
*주가 증감율, 소진율 증감: 9월 11일 대비 10월 6일 종가 기준



외인 매도세 지속될 전망

하지만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이 차익실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 강세가 강화되면서 최근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처럼,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선호하던 종목의 경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도 소진율이 높은 종목, 특히 외국인이 살 수 있는 한도에 거의 근접한 종목들은 집중적인 차익 실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엑소더스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오랫동안 박스 장세를 연출하는 와중에 달러 가 초강세로 돌아서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이탈할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더욱이 10월에는 미국의 3차 양적 완화가 공식 종료된다.

또한 미국 정부 역시 달러 강세를 용인 또는 묵인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제이콥 루 미국 재무 장관은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중요하다”며 “강한 달러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74.10원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 환율이 107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국내 기업, 특히 대형 수출 기업의 실적 부진도 외국인의 셀 코리아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환율 변동 폭이 크고 기업 실적이 부진한 나라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신한 금융투자에 따르면 올 9월 이후 외국인은 한국·대만·인도네시아 등에서 순매도 했다. 모두 자국 통화가 약세고 기업 실적이 부진한 국가들이다.



중국으로 외국인 투자금 쏠릴 수도

중국의 후강퉁 제도도 중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외국인들은 중국 정부의 별도 허가없이 상하이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상하이 증시에는 저평가된 종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외국인의 관심이 매우 크다. 이 경우 한국 주식시장의 관심도와 매수 여력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급격히 늘어난 중국계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중국 본토로 돌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외국인의 사랑이 싸늘히 식으면, 외국인의 사랑을 받던 종목이 먼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1257호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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