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악화 파장 - 어닝쇼크 7차례 극복 이번엔? 

과거엔 실적 급락 직후 어닝 서프라이즈 지금은 마땅한 반전 카드 없어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이돈주 삼성전자 전략마케팅실장(사장)이 9월 3일 독일 베를린에서 갤럭시노트4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30조 원을 돌파한 것은 2000년이다. 이후 매년 평균 15조 원씩 매출이 늘었다. SK 하이닉스 만한 회사가 1년에 하나씩 생긴 셈이다(2013년 매출 기준). 2008년에 100조 원, 2012년엔 200조 원을 돌파했다. 지 난해 매출은 229조 원, 영업이익은 2001년 매출(32조4000억 원)보다 많은 37조 원이었다. 매출의 90%는 수출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보적 회사이자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삼성전자가 최근 근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 2분기 어닝 쇼크에 이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우려를 키웠다. 10월 7일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47조 원, 영업이익 4조1000억 원을 기록 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영업이익은 60% 가까이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기관의 파상 매도를 메워줬던 외국인까지 매도세로 돌아서며,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110만 원 선이 깨졌다.

이른바 ‘황금 포트폴리오’로 불리는 IM(IT·모바일)과 반도체· 생활가전 중 반도체만 선방했다. 삼성전자는 7일 설명자료를 내고 실적 급감의 원인으로 IM 부문 실적 감소, 무선 제품 수요 약세에 따른 부품·패널 수익성 악화, TV 가격 하락과 계절적 요인 (비수기) 등을 꼽았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IM 부문 영업이익을 1조 원 후반에서 2조 원대 초반으로 추정한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적자 전환까지 점친다. 반도체 부분 영업이익은 2조 원대 초반을 예상한다. 일부 증권사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IM 부문을 추월했을 것으로 본다. 사실이라면, 13분기 만에 일이다.

증권가는 음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소폭 오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영업이익은 4조 원 대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4분기가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실적 개선은 빨라야 내년 1분기, 늦으면 2분기에야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쁜 실적이 어두운 전망을 부추기는 어닝쇼크 효과다.






그나마 반도체 부문만 선전

긴 시점에서 보면 삼성전자는 계속 성장했고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어닝쇼크를 겪었다. 어닝쇼크는 기업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은 주로 증권사다. 어닝 쇼크의 기준은 뚜렷이 없다. 증권사들이 엉뚱한 전망을 해놓고, 그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냈을 때도 어닝쇼크를 갖다 붙이는 경우가 있다. 본지가 전분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영업이익이 25% 이상 하락한 것을 어닝쇼크로 보고, 2000 년 이후 삼성전자 실적을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8분기 동안 8 차례 어닝쇼크를 겪었다. 올 3분기를 포함하면 아홉 번이다. 2010년 전까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실적과 환율이, 2011년 이후엔 IM 부문 실적과 환율이 희비를 갈랐다.

2003년 1분기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5% 줄었다. 반도체·정보통신(현 IM 부문)·생활가전이 모두 부진한 탓이었다. 2004년 3분기엔 LCD 가격 급락 여파로 영업이익이 27% 줄었다. 내수에선 카드사태 후폭풍으로 소비가 줄면서 휴대전화 매출이 뚝 떨어졌고, 아테네 올림픽 마케팅 비용도 영향을 미쳤다.

2005년 1분기와 2007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각각 45% 정도 급감했다. 특히 2007년 첫 분기에는 반도체 부진으로 영업 이익이 15분기 만에 가장 낮은 1조1800억 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증권가는 요즘과 비슷한 암울한 전망을 쏟아냈었다.

2008년 4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9400억원)를 냈다. 2011년 1분기엔 애플의 아이폰 공세에 주춤하며 영업이익이 34% 줄며 3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갤럭시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둔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 줄고, 영업이익 25%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맞았다. 환율 영향을 받았지만, 고기술·중저가로 무장한 중국 공세와 유럽시장 부진, 재고 증가 등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어닝쇼크 이후엔 어땠을까. 삼성전자는 어닝쇼크 이후 1분기 또는 2분기 만에 늘 반전에 성공했다. 2000~2013년 7 차례의 어닝쇼크 때마다 제기됐던 어두운 전망에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응답했다. 조직을 혁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신제품을 출시하고, 때론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쇼크에서 벗어났다. 2011년이 좋은 예다. 애플 공세에 밀려 2011년 1분기 영업이익이 2년 만에 3조 원 밑으로 떨어진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고전이 예상됐었다. 반도체·LCD 시황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2분기 삼성전자는 갤럭시S2가 구원투수로 등장해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엔 거의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지난해 3분기엔 영업이익 10조 원대를 넘어섰다.



세 분기 연속 어닝쇼크 가능성도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발표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도 어닝쇼크였다. 두 분기 연속 어닝쇼크는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공세, 재고 급증, 마케팅 비용 증가, 신제품 효과 미비, 유럽시장 고전 등 2분기 실적 부진의 원 인이 고스란히 3분기로 넘어왔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더욱이 반 전 카드가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현재로선 반도체 부문 외에는 상황을 뒤집을 묘책이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회사에서 휴대폰 회사로 변신한 삼성전자가 다시 반도체 회사로 돌아간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특단의 조치나 변수가 없다면 삼성전자는 4 분기에도 어닝쇼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2개 증권사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평균 4조5900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 (8조3000억 원)와 비교하면 45% 정도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우울한 전망을 뒤집을 깜짝 카드가 있을까. 저력의 삼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기로에 섰다.

1257호 (2014.10.2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