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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김정윤의 ‘요리로 본 세상’② 이탈리아 ‘리코타 치즈케이크’ - ‘뉴욕식은 가라’ 담백·고소한 맛 최고 

주재료는 크림치즈 아닌 리코타 치즈 … 느끼한 맛에 질린 사람에게 강추 

디저트 전성시대다. 싱글족은 간단한 디저트류와 음료로 식사를 해결한다. 주말마다 디저트를 찾아다니는 젊은 맞벌이 부부도 많다. 이왕 먹는 거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분위기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디저트는 포기할 수 없다는 여성도 많다. 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 ‘몽슈슈’, ‘제르보’ 등이 국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것도 디저트 열풍을 반영한다. 국가별 대표 디저트와 이에 얽힌 이야기를 연재한다.



‘치즈케이크’. 이 단어를 보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면 잠시 쉬어갈 것을 권한다. 머릿속에서 잘 익은 갈색 표면에 노란 속살, 입에 넣는 순간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퍼지는 촉감을 상상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맛을 아는 애호가다. 약간 새콤하면서도 달달한 치즈케이크를 생각하면서 ‘조건 반사적’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다면 미식가라는 표현도 적절하다.

치즈케이크엔 어떤 치즈를 넣을까. 어느 정도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크림치즈’라고 외칠 것이다. 정답이다. 그런데 오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베이커리에서는 크림치즈를 넣은 ‘뉴욕식’ 치즈케이크를 판매한다. 크림치즈가 주재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라면 답은 달라진다. 이탈리아식 치즈케이크에서 치즈란 ‘리코타 치즈’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타르트에서 유래

사실, 치즈케이크를 케이크의 범주에 넣기는 참 애매하다. 보통 케이크라 하면 밀가루를 기본 재료로 달걀과 버터·설탕을 넣은 빵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 위에 생크림과 초콜릿·과일 같은 토핑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치즈케이크 레시피를 보면, 치즈가 메인 재료이고 밀가루는 소량이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사실, 치즈케이크를 케이크의 범주에 넣기는 참 애매하다. 보통 케이크라 하면 밀가루를 기본 재료로 달걀과 버터·설탕을 넣은 빵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 위에 생크림과 초콜릿·과일 같은 토핑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치즈케이크 레시피를 보면, 치즈가 메인 재료이고 밀가루는 소량이거나 아예 들어지 않는다.

사실 치즈케이크는 타르트에 가깝다. 오래 전 그리스에서 치즈케이크를 부르던 이름, 즉 ‘타르틀레트(tartlet)’는 케이크(cake)보다는 타르트(tart)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또 제누와즈나 쿠키를 꼭 바닥에 깔아주는 모양이 마치 쇼트 반죽으로 아래를 감싸주는 타르트와 닮았다. 이탈리아 치즈케이크는 더욱 노골적이다. 미국식 치즈케이크는 바닥에만 쿠키를 깔아주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바닥 외에도 케이크 양 옆까지 감싸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치즈케이크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토르타 알 포르마지오(torta al fromaggio)’에서 토르타는 타르트를 일컫는 말이다.

타르트인지 케이크인지 헷갈리는 이 요상한 케이크(편의상 케이크라고 부름)는 의외로 역사가 아주 깊다. 치즈케이크의 탄생은 인간이 유제품을 섭취하기 시작하던 때와 같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찌 됐건 첫 등장은 기원전 7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에서 열렸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영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치즈케이크가 제공됐다는 기록이 있다. 또 결혼식에서 삼단 생크림케이크가 아닌 치즈케이크가 웨딩케이크로 쓰였단 얘기도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던가. 그리스는 가죽 대신 치즈케이크를 남긴 셈이다.

디저트 바통을 이어받은 로마인들은 케이크에 ‘리붐 (libum)’이란 새로운 이름을 지어줬다. 로마의 카토 장군은 자신의 책에서 치즈케이크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했다. 찬란했던 영광을 뒤로하고 로마는 멸망했지만 치즈케이크는 유럽 대륙 전체로 널리 퍼졌다. 프랑스에서는 뇌샤텔 치즈로, 네덜란드에서는 초콜릿과 과일을 얹는 방식으로 꾸준히 새로운 모양으로 진화했다. 그 후 종교 탄압을 피해 미국에 정착한 유럽 이주민들이 케이크에 크림치즈를 넣으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식 치즈케이크가 탄생한 것이다.

열량 낮아도 중독성 강해 주의해야

다시 이탈리아의 리코타 치즈케이크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주재료인 치즈의 종류가 다른 만큼 맛 또한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크림 치즈케이크가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면 이탈리아의 리코타 치즈케이크는 비교적 담백하고 고소하다. 이탈리아 치즈케이크는 고대 로마의 리붐과 가장 유사한 형태다. 필자가 쉐프로 일하던 시절 이탈리아 시칠리아가 고향이었던 동료는 ‘시나몬(계피)을 넣어도 맛있다’고 조언해줬지만, 아직까지 계피향이 나는 치즈케이크는 먹어본 적은 없다.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고대 로마처럼 월계수 잎을 넣거나, 좀 더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 마스카포네 치즈를 섞기도 했다. 요즘에는 꿀 대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설탕을 섞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에선 치즈케이크를 테이블에 내놓을 때 설탕에 졸인 과일과 함께 제공하는데, 타르트에 들어 있는 블루베리도 그런 역할을 한다. 평소 먹는 느끼한 크림 치즈케이크에 질렸다면 담백한 리코타 치즈케이크를 추천한다. 치즈의 고소한 맛은 유지하면서 특유의 고린내를 없애 치즈 향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다행히 리코타 치즈는 대형 베이커리에서 주로 사용하는 크림치즈나 까망베르 치즈에 비해 많게는 4배 이상 열량이 낮다. 하지만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겐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칼로리가 낮다고는 하지만 치즈케이크 자체가 고열량 식품이기 때문이다. 또 케이크의 고소한 맛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기도 힘들다. 꼭 치즈케이크가 먹고 싶다면 디저트가 아닌 식사 대용품으로 먹길 권한다. 국내에서는 압구정동의 한 이탈리아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구할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지난 여름 업종을 바꾸고 말았다. 뉴욕식 치즈케이크 등살에 찾는 사람이 뜸했기 때문이리라. 아쉽다

리코타 치즈케이크 조리법 - 리코타 치즈케이크 조리법


재료(지름 24㎝ 분량): 완성된 파이 반죽(‘쇼트크러스트 페이스트리’라고도 함) 500g, 리코타 치즈와 마스카포네 치즈 각 250g, 오렌지 3개 껍질, 바닐라 빈 2개, 달걀 2개, 슈거 파우더 100g.

파이 반죽은 미리 만들어 20분 이상 냉장고에 보관한다. 숙성된 파이 반죽은 밀대로 약 0.5㎝ 두께로 밀어준다. 파이틀에 오일을 묻힌 후 얇게 민 반죽을 얹은 뒤 다시 냉장고에서 20분간 휴지시킨다. 파이지는 섭씨 190℃로 예열된 오븐에서 10분간 구워준 뒤 식혀 놓는다.

리코타와 마스카포네 치즈, 오렌지 제스트(오렌지 껍질을 얇게 간 것), 바닐라 빈, 달걀노른자, 슈거 파우더를 넣고 잘 섞는다. 이때 바닐라빈은 반을 갈라 속안의 씨만 긁어 사용한다. 달걀흰자는 하얗게 될 때까지 거품을 내 함께 섞어 필링을 만든다. 주재료인 리코타 치즈는 숙성을 거치지 않는 생 치즈다. 데운 우유에 레몬즙과 소금을 넣고 면보에 거르기만 하면 하얗고 몽글몽글한 치즈 덩어리를 얻을 수 있다. 식은 파이지 위에 필링을 얹고 170℃로 예열된 오븐에서 40~45분간 구워준다. 완성된 치즈케이크는 식힌 후 냉장고에 넣었다가 과일잼이나 설탕에 졸인 과일을 얹어 접시에 담는다.

김정윤

쉐프이자 푸드칼럼니스트. 경기대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스타 쉐프로 유명한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Jamie’s Italian’에서 쉐프로 일했다.

1261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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