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중국의 기습적 금리 인하의 본질은 - 지도부의 개혁 의지 담은 깜짝 부양책 

Global Monitor 경제·증시에 활기 불어넣고 금융비용 부담 낮추는 데 초점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자료: 중국 인민은행 / 사진:중앙포토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 그만큼 경기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다만, 인민은행의 금리인하를 단순한 부양책으로 치부한다면 그 성격을 절반만 이해 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전통적인 경기 부양 수단이면서 동시에 금융개혁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으며 ‘부(富)의 고른 이전’이라는 당 지도부의 철학을 담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주말을 앞두고 발표된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는 말 그대로 전격적이다. 기준금리 인하나 지준율 인하처럼 파급력이 큰 정책 수단은 아껴놓아다가 2015년 초에나 꺼내 들지 않을까 예상했기에 금융시장의 반응도 격했다. 물론 최근 중국의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기도 하다.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경제 주체들, 특히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그간 인민은행이 이들의 금융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자금 조달에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주로 의존했던 것은 정책 수혜의 대상이 한정된 맞춤형 완화정책이었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만 흐르게 해서 재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지도부는 이 정책에 한계를 느낀 듯하다. 부동산 시장의 하락 속도를 진정시키고, 경제 주체들의 금융 비용을 줄여 위축되는 투자심리를 다독이기 위해선 결국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만이 실질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지속되는 금리인하 요구를 계속 모른 척 하기도 힘들었다. 기대를 안고 출범 했던 ‘후강퉁(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의 연계거래)’이 시행 초기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모멘텀도 필요했을 것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중국이 기준금리나 지준율을 낮추는 경우 단발로 그치지 않았다. 2~3회 연속으로 단행됐던 경우가 많다. 지난 2012년 상황은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한 2011년 4분기부터 2012년 7월까지 인민은 행은 지준율을 세 차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조정했다. 이번에도 이런 전례가 반복될까. 지도부는 예전에 비해 성‘ 장률 둔화를 감내하겠다’는 인물들로 교체됐지만 경기 사정은 오히려 당시보다 좋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 2012년과 같은 연속적인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를 경기 부양 관점에서만 해석해선 곤란하다. 다양한 포석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 인하는 비대칭적이다. 대출 금리는 종전 6%에서 5.6%로 인하했지만 예금금리는 3%에서 2.75%로 내리는 데 그쳤다. 더구나 은행들이 예금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예금금리 상한폭을 종전 1.1배에서 1.2배로 확대했다. 즉, 은행들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 예금금리는 3.3%로 종전과 동일하다. 예금자들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낮추는 비용 경감에 주력한 정책이다.

은행들 입장에선 순이자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그간 당국 보호 하에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높은 순이자마진을 누렸던 은행들의 부(富)가 경제 주체들의 이자 부담 경감형태로 이전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수십 년 간 중국의 금융정책은 예금자의 부(富)를 억압하는 방식이었다.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저리의 이자로 가계 예금을 거둬들여 국유기업들에게 값싸게 돈을 빌려줬던 시스템이다. 수출과 투자 주도 경제에선 이 방식이 유용하다. 그러나 소비 중심의 성장모델로 전환하고자하는 상황에선 적절치 않다. 이젠 가계 소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가계(예금자)의 부(富)를 지켜줘야 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소비 중심 성장모델 지향하는 당국의 정책방향과 상통한다.

나아가 예금금리 상한을 1.1배에서 1.2배로 확대한 것은 예금금리 자율화를 위한 진전이다. 1~2년 내 완전한 금리개혁을 이룬다는 당국의 개혁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금리 자유화는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게 마련이다. 이는 ‘재화의 배분이 시장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던 지난해 3중전회의 정책 노선과 직결된다. 즉, 인민은행의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책이면서도 당국의 개혁 의지를 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물이 탄생한 배경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 9월의 사건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본토에선 언론사(史)에 길이 남을 사건이 벌어진다.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국영 언론인 신화통신과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목이 마르다고 독배를 들어서는 안 된다”며 금리를 내려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고, 이에 맞서 인민일보는 “경기 급랭이 오히려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금리를 낮추는 게 개혁에 반(反)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그리고 얼마 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서는 당내 반대파들로 인해 인민은행 총재가 교체될지 모른다는 뉴스가 타전됐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당시 기준금리를 둘러싼 당내 공방이 대단 했음을 보여준다. 결과론적으로 당 지도부는 ‘금리 인하가 개혁에 반(反)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채택했고 인민은행도 그 취지에 맞게 금리 인하에 기존의 개혁의지를 담아야 했다. 물론 이런 취지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은행들이 마진을 희생하며 대출금리 인하에 적극적일지도 미지수다. 인민은행의 강력한 창구지도와 함께 지급준비율 인하와 같은 유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앙은행에 묶여 있던 지급준비금 일부를 은행권에 되돌려주면 은행의 조달 비용은 내려간다. 은행은 이를 재원으로 대출금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인하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선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자체가 ‘중국발 환율전쟁 격화’라고 해석한다. 자본을 통제하는 나라에서 대내외 금리차를 이용해 환율을 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이 작정하고 환율전쟁을 벌이려면 복잡하게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 매일 고시하는 기준환율을 대폭 끌어올리고(위안 절하 유도) 국영은행 등을 동원해 달러를 매입하기 시작하면 그 뿐이다.

중국발 환율전쟁 격화?

따라서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의 방향성을 살핀 뒤라야 환율전쟁인지를 운운할 수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하 후 인민은행은 오히려 기준환율을 낮춰 고시하며 위안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다. 본토에 유입됐던 외자가 유출되지 않도록 방어 하는 중이다. 물론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현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게 중국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위안화 약세는 수출 진작에 도움이 되지만 기업들의 달러 부채 차환에는 걸림돌이 된다. 특히 중국 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당국의 전략은 외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상하이 증시를 끌어올려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인민은행은 오히려 위안화 강세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수출산업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더라도 시장에 의한 점진적인 약세를 바랄 것이다. 만일 당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위안화 국제화 전략과 수출 경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명분이 필요할 것이다. 2012년과 올 초 사례를 감안하면 일중 위안화 변동폭을 조금 더 확대한다는 명분하에 내년 초 다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1264호 (2014.12.0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