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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계산업의 부활 - 세계 최고의 영광 되찾는다 

해외로 나간 제조업 U턴으로 활기 … 신생 업체·브랜드 봇물 

존 피바디 뉴스위크 기자

와이스워치는 판매하는 모든 시계를 미국에서 직접 조립한다.
미국산 기계식 손목시계가 자취를 감춘 정확한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대강 잡아보면 1970년 즈음이다. 거의 한 세기 가까이 세계 최고의 시계 생산국이었음에도 그때 이후로 미국은 기계식 자동 손목시계를 만들지 않았다.


그런 추세가 변하고 있다. 미국이 디자인하고 제조한 시계가 미국인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애플에서 발표한 시계를 말하는게 아니다. 시놀라·와이스워치 같은 새 브랜드가 미국의 시계 제조업을 천천히 부흥시킨다. 시계 제조업의 부흥은 해외로 나간 제조업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려는 노력의 덕을 어느 정도 봤다. 새로운 시계 브랜드들이 흥미로운 건 제조업이 돌아오는 복잡한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단계적으로 미국으로 돌아온다. 가장 기대를 불러모으는 마지막 단계는 동력장치 제조다. 시계 내부의 기계구조물인 동력장치는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미세 부품으로 구성된다.

이런 추세는 시계 매니어들에게 미국 시계 제조업의 부흥을 상징한다. 경제학자와 업계 관계자, 여타 다른 국내 제조업 관계자들에겐 미국에서도 복잡한 대규모 제조업이 가능하며 고객들도 이를 지지하리라는 점을 입증한다. 오랜 기간 잃어버렸던 미국 시계 제조업의 역사는 곧 미국 제조업의 역사이기도 하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제조공정과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작은 신생업체 몇 개가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분투를 시작했다. 조던 피클린 미국시계제조협회 이사는 “1800년대 중반부터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미국 시계산업은 세계 최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계 제조용 조립 공정은 미국에서 발명됐다”며 “스위스가 이 기술을 가져가서 전쟁이 끝날 무렵엔 완벽하게 다듬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시계는 없는 곳이 없었다. 월썸워치컴퍼니나 해밀튼워치 같은 회사는 수천 명을 고용했다. 19세기 중반에 설립된 월썸워치는 문을 닫은 1950년대까지 시계 제조의 명가였다. 또 다른 미국의 시계 제조 명가 해밀튼은 1892년 펜실베니아 랭커스터에서 설립돼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에 시계 100만개를 공급했다. 신생 시계 업체들은 “미국과 연계된 브랜드를 키우려 한다”고 피클린은 말했다. “일단 브랜드가 확립되면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미국에 더 많은 제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일부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미국 시계 브랜드는 지난 2년 동안에만 시놀라·와이스·마테네로·쓰론 등 4개나 생겨났다. 사업을 준비 중인 업체도 있다. 데본·니알·RGM워치는 모두 미국 내에서 시계를 만든다. “항상 미국 내에서 가능한 많은 부품을 제조하려 노력했다”고 스티브 벅 시놀라 CEO는 말했다. “그게 우리가 하려는 사업의 핵심이다.”

1970년대 기계식 손목시계 자취 감춰

고가 제품을 기꺼이 구입하고 고풍스러운 기계식 시계에 관심을 갖는 신세대 덕분에 미국산 시계가 돌아오고 있다. 미국산 시계 제조업을 이끄는 업체는 2013년 디트로이트에 설립된 시놀라다. “디트로이트에 공장을 지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시계 제조에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다.” 벅이 말했다. “사업을 해보니 디트로이트 사람들은 매우 성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숙련된 손재주와 창의성, 적극성을 갖춘 인력이 풍부하다. 경쟁사들 못지 않게 품질이 뛰어나고 가치가 높은 시계를 틀림없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놀라는 설립 첫 해에 시계 5만개를 생산했으며 올해엔 그세 배를 생산할 계획이다. 시놀라의 직원은 총 309명이다. 그중 84명은 시계를 만들고, 50명이 가죽제품을 만든다. 자전거를 비롯한 스포츠용품도 만들지만 대부분은 시계를 만든다. 로스앤젤레스의 와이스워치도 주목할 만한 회사다. 27세인 캐머런 와이스가 1년 전 설립했다. 뉴욕의 백화점 바니스를 비롯해 16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내년엔 매장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와이스는 모든 시계를 직접 조립하지만 시계공을 더 고용해서 로스앤젤레스 내의 더 큰 시설로 옮기려 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데는 언제나 어려움이 따르지만 미국 시계업체엔 다른 곳에 없는 장애물이 따른다. 사라진 산업을 다시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100년 동안 아무도 이 일을 하지 않았기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전무하다”고 와이스는 말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서 사업을 새로 창조해야 한다.” 와이스는 스위스산 동력장치를 사용하지만 케이스, 다이얼, 시계줄, 포장과 여타 부품은 로스엔젤레스에서 만든다. “각 시계엔 150개 부품이 들어간다”고 와이스는 말했다. “각 시계마다 직원을 훈련시켜서 쇳덩어리를 알맞게 자르는 법이나 재료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가장 최근에 설립된 미국 시계 업체는 뉴욕의 마테네로다. 시놀라처럼 케이스와 동력장치는 해외에서 들여오지만 조립은 미국 내에서 한다. 시계 업계의 신생 업체인 마테네로엔 정규직 직원이 공동 설립자인 존 타란티노 CEO와 매트 오다우 이사뿐이다. 그러나 오다우와 타란티노는 미국산 시계에서 확고한 기회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타란티노는 미국이 ‘제조업의 영광’을 다시 찾길 바란다. “뉴욕에서 최대한 제조업을 일으키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우선 단순한 조립부터 시작한다. 부품들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시계는 만들 수 있다. 진정한 미국산 시계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동력장치는 스위스 등지에서 수입

시계 제조업자들과 수집가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100% 미국산 시계를 손에 넣는 것이다. 시계 블로그들을 조금만 둘러보더라도 미국에서 제조된 시계가 얼마나 빨리 분해되며 미국산이 아니라고 비판을 받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성배는 100% 미국산 시계”라고 타란티노는 말했다. 지금으로선 와이스가 그 목표에 가장 가까운 듯하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거다. 이제 시제품을 만들면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단계다.” 와이스는 말했다. “반드시 이뤄내고야 말겠다. 내 개인적인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때 번성하면서 일자리 수천 개를 만들어내던 산업이다. 당시 미국은 기계식 시계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나라였다. 그 일부만이라도 되살린다면 아주 멋질 거다.”

시놀라의 CEO는 미국 내 동력장치 생산 계획을 묻자 좀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벅은 말했다. “우리는 단지 시계를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량 생산까지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00% 미국산 시계를 만들어낸다면 앞날도 밝을 거다. 우린 아주 낙관적이다.”

1264호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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