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日 양적·질적완화정책 그 후 - 주가 올랐지만 펀더멘털은 더 약해져 

엔저, 자산 가치 증가 효과 … 소득·소비 등 실물경제 개선 효과는 미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 사진:중앙포토
2013년 4월 시작된 일본은행의 이차원 완화(양적·질적완화정책)는 다음 4가지를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자료: 일본은행
①금융시장 조절 조작목표를 단기 금리에서 머니터리 베이스(현금통화와 일본은행 당좌예금) 확대로 변경하는 것

②확대를 위해 금융회사에서 장기 국채 매입을 시행하고, 장기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것

③자산 가격 상승을 노려 상장지수펀드(ETF)나 부동산투자신탁 매입을 늘리는 것

④제로금리나 양적완화, 물가상승률 2% 목표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때까지 계속하기로 약속하는 것

일본은행이 전망한 효과 중 금융회사가 국채 매각으로 얻은 일본은행 당좌예금을 기업에 빌려주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스 효과는 불발로 끝났다. 장래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해 가계나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한 것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장기 금리 인하(국채 가격 상승)만이 연간 50조엔(추가 완화로 80조엔으로 확대) 증가 베이스로 장기 국채를 매입해 실현 되고 있다.

이차원 완화는 주식 등의 자산 가격 상승과 엔저를 촉진시키는 힘만 가지고 있는 듯하다. 환율 변화(엔저 상태)는 상대국과의 금리 차이가 주요 요인인데 금리 인하와 그 장기화에 따른 변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산 가격 상승도 장기 금리 인하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즉, 이차원 완화는 기업의 설비 투자나 소비 증가와 같은 실물경제를 개선하는 힘은 부족했으나 환율 이나 자산 가격 등 부수적인 부분에서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인구 감소에 따른 일본시장 축소나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등으로 일본 기업은 구체적인 장래 수익 예상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설비 투자는 증가하지 않았다. 설비투자를 재촉해야 할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은 마침내 제로금리까지 도달했으며, 그럼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이차원 완화를 단행한 것이다.

늘지 않는 수출, 제자리 맴도는 임금


자료: 동양경제
이차원 완화는 엔저를 유발시키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실물경제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가장 기대가 컸던 것은 수출 증가다. 엔저가 되면 제품 가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제품은 고도의 공업제품이 중심이다. 엔저라고 해서 무턱대고 현지 가격 경쟁을 전개하긴 어렵다. 자동차산업이 전형적이다. 엔저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를 기대했지만 중국이나 유럽의 경기 악화, 일본 기업의 해외 생산 전환 등으로 수출량은 기대와 달리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엔저로 기대했던 또 한 가지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를 촉진시키는 효과다. 확실히 엔저로 석유나 식품 등 수입 가격이 상승해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기대처럼 가계가 장래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가격 인상 전에 앞당겨 소비하진 않았다. 역으로 올 4월 소비세 인상 후, 생계 유지를 위해 소비 지출을 억제하는 역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결국 엔저 효과는 자동차 등 수출산업의 수익 증대에 공헌했으며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수출산업의 수익증가가 일부에서 임금 인상 움직임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소득증가에 따른 본격적인 실물경제 개선과는 아직 시차가 있다.

마냥 기쁘지 않은 자산 가격 상승


자료: 동양경제
이차원 완화가 자산 버블을 유발하는 힘을 가진 것만은 확실하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장래에 그게 창출할 수익전망 합계를 현재 가치에 감안해 계산한다. 이 때 현재 가치에 대한 할인율은 장기 금리와 자산의 위험 정도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 비율을 더한 것이 된다. 이차원 완화로 장기 금리나 리스크 프리미엄이 저하했기 때문에, 설령 장래 수익 전망이 일정해도 현재 가치는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추가 완화나 같은 날 발표된 GPIF(연금적립금 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의 운용 자산 변경 시나리오는 주식시장 수급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10조엔 단위의 자금이 주식 구입에 충당돼, 자산 가격은 더욱 많이 오를 것이다. 자산가격 상승은 바꿔 말하면, 그걸로 얻은 운용수익 금리가 저하 한다는 소리다. 그렇게 되면 부유층이나 연금·기금 등이 운용하는 잉여자금은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이율을 확보하고자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세계적으로 이런 금융완화 움직임은 ‘수익률 찾기(search for yield)’라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부동산이나 위험률이 높은 하이일드 채권 등으로 가격 상승(금리 저하)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도 부동산이나 벤처주 등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마냥 좋은 게 아니다. 할인율 저하 등으로 합리적인 자산가격 상승이 일어났다 치더라도, 머지않아 매입이 매입을 부르는 투기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차원 완화를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가 실물 경제 개선 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각 자산의 장래수익 전망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갑자기 자산 가격이 폭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오르면 소비세 인상 효과는 물거품


자료: 동양경제
그렇다면 일본은행의 이차원 완화는 최종적으로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첫 번째 시나리오는 경기 침체와 금융 완화의 장기화다. 계속되는 저금리로 재정 재건을 위한 노력에 긴장이 풀리게 될 텐데 아베 정권이 소비세 인상 연기와 중의원 해산을 결정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는 경우다. 하지만 달성한다고 해도 본격적인 생산 증가나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주 원인이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경제 침체가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국내총생산(GDP)의 245%에 달하는 국가 채무와 재정과의 관계다. 재무성의 계산으로는 금리가 2%에 도달하면 3년 후 국채의 이자 비용이 8조1000억엔 증가할 전망이다. 2013년 이자 비용은 8조6000억엔이었다. 물가상승률 2%가 그대로 명목 금리에 반영되는 것만으로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 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데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만 실현해버리는 바람에 경제가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다. 8조1000억엔은 소비세율을 3% 올려 걷는 세액과 거의 비슷하다. 일본은행의 출구 전략에 따른 금리 동향에 따라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자산 가격 버블의 향방은 어떨까? 일본은행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자극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므로 어느정도의 버블은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진 과열에 이르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강하지만 혹 가계나 금융회사에 후유증이 남으면 재정 여력이 약해진 만큼 뒷수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자산 버블이 불안정한 금융 상황을 초래하거나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면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 침체로 이어진다. 자금 조달이 쉬워진 탓에 비효율적인 기업이 살아남아 일본 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재정적자와 경기 침체, 대규모 금융완화가 지지부진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시나리오지만 나중에는 급격한 자금 이탈, 큰 폭의 엔저, 초 인플레이션과 같은 비상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1264호 (2014.12.0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