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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처한 미국의 대(對)이슬람국가(IS) 전략 - 소탕하자니 유가 걱정, 놔두자니 안보 걱정 

Gloal Monitor 헤이글 국방장관 경질은 꼬일 대로 꼬인 美 중동 전략의 결과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11월 24일(현지시간)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백악관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헤이글 전 장관이 손을 흔들고 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갑작스러운 경질은 미국의 대중동 전략, 특히 시리아 전략에서의 혼란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헤이글 경질의 원인을 수잔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과의 대시리아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인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시리아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미국 언론에는 헤이글 장관이 작성한 두 쪽짜리 짧은 메모가 유출돼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이 메모는 라이스 보좌관의 시리아 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보다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헤이글 장관은 이 메모에서 미국의 중동 전략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첫째, 미국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앞날에 대해 보다 명확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정책의 고의적 모호성은 이란과 시리아 내에서의 이슬람국가(IS) 반군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아사드 정권에 대한 명확한 태도가 필요한 건 미국의 불명확한 태도가 궁극적으로는 시리아 내의 수니파 대중들을 IS쪽으로 경도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은 수니파다.

둘째, 이를 위해서 미국은 시리아 내의 온건파 반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만일 시리아의 수니파들이 서방의 IS 공격이 아사드 정권의 존속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하게 되면, 이들은 IS에 가담하게 될 것이다.

헤이글은 IS를 미국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IS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아사드 정권을 명백하게 붕괴시킬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철없는 애들’ 정도로 격하한 바 있다. 오바마의 관점에서 IS는 미국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IS의 위협 정도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견해 차이가 경질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행정부 내의 중동 정책 혼란은 단지 IS에 대한 평가 차이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중동 전략은 국제 유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제 통화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동의 산유국들과 미국의 이해관계 조율에서 빚어진 난맥상의 연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10월에는 ‘말 실수’로 유명한 죠셉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하바드대 연설에서 폭탄 선언을 해서 파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중동 내의 미국 동맹국가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터키·사우디·UAE등을 지목하면서 “그들은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기를 단호하게 원하고 있고, 본질적으로 수니·시아파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그게 누구든지 간에 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우는 세력들에게 막대한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최고 수뇌부가 중동 수니파 국가들이 IS를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이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자, 바이든 부통령은 터키와 사우디·UAE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저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대IS 강경론자 헤이글 경질한 오바마

IS는 사실상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비공식적 지원(무기와 자금)을 받고 있다. 특히 카타르는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수송로 확보를 위해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절대적으로 원하고 있다. 카타르는 자국 내에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이 존재하지만, 이를 유럽 시장으로 수송하기 위한 공급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사우디에서 시리아를 통해 지중해를 경유하는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엄호하며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동의 수니파 산유국들은 한편으로는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이지만, 동시에 아사드 정권의 붕괴에 도움이 되는 세력에 대해서는 미국 안보 위협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카타르는 공공연하게 “우리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미국의 적(IS)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의 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터키 역시 IS에 대한 공세 강화를 은근히 반대하고 있다. 시리아와 터키의 국경 도시인 코바인에서 두 달째 IS와 지역 쿠르드족 사이에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터키는 쿠르드족을 지원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코바인시에 진입해 IS 반군을 공격하는 것도 반대한다. 터키 정부로서는 IS가 터키 국경을 넘지 않는 한,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킬 유효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터키 내의 쿠르드족 분리주의 운동을 약화시키는 이중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제적 계산도 깔려 있다. 터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자국을 거쳐 유럽에 공급되기를 선호한다. 실제로 지난 12월 2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터키의 타이프 에르도간 대통령은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공사 계약에 합의했다. 동시에 러시아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불가리아를 통한 대유럽 파이프 라인 공사(south stream)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권이 아샤드 정권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필수적인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태도일 것이다. 만일 수니파 산유국들의 의도대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이들이 유럽행 수송로를 확보하게 된다면, 미국은 중동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 유럽이 중동에서 에너지 공급선을 확보하면, 러시아에 대항해 미국과 공조할 전략적 유인이 소멸된다. 이는 장기적인 전략에 있어서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중동 수니파 산유국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IS를 적당한 선에서 방치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IS 자체가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이란과 이라크 등 시아파 산유국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라크 국경 내로 진입해 IS 반군 토벌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 12월 4일자는 전하고 있다. 미국이 수니파 산유국들을 일방적으로 지원한다면 이란은 즉각적으로 핵 무장에 나설 수도 있다. 또한 중동 내에서 수니·시아파 전쟁이 대규모로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이는 국제 유가를 폭등시킬 것이다.

셰일가스 산업 보호에도 민감

하지만 헤이글의 주장처럼,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지도 못한 채, 시리아 내의 수니파 대리인인 IS만 약화시킨다면 사우디 등 수니파 산유국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결국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모호성은 이 같은 중동 정세 속에서 IS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미국의 전략적 난처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 셰일가스 산업이 미국 경기회복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을 감안할 때 미국은 중동의 수니파 산유국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헤이글 국방장관을 경질하기로 한 것 역시, 당장은 수니파 산유국들의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관심사는 누가 헤이글의 뒤를 이을 것인가에 쏠린다. 어떤 인물이 임명되는지를 보면, 앞으로 2년 남은 오바마 정권의 대중동 전략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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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5호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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