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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시장 ‘대어’ 약발 다했나 - 고평가 논란 속 삼성SDS·제일모직 부진 

증권사, 목표주가 일제히 내려 … 다음카카오는 핀테크 수혜주로 주가 올라 


▎사진:뉴시스
지난해 꽁꽁 얼어붙은 주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은 ‘사건’이 있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카카오의 합병에 따른 신주 상장과 삼성SDS·제일모직의 기업공개(IPO)다. 지난해 10월 1일 포털 업체인 다음과 메신저 업체 카카오는 다음카카오로 합병됐다. 합병 이후 10월 14일 코스닥 시장에 합병 신주가 상장됐다. 상장 첫날 포털과 모바일 시장의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가 급등하며 13만91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도 7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을 제치고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인 11월 14일에는 삼성SDS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 됐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19만원)의 두 배 수준인 38만원으로 거래가 시작됐다. 이후 7영업일 만에 42만8000원(11월 25일)까지 올랐다. 삼성SDS 상장 열기는 제일모직으로 이어졌다. 12월 18일 상장된 제일모직도 공모가(5만3000원)의 두 배가 넘는 11만300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제일모직의 공모주 청약증거금은 30조원에 달할 정도로 돈이 몰렸다. 지금까지 IPO 청약증거금 규모 중 사상 최대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연관된 만큼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계열사다. 이렇다 보니 제일모직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11.2%)다.

삼성 오너 일가, 삼성SDS 지분 매각 가능성


그러나 이런 호재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때 42만원까지 올랐던 삼성SDS 주가는 1월 27일 종가 기준으로 27만500원으로 내려앉았다. 제일모직도 1월 2일 17만1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 하락했다. 1월 28일 종가 기준으로 14만1000원이다. 다음카카오는 합병 이후 한 달 만에 15만원까지 올랐지만 임직원이 합병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이고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12월 말 12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 정부가 모바일을 통한 간편 결제 방식인 핀테크((Fintech)산업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15원만원대로 회복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페이·월렛뱅크카카오 등 간편 결제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어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다음카카오 주가는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회복속도가 더디다. 시장에서는 두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JP모건은 “현재 삼성SDS의 기업가치가 비슷한 종목들과 비교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삼성SDS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맡을 역할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주가를 발목 잡을 부정적 요인도 상존한다. 이재용 부회장 등이 삼성SDS 주식을 내다 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생명 주식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상속받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주식 매각은 삼성SDS 지분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5월 중순 이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보호예수는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이 일정 기간 보유 지분을 매매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신건식 BS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제일모직도 미래 가치로 인한 이익과 현재 사업구조에 따른 이익 간의 괴리가 크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렇다 보니 주가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유안타증권과 LIG투자증권는 삼성SDS 목표 주가를 각각 40만원, 35만원으로 내렸다. BoA메릴린치는 제일모직의 목표 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10만5000원으로 내놨다.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삼성생명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2010년 공모가 11만원에 상장했지만 이후 곧바로 급락했다. 지나치게 공모가를 높게 책정한 탓이다. 삼성생명 주가는 상장 뒤 4년 간 공모가를 밑돌다가 지난해 10월 말 공모가를 회복했다. 삼성생명 주가는 1월 28일 종가 기준으로 11만6500원이다.

목표 주가는 낮아졌지만, 두 회사의 성장성 전망은 긍정적이다. 삼성SDS는 삼성전자의 해외 사업장 물류통합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16년부터 물류BPO(업무처리 아웃소싱)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CLSA는 보고서를 통해 ‘물류 BPO로 향후 3년간 연 평균 54% 성장하고 2017년 4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일모직도 중국 의류시장과 바이오 사업이 성장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2020년 제일모직 매출이 9조6000억원으로 지난해(5조원)보다 약 2배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성과 성장성, 그룹 지배구조 변화 이슈 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성장성 전망은 긍정적

다음카카오도 핀테크산업 육성으로 앞으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다음카카오는 인터넷 금융시장의 흐름을 선점하고 있다”며 “정부의 핀테크 육성은 온·오프라인 결제와 송금으로 한정된 국내 대체결제 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매출(2495억원)과 영업이익(617억원)은 전분기와 비교해 각각 12.5%, 100.7%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다음카카오 목표주가를 17만2000원에서 21만원으로 올렸다.

청약증거금

유상증자나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 주식을 사기 위해 계약금 형식으로 내는 돈을 말한다.


1272호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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