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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도약 노리는 조성준 그린웍스 대표 - ‘모바일·MRO·중국 골퍼’가 미래 동력 

12년 연속 부킹 사업 1위 … 관련 다각화로 도전 나서 

빨라도 너무 빨랐다. 조성준(46) 그린웍스 대표가 ‘엑스골프’란 사이트를 만들어 골프장 부킹 사업을 시작한 2003년의 상황이 딱 그랬다. 한국에 골프 열풍이 막 불기 시작했을 때다. 박세리·최경주 등 스타가 등장하며 골프붐이 일었다. 골프에 대한 관심도는 올라가는데 골프장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골프장 부킹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당연히 골프장은 갑(甲)의 위치에 있었다. 엑스골프가 등장했지만 성공을 점치는 이는 드물었다. 넘치는 고객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골프장 입장에선 부킹 사이트가 필요치 않았다. ‘언젠가는 인터넷으로 골프장을 예약하는 시대가 온다. 그 전에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다.’ 창업 멤버 2명, 제휴 골프장 1개로 사업을 시작한 조 대표의 출사표였다.

스피드로 대기업과 경쟁


▎사진:김현동 기자
다행히(?) 골프장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 골프장이 생겨나며 이제는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처지가 됐다. 넘쳐나는 고객을 걱정하던 골프장은 비어있는 시간을 채우기에 벅차다. 자연스레 엑스골프를 찾기 시작했다. 조 대표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제휴 골프장 몇 개 늘리려고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녔어요. 이제는 골프장에서 먼저 연락해 부킹을 맡기기도 합니다. 기존에 없던 수수료까지 받죠. 골프장은 빈 시간 이용권을 팔고, 고객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으니 모두가 행복한 사업이 됐습니다.”

엑스골프의 성공을 바라보며 비슷한 형태의 회사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일부 대기업까지 시장에 진입해 엑스골프의 자리를 위협한다. 하지만 엑스골프는 70여명의 직원을 둔 중소기업으로 12년 연속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초창기부터 쌓은 인지도와 많은 회원수가 엑스골프를 든든히 지탱한다. 특히 중소기업 특유의 스피드를 발휘해 경쟁에서 한발 앞선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최대한 정상가로 부킹을 받다가 안 되면 할인가를 적용해 빈 시간을 채우고 싶어 합니다. 말 그대로 속도가 생명이죠. 초창기부터 우리가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외주로 돌리는 대기업에 비해 정보 반영 속도가 빠릅니다. 또 여러 사안에 대해 각 담당 팀장이 알아서 판단해 의사결정을 해요. 보고는 일 처리 후 간단하게 받습니다. 결제라인이 복잡한 대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우리의 무기입니다.”

엑스골프는 창업 후 지금까지 연 평균 200%의 고속성장을 기록했다. 모두가 ‘성공’이라 말하자, 이번에는 조 대표가 ‘위기’라고 답했다. 골프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이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500여 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엑스골프는 이 중 300여 골프장과 제휴를 맺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회원제로만 운영이 되고, 더러는 다른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사실상 새로운 골프장과 제휴를 맺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사업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조 대표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한 발 빠르게 승부수를 던질 준비를 마쳤다. 키워드는 세 가지다. 모바일과 MRO(소모성 자재구매대행) 그리고 중국이다. 지금은 보편적 일이 됐지만 2003년만 해도 인터넷으로 골프장을 예약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드물었다. 전화나 ARS를 통한 골프장 예약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엑스골프가 등장하면서 부킹 문화가 바뀌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부킹이 그 바통을 잇는다. 엑스골프는 이미 오래 전에 골프장 예약이 가능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골프 소셜커머스를 담았고, 마감이 임박한 잔여 타임을 최저 그린피로 예약하는 ‘긴급부킹 119’ 서비스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결과 지난해 엑스골프를 통해 골프장을 예약한 사람의 절반이 PC가 아닌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자연스럽게 사업 영토를 확장시킨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에는 고객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한다. “골프장 예약을 할 때 일일이 클릭을 하고 들어가야 가격 정보를 볼 수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격 정보를 일괄 반영해 가격순으로 골프장 검색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데 이 기사를 읽을 때쯤이면 고객들도 직접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올해부터 MRO 사업도 시작했다. 골프장에 들어가는 식재료·비료·농약 등을 엑스골프가 직접 납품한다. 엑스골프는 현금 대신 골프장 이용시간을 받아 다시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직접 현금을 주지 않아도 돼 부담이 적다. 예약이 없다면 그냥 비워둘 타임을 엑스골프에 넘기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이득이다. 엑스골프는 전에 없던 새로운 수익 구조가 생기는 셈이어서 서로가 윈-윈하는 사업이다. 조 대표는 “MRO 사업은 해외 골프장이나 다른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도입된 개념”이라며 “국내 골프 업계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아 먼저 시작했는데 초반 출발이 좋다”고 설명했다.

“골프여행 오는 중국인 늘 것”

MRO 사업에는 직원에 대한 배려도 숨어 있다. 엑스골프가 성장하던 시절 골프장과 제휴를 맺기 위해 전국을 뛰어다니던 인력이 있었다. 지금은 웬만한 골프장과는 모두 제휴를 맺어 불필요한 인력이 많다. 이들을 모두 자르기도 어렵고, 일도 없는 사람들에게 마냥 월급만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들을 활용해 개척한 것이 MRO 사업이다.

조 대표가 최근 가장 눈여겨보는 곳은 중국이다. “과거 일본 사람이 한국에 골프여행을 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한국 사람이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갑니다. 중국이나 동남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한국 사람들이 그곳으로 골프여행을 가지만 앞으로 5년 안에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골프여행을 오는 시대가 분명히 열릴 겁니다.” 이미 중국의 유명 여행사와 사업 논의에 들어갔고, 중국 쪽 사업을 담당할 인력도 충원했다. 중국인들이 골프여행과 함께 카지노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구상 중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골프 부킹 업체가 사실상 인바운드 여행사로 변신을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고 회사를 창업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도전을 즐기는 그다. 조 대표의 선견지명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지 궁금해진다.

1275호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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